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


한 번 마음을 닫고 나면,

다시 여는 일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상처는 곧 벽이 되고,

벽은 익숙한 고립이 된다.


“괜히 또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어쩌지.”

“내가 먼저 다가가면, 또 무시당하진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결국 사람은

다시 손을 내미는 대신, 조용히 뒷걸음치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벽 사이로 아주 미세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느 한 사람의 표정,

작은 메시지 하나,

우연히 들은 말 한마디.


그것들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흔들림을 만들고,

닫혀 있던 마음이 아주 작게 틈을 낸다.


다시 손을 내민다는 건,

관계를 원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사람이 사람을 향해 손을 뻗는 그 행위 자체가

이미 감정의 회복이고,

존재의 복원이다.


나는 그런 순간을 기억한다.

서운했던 관계, 멀어진 사람,

오해로 끊긴 인연.


다시 손을 내밀기까지

수십 번의 망설임과 자존심의 진통이 있었고,

끝내 말 한 줄, 안부 한 마디를 꺼내는 데

용기보다 더 큰 용서가 필요했다.


그리고 알게 됐다.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사람이 잡아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잡아준다면 감사한 일이고,

잡아주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용감한 사람이라는 걸.


다시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건

그 어떤 응답보다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건 상처받은 마음이

다시 사랑을 향해 걷고 있다는 조용한 선언이기도 하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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