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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마흔 05. 몸이 먼저 늙는다 1

건강검진이 두려운 나이

by 별밤


마흔이 넘으면 건강검진이 두렵다.


이제 건강검진 결과지에 낯선 단어가 적힌다.
- 석회화, 저에코 결절, 석회 띠, 복합 결절...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분명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데 살은 붙고,

조금만 달리면 발목이 아프다.
20대, 그때의 나는 내가 유리 몸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에 비하면 그땐 강철 몸이었다.



석회화, 몸이 남기는 흔적


의사는 말했다. 석회화는 병이라기보다 흔적이라고.
세포가 다치거나 염증이 지나간 자리,

혹은 단순한 노화 과정에서
몸은 그 자리를 칼슘으로 메운다.


흉터처럼, 시간이 남긴 사인 같은 것.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며 묘하게 서늘했다.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나를 놓아버린 시간들을, 나보다 더 오래 간직한 채.



몸은 나와 따로 논다


몸은 내가 노력하는 만큼 따라오지 않는다.
내가 통제한다고 믿었지만,
몸은 이미 자기만의 속도로 늙어가고 있었다.


문득 두려움이 밀려왔다.
이제 마흔인데,
그렇다면 60대의 나는 대체 어떤 몸으로 살아갈까.


몸은 거울이다.
오늘의 생활을 비추고,
내일의 시간을 예고한다.


몸은 내가 소유하는 게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동행이다.



“그대의 몸은 그대의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대는 몸의 것이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1부 4장 「몸의 경멸자들에 대하여」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의 오늘에 잠시 빛을 내어주는 작은 별이 되어
작은 공감과 위로를 주고 싶습니다.


- 별밤


*** 니체의 말 원문 번역: 몸은 큰 이성이고, 영혼은 몸의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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