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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bel Aug 28. 2024

 Die beiden Wanderer - (1)

안개 속으로

독일사람들은 등산을 정말 좋아한다. 남쪽독일로 내려오면 알프스를 따라 등산할 수 있는 루트가 정말 많다. 

여름이 시작되면 산장이 열리는데, 예약이 쉽지가 않다.  평소에도 등산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등산용품을 파는 가게들도 거리에 즐비하다. 


카티와 독일에 가기 며칠 전, 아빠는 우리에게 지리산에 다녀오는 것은 어떠냐고 넌지시 물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가족들과 지리산에 자주 다녔었기에 흔쾌히 좋다고 말했고, 아빠는 우리보다 더 신나보이셨다. 

한국말을 모르는 카티에게 아빠는 지리산은 어디를 다녀와야 하는지 어디가 멋지고 얼마나 걸리는지 한국어로 열심히 설명해 주셨다. 


우리는 각자 백팩을 하나씩 매고, 집에 있던 온갖 등산용품을 넣어 지리산으로 향했다. 


성삼재 > 연하천대피소 >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천왕봉에 가는 길로 2박 3일을 잡고

아침버스로 새벽 다섯 시에 지리산에 도착했다. 


지리산국립공원 웹사이트


성삼재에서 연하천까지는 12.90km로 대략 9시간이 걸린다. 등산은 일찍 가는 거라는 아빠말씀을 듣고 도착하고 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잘 보이진 않았는데 노고단에 올라가니 그래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잠깐 쉬었다 가자 하고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산악회 분들이 어디선가 뿅 하고 나타나 과일이며 떡이며 챙겨주셨다. 

출처 이말년시리즈


날이 흐리긴 했어도 숲은 어둡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 나왔는데

구름이 물 흐르듯 넘실거리며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바위를 오르락내리락 한참을 걷는데도, 도대체가 이 길을 언제 끝나는 건지. 해가 져가는 것 같은데 

우리 앞 뒤로는 걷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카티가 저 앞에서 걷다가 


' 저기 어떤 사람이 안테나를 쥐고 뛰어다니고 있어 ' 

'왜?' 

' 한국말이라서 잘 모르겠는데,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 줄래? ' 


등산로가 아닌 곳에서 안테나를 들고 뭔갈 찾고 계시던 그분은 산 어딘가의 구덩이에 빠져나오지 못하던 아기곰을 찾고 계셨다. 


' 곰 찾고 계신다는데? '

' 산에 곰이 있어? 무슨 곰인데?'

' 반달곰이라고, 지리산에 서식하는 곰이야'

' 아기곰이라고 했어? '

' 어, 신기하네 저렇게 곰도 찾고'


나는 별 대수롭지 않게 가던 길이나 가자 했는데 카티는 얼굴이 사색이 돼서 대피소까지 얼른 가야 한다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 아기곰이 여기 근처에 있다면 엄마곰도 올 텐데 우리 얼른 대피소로 가야 해 ' 


나는 위험해 봤자 얼마나 위험하겠냐고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카티는 이미 엄마곰이 근처에 있는 것처럼 빛의 속도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걸었을까? 우리는 숲이 어둑어둑 해질 즈음 연하천 대피소에 들어섰는데 우리가 마지막이었다. 대피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예약이 취소되는데, 관리자 분이 시간이 지나도 우리가 나타나지 않자, 다른 분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그중에 어떤 분이 뒤에 여자애 두 명이 오고 있다고 말해주셔서

다행히 우리는 큰 문제없이 대피소에서 머무를 수 있었다. 


도착해서 씻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등산 오신 분들이 우리가 출발한 건 봤는데 한참을 도착하지 않아서 

다들 걱정하고 계셨단다.  

 

' 어 왔네? 하도 안 와서 오다가 힘들어서 돌아간 건 아닌가 했어 ㅎㅎ'


우리도 나름 부지런히 온 건데, 다른 분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도착했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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