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꽃그늘'을 읽고.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읽는 순간, 오랜 시간 묵혀두었던 어떤 기억 하나가 한지에 스며들듯 떠올랐다.
"이담에 할아버지 죽으면..."
그 목소리가 아직도 내 기억 속에는 생생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말을 들으면 설움을 참지 못하고 울음보 터뜨리며 할아버지의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죽지 마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격한 울음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할아버지의 죽음을 생각만 해도 서러워 울던 아이는 어느새 수능을 막 치른 몸만 자란 어른이 되었다.
학업과 교우관계가 일상의 대부분 차지하던 그 무렵.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내 곁을 떠났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 할아버지.
인생의 반절을 불편한 몸으로 사셨지만, 그럼에도 아이처럼 장난기 가득했던 우리 할아버지.
'이담에 할아버지 죽어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라. 하늘나라에서 너 잘되는 것만 바랄 테니.'
그 말을 떠올리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할아버지가 내게 바란 건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미 여러 번,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 돌아왔던 그때의 할아버지.
내게 건넨 말 뒤에 숨은 뜻은 '나를 기억해 주길', 당신이 세상에서 사라졌을 그때에도 여전히 아이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싶은 바람일 것이다.
시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시인 역시 같은 마음으로 아이에게 물었을 것 같아서.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시인의 물음을 빌려,
지금은 닿을 수 없는 곳에 계신 할아버지께 그 답을 전하고 싶다.
"기억하고 있어요. 문득 떠오를 때마다 눈물 날 만큼, 아직도 그리워하고 있어요."
여전히 할아버지는 내 마음 안에서, 참 아름답고 슬픈 향기로.
애틋한 그리움의 꽃그늘 아래에 살아 숨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