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기조차 버거운 아침이 있었다.
핸드폰 알람을 끄고, 다시 눈을 감았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줄줄이 떠오르는데도
몸은 이불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러면 안 되지’
수없이 다그치면서도
몸은 점점 더 무거워졌다.
내가 게을러서 그런 줄 알았다.
의지가 약해서, 성실하지 못해서
내가 나를 망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속은 여전히 바빴다.
‘지금 해야 해. 빨리 일어나. 미뤄지면 더 힘들어질 거야.’
머리는 그렇게 소리치는데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심지어 며칠간 잘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기분도 울적하고, 이유 없는 죄책감이 자꾸 따라붙었다.
그때서야 알았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구나.
심리학에서는 이 상태를 ‘무기력’이라고 부른다.
에너지가 바닥나고, 마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사람은 자연스럽게 멈춘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을 탓한다.
“나는 왜 이렇게 안 되지?”
“다들 잘만 사는데, 왜 나만 이래?”
자기 비난은 무기력을 더 깊게 만든다.
내담자 중 어떤 이는 이런 말을 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근데 머리가 너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죄책감이 들었어요.”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당신이 애써 버텨낸 하루였어요.”
무기력은 게으름이 아니라,
마음이 ‘그만하자’고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의 무기력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기지개조차 켜기 싫은 날이면
억지로 움직이기보다
잠시 창밖을 바라본다.
햇살이 스며드는 유리창 틈,
길고양이가 하품을 하고 지나가는 모습,
내 앞에 놓인 따뜻한 물 한 잔.
그것들 안에서 아주 작은 감각이 깨어날 때가 있다.
그 순간이 무기력을 뚫고
다시 삶으로 돌아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무기력한 날이 올 때면
이제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괜찮아. 지금은 그냥 쉬어도 돼.”
“이건 나약함이 아니라,
지금 내 마음이 살아 있다는 증거야.”
그 말을 반복하며
나는 아주 조금씩,
나를 다시 꺼내오는 연습을 한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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