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표정이 좋지 않다.
사랑은 마냥 긍정적인 단어일까?
사랑의 무수히 많은 좋은 의미들 뒤에
작아서 티가 나진 않지만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도 분명 숨어있다.
그 작은 부정적인 마음이
상대에게 묵직하게 다가가기도 한다.
바라는 마음이 그러하다.
사랑하면 고쳐주고 싶어진다.
교정.
그가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능해 보인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내가 바라는 게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내 기준엔.
우리 가족은 자주 여행을 간다.
여행에서는 대부분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실패할 때도 종종 있다.
세 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에서
조금의 욕심이라도 부리면
그 여행은 버거워진다.
언제 어디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최소한의 기준만을 정하고
그저 그 상황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낸다.
어린아이들과는
그저
그날 하루가 만족스러우면 그걸로 여행은 성공인 것이다.
다섯 명의 구성원 중
한 명이라도 바라는 순간 균열이 생긴다.
남편은 하루에 관광지 한 곳은 갔으면 한다.
하루를 꽉 채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남편이 그 바람을 고수하거나
그러지 못해 시무룩하면
누군가에겐 불만이 생긴다.
구성원의 불만은
불편하지만 꾸준히 모두에게 전달된다.
여행의 소중한 시간이 즐겁지 않다.
어떤 여행은 숙소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했고
어떤 여행은 유명한 관광지를 가지 못했다.
그 마음을 비워야
여행 자체에 의미가 생기고
작은 것도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아이들은 보통 만족한다.
어른들도 그 안에서 만족할 만한 요소를 찾아낸다.
맛있는 걸 포장해서 먹는다거나
아침마다 예쁜 바닷길이나 산책길을 혼자 뛴다거나
가장 예쁜 카페를 찾아간다거나
숙소에서 읽고 싶던 책을 읽는 식으로.
심심할 것 같은 그 순간들이 모이면
우리만의 의미가 생긴다.
바라지 않음이 만족을 가져온다.
바라는 마음은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
상대의 부족한 점을 바라보고
나아지길 바라기보다
상대를 그대로 바라봐주길.
마흔 근처의
당신에게 하는 말이자
내게 하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