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사람들 틈에 서 있었지만,
마음속은 한없이 멀어져 있었다.
말 한마디를 꺼내기 전에
머릿속에서 수십 번 돌려보는 버릇.
혹시 누군가 상처받을까,
혹시 나를 오해할까 하는 불안.
그게 내 일상이었다.
어릴 적부터 배운 건
조심하는 법이었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는 걸,
남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게 안전하다는 걸,
몸으로 익혔다.
그래서 내 안에서 올라오는 분노나 슬픔은
늘 조용히 눌렀다.
“지금 이건 꺼내면 안 돼.”
그렇게 스스로를 단속하는 게
마치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 같았다.
그런데 상담실에서
처음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
“당신 안에도 늘 곁을 지키는 보호자가 있습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나는 늘 혼자였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알게 됐다.
그 보호자는 다름 아닌,
상처받지 않도록 애써 나를 지켜온 ‘나’였다는 것을.
비록 그 방식이
감정을 억누르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이었을지라도
그건 나를 지키기 위해 배운 생존 방식이었다.
그걸 깨달으니
억눌렀던 감정에 조금 미안해졌다.
그리고 보호자를 향해
작게나마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나를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날 이후로
감정이 올라오면 예전처럼 무조건 막지 않는다.
대신 잠깐 멈춰서
그 감정이 나에게 무슨 말을 전하려는지 들어본다.
마치 오래전부터 내 옆에 있던 친구처럼,
그 보호자와 나란히 앉아
같이 세상을 바라본다.
이제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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