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로 살아남은 아이, 관계에서 사라지다


나는 늘 눈치로 살았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집안의 분위기를 먼저 읽었다. 아버지의 발소리만 들어도 오늘 집안의 공기가 어떤지 알 수 있었고, 엄마의 한숨 소리만으로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빨리 눈치챘다.


나는 늘 누군가의 기분을 먼저 살피고, 그 기분에 맞춰 나를 조절하며 살아왔다.


화를 내면 안 되는 아이, 투정 부리면 안 되는 아이, 말없이 참는 아이, 늘 괜찮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예의 바르고 착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이 마냥 따뜻하게 들리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착하다고 하면 날 바보로 보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착한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방식이었다.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나는 관계 안에서도 나를 드러내기보다, 늘 조심스럽게 존재를 숨겼다.


심지어 내가 사라지면, 갈등도, 불편함도 생기지 않을 것 같았고 모두가 편할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그림자 같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점점 작아졌고, 내 마음의 소리도 함께 작아졌다.


사람들은 나를 편한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이 아팠다.


편한 사람이 아니라,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 되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원하는 건 누군가의 기분에 맞추는 삶이 아니라, 내 감정을 존중받는 삶이었다는 걸.


그 깨달음은 아프고도 따뜻했다. 내 안의 지하창고에 혼자 남겨둔 아이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나도 여기에 있어. 나도 느끼고 있어."


이제 나는, 조금씩이라도 내 감정을 표현하려고 한다.


무섭고 낯설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를 꺼내본다.


눈치 보며 살아온 내가, 이제는 나를 위한 관계를 꿈꾸기 시작했다. 진짜 나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내면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을 중심으로 한 회복과 성장의 이야기입니다."



"토요일 편에서는 '고통을 감추던 아이, 회복의 말을 배우다'를 주제로 상처 입은 아이가 회복의 언어를 만나며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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