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더 추워지기 전,텃밭에 심을 수 있는 것은 마늘만 남았다. 화단에 튤립도심고 싶었는데구근을 구하는 시기도 놓치고 힘들다는 생각이 밀려오면서 봄에 모종을 사다가 심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봄에 수확해서 창고에 보관했던 마늘 중에 실한 놈을 골라 밖으로 가지고 나왔다. 다육이 두 개가 놓여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마늘을 육쪽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마늘밭 풀을 뽑으면서 남편을 기다렸던 그날이 떠올라서 잠깐 손을 멈추고 하늘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년 봄에도 마늘밭에 앉아서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아픈 기억의 반복을 끊기 위해서는 마늘 심기를 포기해야 할까?'하지만 앞으로도 내 마음과 기억 속에서 예고 없이소환될 남편과의 추억, 뒤 따라오는 아픔과 그리움을 피하면서 살 수는 없다. 남편 없이 마주한 처음 경험이 끝나는 1년 뒤에는 달라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마늘 쪼개기를 계속했다.
버리기 아까워서 모아 놓은 배달용기에 다 쪼갠 마늘을 담아 수돗가로 갔다. 마늘의 뿌리를 소독해 주는 약품을 한 숟가락 넣고 물과 섞어서 담가 두었다. 전용 소독약 대신 락스를 쓰기도 한다. 나는 매년 심기 때문에 소독약을 하나 사서 몇 년째 쓰고 있다. 사실 텃밭에 심는 마늘은 소독을 안 해도 크게 상관은 없다.2시간 정도 담갔다가건져서 그늘에 말려 쓰면 된다. 경험상 소독을 해서 심는 것이 병충해가 적기는 하다.
양파를 심고 남은 곳에 마늘을 꾹꾹 눌러서 심었다. 월동을 해야 하는 마늘은 '조금 깊다.'라고 느껴질 만큼 깊이 심어도 싹은 잘 나온다.
구멍을 더 뚫어가면서 준비한 마늘을 다 심었다.
마지막으로 보온 덮개를 덮었다. 보온덮개는 더 추워지면 덮는 것이 맞지만 갑자기 한파가 오는 날집에 없거나 퇴근이 늦어지면 못 덮개 될 수도 있어서 그냥 덮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