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감추던 아이, 회복의 말을 배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척이 내 방식이었다.


어디서든 눈치로 살아남았고, 분위기를 먼저 읽었고,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들에게 내가 책임져야 할 내 몫의 감정을 가늠했다.


어릴 적 나는 아프다는 말을 쉽게 하지 못했다.


누군가 나를 돌봐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던 나는, 자주 '나는 괜찮아'라고 나를 속이며 가면을 썼다.


내가 솔직하게 감정을 꺼내면, 그게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참고, 눌렀고, 결국 감정을 느끼는 것 자체가 불편해졌다.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헷갈릴 만큼, 나는 감정에 둔감해져 갔다.

나아가 감정이 단단하게 굳어서 화석화되어 갔다.


그런 나에게 '회복'이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너무 멀게 느껴졌다.


감정을 이야기하면 무너질 것 같았고, 그 무너짐을 누가 받아줄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느끼지 않는 이상, 진짜로 회복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감정을 느끼는 연습부터 시작했다.

내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관찰하였다.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에 이름 붙이기 시작했다.

'나, 속상해.' '나, 외로워.' '나, 무서웠어.'


느껴지는 감정을 입 밖으로 표변하기 시작했다.

이 짧은 문장들이 입 밖으로 나올 때마다 어딘가에서 얼어붙었던 내가 조금씩 녹아내렸다.


돌이켜보면, 감정을 표현한다는 건, 나를 세상에 연결시키는 첫걸음이었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그 이해를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 그제야 마음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여전히 나는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


누군가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줄 때, 그 따뜻한 눈빛에 나는 조금 더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면서, 그들의 감정과 삶의 파편들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해낸,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말하지 못했던 고통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비로소 회복은 시작됩니다. 일요일에는 '마음이 숨 쉬는 법을 배우다'라는 제목으로, 감정을 숨겨온 이들이 어떻게 따뜻한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되는지를 나누겠습니다."


"진심으로, 삶을 함께 돌아보고 싶은 분이라면, 구독을 통해 천천히 함께 걸어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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