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네 아줌마다

아줌마도 꿈꾼다

by 서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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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없이 쏟아내야, 뒤돌아보지 않는다


피부 실기 도전을 네 번째 했을 때의 이야기다.

합격 기준은 60점.

나는 매번 1~2점 차이로 불합격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기에

결국 모든 과제를 처음부터 다시 연습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어느덧 열 달.

누군가는 세 달이면 딴다는 자격증이라지만

나는 지금도 여전히,

10개월째 연습 중이다.

한 번은 자꾸 낙방하는 내 모습이 안쓰러우셨는지

엄마가 멀리 제주에서 올라오셨다.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것도 모자라,

내 실기 도구와 수건까지 매일 빨아주셨다.

처음엔 몇 번 도와주시다가,

계속 쌓여만 가는 수건과 해면, 유리볼들을 보시며

“이제 그만하라”는 말을 툭 던지셨다.

딸이 살림하랴, 연습하랴

지쳐가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엄마도 속으로 무너졌던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하다 보면 되겠지”라며 막연히 응원하시던 분인데,

이 시험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시고는

“이건 정말 사람 피 말리는 거구나” 하셨다.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이건 그냥 피부미용 자격증이니까.

그리 어렵지 않을 거고,

3개월만 투자하면 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웬걸.

이 시험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언젠간 되겠지’ 하는 막연함 하나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험이었다.

누군가가 이 자격증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할 거다.

“하지 마세요.”

특히 나처럼

집과 아이를 돌보는 주부라면

몇 번은 꼭 생각해 보고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제, 네 번째 시험을 치렀다.

시험장에 들어서면서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 하나가

내 온 신경을 시험에 집중하게 했다.

항상 시험만 보면 떨었던 나에게

엄마는 조용히 안정제를 건네셨다.

그 덕인지,

무대 위에 올라 춤을 추듯

나는 내 동작 하나하나에

혼을 담아냈다.

그동안 떨어질 때마다

나는 늘 ‘내 노력이 부족했나 보다’라며

스스로를 몰아세우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 모든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엄마가

시험 전날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너처럼 열심히 한 사람이

불합격 하나로 모든 노력을 부정당하는 이 시험은,

앞으로도 계속 너를 아프게만 할 것 같아.

그러니 이번엔,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편히 다녀오자.”

나는 그 말이 마음 깊은 곳에 박혔다.

어디서 나온 힘이었을까

나를 증명하듯,

마지막 춤을 추듯이,

그렇게 시험을 봤다.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내 실력을

어제는 미련 없이

있는 그대로 다 쏟아냈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았다.

만약 이번에도 불합격이라면

더 이상 이 시험에 도전하지 않기로.

그동안 충분히 할 만큼 했고,

나 스스로에게 충분히 증명했다.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자문하게 된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어쩌면

그 순간에 미련 없이 집중하고

온 힘을 다해 살아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조차

덜할지도 모른다.

나이는 들고

기회는 줄어들지만

나는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배웠다.

미련 없이 쏟아내야, 뒤돌아보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생각보다 더 놀라운 내가

눈앞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을 씁니다.

각기 다른 시선에서, 당신의 마음에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이야기로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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