봄이라고 쓰고 희망이라고 불러줄게

by 앞니맘


물을 받아쓰려고 우유병을 닦아서 밖으로 가지고 나갔다. 문을 열자마자 두두두두 빗소리가 들린다. 비가 내리고 있다. 봄비다. 퇴근하면서 사 온 대파 모종을 처마 아래서 얼른 꺼내서 비를 맞게 펼쳐놨다. 이 비가 그치고 난 내일 아침에 내 텃밭에 마늘과 양파는 얼마나 예쁘게 성장했을까? 마음이 설렌다.


마늘과 양파는 월동이 가능하다. 지난 10월 끝에 양파를 먼저 심고 며칠 뒤에 마늘을 심었다.

집에서 양파를 심어 먹는 버릇을 이제는 포기하기가 힘들다. 그 단단하고 달큼하면서도 매콤한 맛에 빠져서 빼놓지 않고 심는다. 작년 겨울에 옆집이 생기면서 내 텃밭으로 쓰던 땅이 없어졌다. 풀 나는 게 싫어서 시작했지만 점점 밭이 커지면서 힘들었다. 올해는 일거리가 줄어서 좋다고 했지만 나는 또 삽질을 하고 있다. 넓은 잔디밭에 끝에는 이미 텃밭이 있는데 가장자리 닭장을 옮기고 땅을 파고 있는 것이다. 텃밭을 개간하는 중이다.

"엄마는 힘들어서 안 하다면서 또 일을 하네."

"그러게, 근데 양파랑 마늘 심을 곳이 부족해."

"저기 앞에 밭에 조금만 심어."

"거기는 상추, 감자, 딸기, 대파랑 부추 밭이야. "

"그런 게 어딨어? 엄마가 정한 건데 바꾸면 되지."

"너 군대 다녀오더니 삽질 잘한다."

"군대에서 삽질이 젤 싫었어."


힘쓰는 일은 이제 힘이 든다. 남편보다 아들이 말을 잘 들어서 이제 아들을 시킨다.

이렇게 만든 밭에 양파와 마늘이 겨울을 잘 이겨내고 봄비를 맞고 있다.

오전에 심은 감자에도 비가 내린다.

올 해는 화분에 감자를 심었다. 상토와 퇴비 유박을 수레에 쏟고 삽으로 저었다. 거기에 감자 비료도 한 줌 넣어서 심었다. 1주일이 지나니 싹이 인사를 한다. 작은 감자 하나가 얼마나 많은 감자를 먹게 해 줄까?


콩 중에는 완두콩을 제일 먼저 심고 강낭콩을 심는다. 1주일 정도 지나고 나니 싹이 나오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딸기는 8월에 아기 순을 잘라서 심었던 것이 월동을 했다. 올해는 킹스베리 모종을 구입해서 심었다. 과연 킹스베리가 될지 궁금하다.


봄에 대한 감상을 시작도 못 했는데 개나리와 목련은 다 떨어지고 벚꽃도 다 져버렸다. 신 마당에 영산홍과 사과꽃, 체리꽃이 한창이다.


그리고 암탉이 병아리를 깠다. 키우기가 힘들어서 계란을 꺼내오고 집을 옮기는 방해를 해도 소용이 없다. 자연의 순리를 막는다는 건 참 어렵다. 엄마와 아기의 방이 따로 마련되었다.


봄은 기다렸던 기다리지 않았던 나에게 왔다. 나는 무심한 척 격렬하게 그 봄을 마당 가득 맞이하고 있다. 나에게만 찾아온 봄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기쁘고 고맙다.

그래서 봄을 희망이라고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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