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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키 Nov 18. 2023

엄마의 투병(2)

 엄마가 입원한 과는 주로 뇌출혈환자들이 주로 가는 신경외과다.  우리는 간병인부터 구해야 했다. 좋은 분을 구해야 하는데 간병인에 대한 정보도 없고 막연하기만 했다. 다행히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가 퇴원하고 마침 간병여사님이 우리한테 먼저 손을 내밀어 주셨다. 우리는 마땅한 대안도 없고 급한 사정으로 그 여사님께 엄마를 맡겼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지리 복도 없는 엄마가 한 가지 있었던 것이 그 간병인을 만난 복이었다. 간병인 여사님은 연변분이셨고 약간은 낯설었지만 우리 엄마한테 지극 정성을 다하셨다.  우리가 그 간병인 여사님을 선택한 것은 신의 한수 였다. 


 의학지식이 없었던 우리들은 의사 선생님과 면담내용을 동의를 구해서 녹음하고 톡방에 올려 엄마의 상태를  공유했다. 속상하고 힘들 때마다 화도 내고 서로를 의지하고 위로해 가면서 뇌출혈환자가 좋아졌다는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다. 그때 언니들이 없었다면 어떻게 감당했을까? 새삼 언니들한테 고맙다. 혼자 계시는 아버지도 챙겨가면서 우리는 여느 직장인처럼 아침에 일터로 가야 했고 집에 오면 자식들을 챙겨야 했다. 아마 그런 일상이 지속되지 못했다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는 일주일에 3번 신장투석을 받고 수시로 재활치료도 받아야 했다. 주로 간병인이 옆에 계시지만 어쩌다가 집에 가시는 날이면 우리가 돌아가면서 엄마를 간병했다.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엄마가 무슨 재활치료를 받을까 생각했지만 엄마 같은 환자도 재활은 이루어졌다. 엄마는 휠체어에 앉을 수도 없는 상태라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이동도우미의 도움으로 재활실로 옮겨졌다.  재활치료실에서 걷기 연습을 하거나 실내자전거 타는 환자들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 엄마는 언제 저렇게 될 수 있을까 한없이 부러웠다. 아니 휠체어만이라도 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워있는 엄마가 받는 재활치료는 침대에 누워있는 채로 거꾸로 물구나무서기 하듯 침대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었다.  그렇게라도 신체의 자극을 주는 운동일 것이다. 


 그날은 재활치료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가려고 이동도우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도우미가 오지 않는 것이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재활치료실에 아무도 없고 다른 환자들은 다 가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은 엄마와 나 둘 뿐이었다. 그때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왔다. 엄마엄마~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불러봤지만 내 맘을 알리 없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무심히 눈 감은채 누워만 계셨다. 갑자기 엄마가 안 좋아지면 나 혼자 어떻하지? 이 세상 아니 이 병원에서 우리 모녀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은 채 버려진 느낌이었다.  속상하고 무서웠고 또 서러웠다. 한참 후에야 치료사들이 들어와서 다시 연락을 주고받더니 이동도우미가 그때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라도 와준 것이 고마왔다. 그때 나에겐 따질 힘도 용기도 없었던 거 같다. 


 그렇게 종합병원에서 두 달 정도 지나니 엄마는 눈을 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눈을 마주치기도 하고 가끔 말을 하기도 했다. 우리를 알아보는 거 같기도 했다. 미세하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조금씩은 좋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여전히 엄마는 본인의 의지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침대에서 앉지도 못하고 먹는 것도 코로 들어가는 호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폐 쪽에 물이 차서 호흡이 힘들어져서 심장내과로 전과를 하게 되었다. 몸은 다시 퉁퉁 붓고 의사 선생님은 급기야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까지 하셨다. 여기까지도 참 힘들게 왔는데... 우리는 엄마가 또 이 고비를 넘겨서 좋아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할 것이 없었다. 


 그때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엄마가 1년만 더 사시면 조금 서운하지만 그래도 감사하겠다고 맹세했다.  욕심 좀 보태서 3년을 더 사시면 그때는 하나도 서운해하지 않고 정말 정말 더 바랄 것이 없고 더 바라면 그건 욕심이다라고 생각했다.  나 나름의 간절한 타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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