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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Apr 23. 2023

사랑하는 딸 울지 마. 생일 축하해.


3일장을 했다면 딸의 생일날이  남편의 발인 날이 되었을 것이다. 그날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의 비통함을 지켜보다가 내 품에서 울고 있는 내 자식의 생일이 오늘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렸다. 그 순간  남편이 더 야속하고 절대 착한 사람도 자식을 사랑한 사람도 아니라는 미움이 밀려와서 웃고 있는 영정 사진을 외면해 버렸다.


평소라면  생일날 아침에 내가 새벽부터 끓 놓은 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저녁에 있을 작은 파티 얘기로 이것저것을 주문하고 체크했을 것이다.

빠가 선물한 공연티켓을 받고  생일선물로 최고였다고 떠들어 가면서 오늘 저녁에 다른 가족들은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지 궁금해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늦둥이  딸이 우리를 호강시킬 거니까 다들 잘 받들어 모셔라'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아빠

덕분에 미역국 대신 육개장으로 며칠 째 끼니를 채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축하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무엇 때문에 눈물이 나는지도 헷갈리는 복합적인 감정 속에서 딸의 생일맞이했다.


며칠을 조문을 받느라 지쳤는지 딸은 가끔씩  내 옆에서 사라졌다. 사촌 언니랑 편의점도 다녀오고 주차장을 산책하고 오기도 하면서 장례식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이 조문을 받다 보니 딸이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막내 어디 갔?"

"아까 막내 선생님 동생이랑 나갔는데."

유치원 막내 교사의 동생이면서 제자이기도 한 은지가  딸을 데리고 나간 것이다. 작년 겨울에 오랜 암투병으로 아빠를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기에 어린 딸을 보면서 마음이 더 쓰여서 인지 매일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딸과 잠깐씩 놀아주었다. 딸이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

"어디야. 상주가 그렇게 돌아다니면 안 돼."

"언니랑 지금 가고 있어. 걱정하지 마."

목소리가 밝아 보였다. 철이 없다 생각하면서도 우울하게 울고 있는 모습보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 웃는  딸이 차라리 내 맘은 안심이 되었다. 남편도 딸이 자기 때문에 우울하게 처져 있는 모습은 절대 원하지 을 것이다.


밖에서 돌아온 딸은 내 옆에 상주의 모습으로 앉아서 절을 주고받았다. 검정 상복을 입고 어도 하나로 묶은 까맣고 긴 머리 위에 하얀 핀을 고 있어도  나에게는 너무나 쁜 딸이. 남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짜 맥주컵을 사 와서 일하는 아빠를 놀라게 해도 이쁘고  딸이 먹다 남긴  밥을 영광인양 맛있게 먹어줄 만큼  사랑스러운 딸이다.  가끔 화를 내고도 에게도 한 번도 한 적 없는 사과를 바로 하게 만드는 늦둥이 딸. 런 딸을 두고 갈 만큼 그딸의 생일을 당신 떠나는 발인날로 만들 만큼 남편은 견디기 들었을까? 남편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가족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화가 나서 견디 힘들기도 했다. 나는 내릴 수 없는 결론을 지어 보려고  생각하다가  지치고 다시 생하고반복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엄마 근데..."

딸이 말을 하다가 머뭇거렸다.

"언니랑 어디 갔다 왔어? 산책 갔었어?"

"사실은 언니가  내 생일파티 해줬어."

딸의 생일날이는 것을 알고 케이크를 사 와서 차 안에서 작은 생일파티를 열어주고 편의점에 가서 좋아하는 것을 사주는 작지만 딸과 나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해준 것이다.


"그런데 나만 생일파티 하고 와서 미안해."

"엄마랑 아빠 대신 생파 해줘서 엄마는 좋은데 뭐가 미안해."

아빠가 떠나서 다들 슬픈데  자기만 혼자 생일파티를 하고 온 미안함에 비밀로 하기로 했던 것을 털어놓고  울고 있는 딸을 꼭 안고  마음으로 이야기했다.

딸아 울지 마라. 괜찮아.
네가 있어서 엄마랑 아빠는 행복했고
네가 있어서 엄마는 오랫동안
슬픔에 잠겨 있지 않을 거야.
사랑하는 딸아, 생일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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