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귀 맞는 남매(아들 이야기)

사랑이 만든 괴물

by 선하게



내 아이가 맞았다.


뺨을. 그것도 가족 안에서.


한 번은 아들이었고, 이번엔 딸이었다.
두 번의 따귀.
두 번의 침묵.
그리고 이제야 꺼내는, 엄마의 분노.

첫 번째는 아들이었다.
그날 아이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편의점에서 매운 라면을 종류별로 한가득 사 왔다.
흔히 말하는 ‘맵찔이’인 아이가
먹지도 못할 온갖 라면을
숨도 안 쉬고 입안에 계속 욱여넣었다.
입 안이 얼얼해질 때까지...
그건 분명히,
매운맛으로 감정을 눌러보려는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눈은 퉁퉁 부었고, 뺨은 빨갰다.
그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학교에서 형한테 맞았어.”

그 순간,
나는 하던 일을 멈췄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참았을까,
그 마음을 생각하니 심장이 조여왔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는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아이에게 물었고,
그 아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때렸어.”

그 말을 들은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그 아이에게 소리 질렀다.
“너의 부모를 걸고, 정말 안 때렸어?”
그러자, 그 아이는 “네, 안 때렸어요.”

죄책감 하나 없이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모까지 걸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아이에게
진실이라는 게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어릴 적 우린 같은 동네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함께 육아하며 키운 조카였다.
그 아이가 그런 식으로 말을 뱉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순간,
우리는 한순간에
뺨 맞았다는 ‘거짓말쟁이’가 되어 버렸다.
억울한 하루하루가 이어졌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나는 학교에 CCTV 영상 확인을 요청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조카는
일이 커졌다는 걸 알고
결국 때렸다고 실토했다.
그제야 이모와 아이는 우리 집에 찾아와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아들의 삶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 일 이후
아이의 상태가 달라졌다.
아침에 눈을 뜨면 구토를 했고,
학교 가기를 두려워했다.
불안은 몸을 잠식했고,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다.
때문에 학교를 한 달 넘게 가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모든 공부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은 5kg 이상 빠졌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아들은 단지 한 대의 뺨을 맞은 게 아니었다.
거짓말과 배신, 침묵 속에서 존재 자체가 흔들린 거였다.

그 후로 나는 언니와의 연락을 끊었다.

아니 내가 끊기도 전에 언니가 먼저 모든 걸 차단했다.

함께 다닌 학원, 카톡 사진, 집안 행사 불참 등...

하지만 들리는 말은 이랬다.
"너네 아이가 맞을 짓을 한 거야.”
그 말은, 언니의 남편, 즉 형부가 내게 직접 한 말이었다.

그렇게 해서,
맞은 아이는 피해자가 되었고,
때린 아이는 사라졌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존재하는 기묘한 구조가 이렇게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그 일 이후에도
나는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언니의 아이들 졸업식에 다 다녀왔다.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축하하고, 사진도 찍고, 용돈도 챙겼다.
나는 그렇게 늘 해오던 방식대로 마음과 도리를 지켰다.

바보처럼...

그런데,
형부는 나를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아는 체도, 인사도, 눈빛조차 주지 않았다.
여전히, 뻔뻔한 태도로 나를 내몰았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도리를 지킨 사람’은 결국
‘호구’가 되는 구조 속에 있었구나.

도리를 지킨 나는,
상처만 남았고
정작 그 도리는
나에게만 적용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났다.
그 일이 있었던 건 2023년.
그리고 2025년, 며칠 전의 가족 행사에서
나는 다시 언니를 마주하게 되었다.

참 이상했다.
시간이 흘러도, 어색함은 그 자리에 그대로였고
언니는 한 마디 사과도 없었다.

대신,
자기 아이는 지금도 공부 열심히 하고,
육군사관학교를 준비하는 모범생이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그 아이의 지금을 설명하는 게
과거의 잘못을 덮는 시나리오처럼 느껴졌다.

‘봐, 우리 아이 잘 컸잖아.
결국 내 방식이 맞았던 거야.’
그런 말이 말속에 묻혀 있었고
언니는 여전히
자신이 도덕적이고 옳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너무 멀었다.

그리고 느꼈다.

다신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그날 이후,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을 씁니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당신의 마음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