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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의 장벽

일본어의 끝은 어디일까

by 최보현

일본에 살고 있는 지금도

매일 갱신되는 '일본어의 장벽'


한국에서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본어를 배워왔고

일본어 장인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자격증도 가지고 있으니

처음 일본에 도착했을 당시, 내 일본어 실력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그 오만한 생각도

1년도 채 되지 않아 일본어의 장벽 앞에서 처참히 무너졌다


오늘은 내가 왜 일본어의 장벽을 느꼈는지

원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1. 한자

''

이 한자 어떻게 읽는지 아는가?

그렇다.

勝利、勝負 승리, 승부 등 애니에서 자주 봤던 단어들이라

다들 しょう 쇼우 라고 잘 읽을 것이다.


그러면

'勝つ'

이건?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 일본어가 필수과목이었다면 교과서에서 본 적 있을 거다.

일본에서는 중요한 시험 혹은 경기에 임하기 전 승리를 위해 '카츠'와 동음이의어인 '카츠동'을 먹는다는 얘기다.

그렇다. 이건 かつ 카츠 라고 발음한다.


그렇다면

'勝る'

かる? かつる?

이건 어떻게 읽는지 모르는 사람을 많이 봤다. 그 중 하나가 나였다.

이건 まさる 마사루 라고 읽는다......

아니 도대체 しょう랑 かつ랑 まさる랑 무슨 상관인데.... 어디서 저런 읽는법을 갖고온거지? 라는 의문이 생기나, 의문을 가질 틈도, 일본어의 읽는 법에 대해 불평불만할 시간도 없다.


왜노자는 그냥 외우는거다

외우고, 자주 듣고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다보면 뇌의 거부반응도 어느새 사라진다.

배움 보다는 '체화'의 과정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2. 복합동사

마시다는 일본어로 뭐라고 하는가?

그렇다. 飲む다.

그렇다면, 목에서 꿀꺽하고 넘어가는 건?

飲み込む 다.


남김없이 다 마시는 건?

飲み干す 노미호스 라고 한다... 마시다..말리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겐

웬만한 상상력 없인 일본어 공부가 어려운 이유이다.


또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받다는 일본어로 受ける이다.

받아들이다는?

그렇다 受け入れる다.


그럼 이제 '나는 그녀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를 번역해보자.

私は彼女の言葉を、しっかりと受け入れた라고 하였는가

아쉽게도 여기서는 受け止めた를 써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의 말에 동의했다는 뉘앙스가 아닌, '듣는' 뉘앙스가 강하기 때문이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受け入れる는 동의한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언행에 대해 자신도 동의한다는 뜻인 반면,

受け止める는 단지 상대방의 발언 등을 듣는 입장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물론 한국도 '마시기 시작하다', '다 마셨다', '받아 들이다' 등 다양한 복합 동사가 있지만

우리는 이미 자연스럽게 이 표현을 익힌 네이티브 원어민이다.

한국어 네이티브의 입장에서 이런 일본어 표현들은 1차적으로 뇌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그래도 어쩔수 없다 외워야 살 수 있다


사실 이외에도 가끔씩 헉 하고 뒤통수를 쌔리는 새로운 일본어 표현들이나

파면 팔수록, 공부하면 할수록 끝이 도대체 어딜까 라는 생각이 드는 때도 많다.

뭐 매일 일본어에 노출되다보면 어느순간 네이티브까진 아니더라도 준하는 레벨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위안을 가지고 오늘도 하루를 일본에서 잘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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