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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앞니맘 May 08. 2024

4월은 잔인한 달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용한 문장이다. 학창 시절에 4월은 중간고사 기간이었고 유치원 교사를 시작하고  4월은 아이들과 적응에 이어 학부모 상담, 교육청에 제출하는 각종 서류가 최고로 많은 시기다. 엄마로서도 학교에 보내는 동의서등 신경 써야 하는 일이 가장 많은 달이 4월이다. 텃밭에 씨앗을 뿌리고 풀을 뽑고 감자를 심는 달도 4월이다.


올해 4월도 작년 4월에 연장이었다.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

작년 3월, 단톡방에 올린 추모의 글로 소송 했고 경찰조사 결과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에 이의를 제기했다.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했돌고 돌아  1년 만에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이 났다. 경찰과 검사가 그렇다니 맞을 것이다. 다만 나는 상처받았고 억울한데 '너는 괜찮은 게 맞다고, 괜찮아야 한다.'라고 말하는 거 같다.  나도 그런 추모글을 꼭 올리고 말겠다는 오기를 부려보지만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고민하게 된다.

https://brunch.co.kr/@bbbaaddd7e704fd/335


4월 말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1999년 남편과 내가 함께 출판한 책이 있었다. 내가 글을 쓰고 남편이 그림을 그렸다. 결혼 전에 회사 사보에 같이 작업을 한 경험이 있었다.  출판 제안을 받고 글을 써보라고 남편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신혼이기도 했고 아기도 없는 상태라서  써보기로 했다. 동생들에게 부탁해서 초등학생들의 실수에 대한 소재를 조사했다. 소재를 정리해서 퇴근 후에 나는 글을 쓰고 남편은 만화를 그렸다. 처음이라서 아무것도 모르고 내 맘대로 썼다. 글을 쓰다가 혼자 재미있어서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니 '편집하시는 분이 힘드셨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출간 한 책은 생각보다 잘 팔렸고  인쇄를 받아서 동생들에게 선물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동안 인쇄가 들어왔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글쓰기와 멀어졌고 책에 대해서도 잊고 있었다.


브런치에 연재할 소재를 생각하다 이 책이 생각났다. 집에 보관했던 책이 어디 갔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중고 책을 찾았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고로 구매한 책은 2001년에 3쇄까지 찍은 책이었고 이 책을 2015년에 다른 출판사에서 표지와 제목만 바꿔서 판매하고 있었다. '뭐지?' 당황스러웠다. 나를 실망 시키지 않은 출판사다.  남편이 알았다면 나에게 기뻐서라도 얘기를 했을 것이고 재판이 시작되고라도 설명을 했을 것이다.


"변호사님 부부라도 출판을 할 때는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지 않나요?"

변호사님들에게 질문을 했다.

"당연하죠. 혹시 이우영 작가님이나 사모님이  동의 한  계약서가 있을까요?"  

변호사가 지긋지긋한 계약서에 대해서 물었다.

"전혀 없어요. 만약 있으면 진짜 위조예요. 남편이 제 동의 없이 서명했어도 안 되는 거죠? 그런 게 있으면 남편도 같이 고소할 거예요."

글로 하는 대화였지만 흥분한 내 마음이 보일 정도로 톡을 주고받았다. 남편의 재판과는 별개로 정식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내용증명 보내러 왔어요."

우체국 담당자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그런데 왜 한 장뿐이세요?"

담당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4월, 내용증명을 쓰는 방법을 배웠다. 총 세 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황무지 같은 내 4월이 끝났다.

5월에는 황무지에서도 온 힘을 다해 밀고 올라오는  싹을 볼 수 있다고  믿어본다.


T.S엘리엇 황무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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