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용서
한참 누워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느라 손바닥이 다 아프네요.
키보드를 빤히 바라봐요. 글자 쓰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많은 시간. 결국 이 시간이 또 찾아왔어요.
이 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다는 막연한 목적이 있을 뿐이라고 했지만,
그것이 나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는 외면하기 힘든 목표가 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너무 빨라서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목표도, 목적도 모두 다 너무 소중하고.
둘 사이의 전환 역시 사실은 전환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만큼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결국 저는 오늘도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네요.
지금.... 하고 싶은 말들이 복잡한 밀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집어삼키고 있나 봐요.
맞아요. 변화가 무서웠어요. 그것에는 거의 항상 옳고 그른 방향이 부여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성장을 외면해왔나 봐요. 오랫동안 성장만 바라봤으니 당분간은 성장보다 성찰을 주목해 보고 싶다고 말했죠.
"피식."
그런데 그 웃음이 항상 가슴속에 작게 하지만 선명하게 남았어요.
왜냐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생각하고 고민하며 앞으로를 준비했다는 말이,
성장도 강요하면 폭력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로 이어지기까지
사실은 누구보다 성장 기반의 변화를 의식한 것이었으니까요.
또 검열의 순간이 찾아와요.
"잘못된 순간은 없어. 변화를 의식하는 것도, 의식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다 그냥 그런 순간일 뿐이야.
그래. 네 말이 맞아. 정답보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싶었어.
하지만 너 역시 정답은 없다는 또 다른 정답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내 질문에는 답해주지 않았잖아.
사실 네가 누군지 모르겠어. 그래서 나도 누군지 모르겠어. 너와 나는 둘 다 결국 이 여자의 몸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아, 너는 결국 옳은 방향이었고, 나는 결국 잘못된 방향이었던 걸까.
주제도 모르고 날뛴 나를 감히 용서해 줬으면 좋겠다.
너도 이미 '나는 다른 사람보다도 나를 용서하고 싶었던 걸까'라고 생각했으니까."
맞아요. 사실 검열할 것도 없었을지 몰라요.
그냥 항상 상처받고 상처받아 또 다른 자기 자신에게까지 어려움을 겪는 저를 '감히' 용서하고 싶었어요.
제가 상처 입히고 죽이려고 했기까지 하면 뭐 어떠냐고,
어차피 저 아이는 결국 나 아니냐고 합리화하면서요.
정의롭지 못한 방향처럼 보였지만, 그렇게 하기라도 하면 둘 다 숨 쉴 틈이 생길 것 같았어요. 죽으려는 저도, 죽이려는 저도 모두 사실은 조금 숨을 돌리고 싶었나 봐요.
그런데 그 열쇠라고 생각했던 관용 또는 용서와 유배를 꺼낼 수 없더라고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사실 '우위'에 있었던 건 약하지 않았던 죽이려는 제가 아니라 강하지 않았던 죽으려는 저였던 거예요.
자살의 죽음적 면모만을 바라보려고 했지만,
종종 어렵지 않게
죽음의 자살적 면모 역시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모르겠네요.
상처 준 다른 사람을 향한 원망 속에서 용서의 딜레마를 해결해보려고 했던 그때의 저를.
어떻게 보면 '같은' 존재인데도 어색해하는 지금의 저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요.
감히 용서를 하고 싶은 걸까요. 용서를 받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둘 다 나누는 것이 무의미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