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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Nov 21. 2023

동치미


혀둔 씨앗이 아까워서 텃밭 여기저기에 씨앗을 심다 보니 총각무, 김장무가 많이 생겨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욕심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반성을 하면서도 필요한 분들과 나누는 기쁨이 있기도 했다.


내가 먹을 만큼 총각무를 뽑아서 김치를 하고 남은 것은 친구 선희랑 동건 어머님이 모두 뽑아가셨다. 밭에는 김장무와 배추가 남았다.  날씨가 추워진 예보에 김장무를 먼저 뽑아 놓았다. 는 배추보다 추위에 약해서 되도록 영하로 떨어지기 전에 뽑아서 보관을 해야 한다.


뽑아 놓은 무로 무엇을 할지 고민을 했다. 일단 겨울에 육수나 국을 끓일 때 사용할 몇 개의 무를 신문지에 돌돌 말아서 쌌다. 내가 어렸을 때는 땅을 파고  묻어서 무를 보관했었다. 그래서  엄마가 무를 꺼내 오라고 시키면 정말 싫었던 기억이 난다.


신문지로 포장된 무를 담기 위한 박스를 찾아서 창고로 향했다. 생선이나 고기를 주문하면 딸려오는 스티로폼 박스는 무를 보관하기에 아주 유용하다.  적당한 크기를 골라서 무를 담았다.


남은 무를 한 개 깎아서 먹었다.

"어! 맛있네."

배까지는 아니지만 시원하고 단 맛이 나는 것이 맛이 좋았다. 무의 크기를 보니 딱 동치미 각이었다. 예쁜 무 다섯 개만 라서 깨끗하게 씻었다.


천일염에 한 바퀴씩 돌려서 김치통에 담아 놓고 삼일을 보냈다. 사실 이틀만 절여야 하는데 깜박한 것이다.


냉장고에 있던 배와 를 찾아 놓고  밭에 있는 쪽파 고추를 따왔다.

생수에 소금을 약간 넣어서 녹였다.

마늘이랑 생강은 슬라이스로 쓸어서 준비했다.


이미 절여진 무에 준비한 마늘과 생강을 넣고 과일을 듬성듬성 올리고 쪽파를 올렸다. 고추도 여기저기 꽂았다. 마지막으로 소금물을 부었다.

내 입맛대로 천일염으로만 간을 하고 새우젓이나 액젓은  넣지 않았다. 대신 다시마를 물에 담갔다가 그 물을 추가해서 넣었다. 가락을 김치 통에 넣었다가 빼서 간을 봤다. 심심한 것이 좋다.


계획에 없던 김치가 또 늘어났다.
계획대로 살기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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