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 내 인생의 +

by 오아시스

"그대는 뭐든지 잘 하지."

뜻밖의 말을 들었다. 스승님과 통화를 하는데 스승님은 내게 밑도 끝도 없이 그런 말을 날리셨다.

'헉스!'

내가 초등학교 때 들었던 말, 그 이후로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 한 말.

"스승님 다시 한 번 더 말씀해 주실래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가슴 속에서 꺼내지 못 했다. 정말 내가 듣고 싶어하던 말이라는 걸 그 순간에서야 나도 알아챘다.

"스승님만 내게 그런 말을 해 줘요. 알아요?"

"내가 그대를 잘 아니까 내가 하는 말이 맞지."

내가 받은 칭찬의 80%는 스승님께 들은 것 같은 느낌이다.



콜바넴이 내 마음을 흔들었던 이유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역겨운 부분까지도 덮어주는 사랑을 만나고 싶은 열망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닐까. 감정의 열병을 앓고 싶고 그게 사랑의 열병이었으면 좋겠고 그 상대가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고 바라는 열망, 한없이 친밀하고 싶은 열망. 그런 감정을 느껴봤던 게 언제였던가. 한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 세상으로부터 한없이 축복받았다는 느낌, 그래서 가슴이 부풀어 차올랐던 경험, 감정. 이 한번의 경험은 인생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사랑을 정신적으로만 나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정신적인 사랑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45세가 된 나는 친밀함은 몸에서 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새롭게 하고 있다. 몸으로 닿았을 때 느끼는 친밀감. 존재의 안까지 파고 들어가는 느낌은 몸만이 줄 수 있는 친밀감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인생은 모든 걸 경험하며 살 수 없다. 사랑을 한번 해 봤는데 그 사랑이 완벽한 배신으로 끝난 걸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경험했다. 하필, 그 많고 많은 경험들 중에. 받아들였다. 이 경험이 내게 왔고 나는 이런 경험을 하느라 20대와 30대가 흘러가버렸고 40대에는 받아들인거다. 씁쓸하지만 돌아보고 후회하고 한탄하는 마음을 놓아버렸다. 앞으로 내게는 몸을 깊이 느끼고 싶다는 상대를 만날 수도 만나지 못 할 수도 있다. 몸이 주는 친밀감을 느껴보지 못 하고 죽다니, 아깝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어느 때보다 나 자신과 깊이 교류하고 있다. 바람이 불 때 걸어가면서 나 자신과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가벼운 충동이 기분 좋다. 내가 나를 지지하고 나를 꼬옥 보듬어주는 친밀감을 내게서 느끼고 있다. 나에게서 친밀감을 느껴도 가슴이 빵빵하게 차오른다. 나랑 친밀해지면 보름달처럼 밝고 따사로운 노란빛이 내 몸과 마음을 가득 채운다는 사실도 중년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만나지 못 하는 인생의 스승님, 문학의 스승님을 만났다. 내게는 얼마나 소중한지, 우주가 배신한 사랑 -만큼 +로 채워주신 스승님이라고 생각한다. 스승님이 내게 또 말했다. “그대는 뭐든지 잘 하지.” 내 모든 비극에도 축복받은 인생일 수 있는 이유, 한없이 지지해 주는 스승님이 계시기 때문이다.


사랑을 통해 느끼기를 기대했지만 내 인생은 뜻밖에 스승님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감정들을 알고 느끼게 한다. 뜻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