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은 12월이다. 그런데 마음은 하루 종일 우울하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 마트에 갔다. 마트에서 석화를 보는 순간 더 '더 이상 미루면 밖에서 못 먹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1박스 12,000원을 계산했다. 가족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몇 년 전부터 먹고 싶었지만 석화 타령으로만 끝을 냈었다. 혼자만 먹겠다고 산다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었다. 오늘은 나를 위해서 혼자라도 먹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불을 피우려고 하다가 식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급한 대로 휴대용 가스렌즈에 굽기 시작했다.
석화를 들고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도 굴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관심이 없다. 혹시나 해서 남편에게 먹자고 했지만 시큰둥하게 쳐다보더니 혼자 먹으라며 들어가 버렸다. 혼자 먹으라니 잠깐 화가 났다.
"쳇! 싫으면 말지. 혼자 다 먹어야지." 차라리 잘 되었다. 남편이나 애들이 먹는다고 하면 이것저것 차려놔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겨서 석화구이에 대한 나의 열망이 사라 질 수도 있다. 나만을 위한 상차림은 간단하다.
석화, 종이컵에 담아 온 초고추장, 감귤주스 1팩 이면 끝이다. 젓가락도 필요 없이 집게로 먹는다.
굴이 지글지글 익기 시작했다. 석쇠 위에서 "탁! 탁! 타타 타타 탁!" 소리를 내면서 굴 껍데기가 여기저기 튀기 시작한다. 고추장에도 튀고 내 얼굴에도 마구 튄다. 가끔 "앗!" 하는 나의 괴성이 합쳐진다. 그런데 그 소리가 재미있다. 청결한 사람들은 먹지 않겠지만 나는 상관없다. 굴 껍데기도 다 먹겠다는 각오를 다지면서
"꿀꺽!"하고 침을 삼킨다.
굴이 익으면 껍질에서 잘 떨어진다. 처음에는 굴만 먹는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굴 향과 불맛에 고소하고 짭짤한 맛이 더해진다. 다음은 잽싸게 초고추장을 발라서 먹는다. "꿀맛이로구나."
이 맘 때 먹는 석화는 맛이 참 좋다. 밖에 불을 펴고 구워 먹는 석화는 초겨울에 추위와 함께 먹어야 제 맛이다. 소주 한 잔과 먹어주는 맛은 아는 사람만 안다. 나는 소주 대신 감귤 주스를 마셨다. 아직 일요일 오전이고 엄마로서 해야 할 일정이 남아 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이 온전하게 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맑은 하늘과 나무 그림으로 장식한 파티룸에서 "사각사각 사사사" 상수리 나뭇잎이 발 밑에서 연주를 해 주는 나만을 위한 행복한 파티가 되었다.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만찬은 행복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