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서 탈피해야 할까?
도전하자며 꿈틀대는 에너지와, '가만히나 있자' 하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방황하던,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답을 내지 못해 불안한 마음을 덮고자 그저 눈앞에 있는 과제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태우듯이 살아내는 것으로 안위하였다. 본질에 다가가지 못하고 "열심히"로 덮어버리는 하루를 또 버티기 위해, 다시 "열심히"가 이어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겸손으로, 깊이 있음으로, 대단히 열정적인 것으로 여겼다. 타인의 오해와 나의 방황은 그렇게 박자를 맞춰가며 나의 삶을 더욱 높이 띄우고, 동시에 더욱 깊은 수렁과 혼란으로 빠뜨렸다.
과거의 어느 부분은 이제와 깨달음이 되어 선명히 보이고, 또 어느 부분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숨어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은 오랜 시간 뇌와 온몸의 근육 세포에 "행동 습관", "사고 습관"으로 배어있을 것이다. 그것에 열정, 겸손함, 낮은 자존감, 불안함, 그 어떤 명칭을 붙이던, 어디서 시작되었든지 전혀 상관없이, 깨달았든 아니든 간에 아무 상관없이 말이다.
젊은 유투버들이 또래에게 인생 조언을 하는 방송들이 있는데, 어느 채널이 말도 참 맛깔나게 잘하고 '아하' 모먼트도 있어서 가끔 보고 있었다. 어느 날, 20대 후반이나 이제 막 30대 초입쯤 될 것 같은 그 유투버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제 방송에 30대, 40대도 다수 들어오시는데, 그 나이에 아직도 과거 경험에서 충분히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다면 문제 있는 겁니다." 그게 꼭 나에게 일대일로 직접 말하는 것 같이 들려서, 뜨끔해졌다. 눈의 콩깍지를 떼어내고 살던 대로 살아지는 모습을 나 스스로 객관화하여 보기란 그리도 쉽지가 않다.
뭔가를 하고 싶은 에너지는 나이가 들어도 꿈틀댄다. 어차피 죽음으로 귀결되는 한정된 삶이니 오늘 하루라는 선물 자체로도 귀하지만, 그 선물 위에 나의 색깔을 얹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여전하다. 누군가의 색깔과 섞여 번져가는 것도 보고 싶다.
잠시 머물러 있는 이 시간에, 어느 젊은 유투버가 뜨끔하게 던진 말 한마디를 자극 삼아 나를 돌아보면 어떨까. 꿈틀대는 에너지와, '가만히나 있자' 하는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나를 해방시키기 위해 무엇에서 탈피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