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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May 08. 2024

어버이날 부르는 노래.


꽃집 앞에 카네이션 꽃대가 쌓여있다. 밖으로 새어 나오는 꽃향기에 기분이 좋아졌다. 꽃을 포장하는 분주한 손길을 지켜보았다. 꽃집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사장님이 나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을 하다가 엄마의 가업을 이어서 꽃집 사장님이 되었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같은 재단이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다.

"바쁘시네요. 납골당에 가져갈 꽃도 포장해 주나요?"

나는 두 개의 꽃을 주문했다. 하나는 같이 근무하던 박 선생님의 엄마에게 드릴 꽃이다. 지난 명절에는 박 선생님이 남편에게 꽃을 가져다 놓고 갔다.

"다 됐어요."

예쁘게 포장한 꽃을 내밀었다.

"얼마예요?"

지갑을 열면서 말하는 내 손을 잡았다.

"오늘은 제가 그냥 드리고 싶어요."

꽃집 사장님의 간절한 눈빛에 실랑이를 그만두고 영업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가게를 나왔다.


막내가 아빠에게 꽃을 달아 주었다.

박 선생도 엄마에게 꽃을 달아 주었다.

딸을 보고 고맙다고 웃는다.

딸은 보고 싶다고 웃는다.



올  어버이날은 나도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졌다. 그런데 아이들도 남편처럼 나를 바위로 생각하는 것 같다. 결국 아이들에게 옆구리 찔러서 절을 받았다. 단톡방에 '제대로 하라'는 꼰대 문자도 올렸다. 마음이 잠깐 허했나 보다.

"그래, 그렇게 살지 뭐."

'어머님 은혜' 대신 내가 반복해서 들은 노래는 '바위처럼.'

 이 빠질 때 들으면 힘나는 노래다.


갈대처럼 살아도 될 텐데...

아직은 어버이날에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를 택한다.


바위처럼 (유인혁/글, 가락)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 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리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 가며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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