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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Feb 28. 2023

[DUGOUT 비하인드] 1화. 한화 이글스 문동주

From <DUGOUT MAGAZINE> 132호 (2022년 4월호)

코너 : DUGOUT Futures

인터뷰이 : 한화 이글스 문동주

일자 : 2022년 2월 15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뉴에라 대전 갤러리아점


영업이 끝난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

이미 손님들이 들어올 수 있는 출입문은 닫혔고,

각 매장 직원들은 마감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지만

단 한 곳만큼은 예외였다.


바로 대전 갤러리아 8층에 위치한 뉴에라 매장.

이곳만큼은 불을 환히 밝혀놓은 채

한 명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나타난 이날의 주인공,

데뷔 전부터 '대전의 왕자님'이라는 별명을 얻은

한화 이글스 최후의 1차 지명자 문동주였다.


"저도 익숙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좀 어색한 것 같습니다"


지명 전부터 화제를 몰고 다니며 일찌감치 미디어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던 그. 워낙 고교 시절부터 방송사 인터뷰 경험도 많았고, <더그아웃 매거진>과도 벌써 세 번째 만남이었던 탓에 이런 인터뷰 자리에는 많이 익숙해지진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직 그에게선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는, 영락없는 풋풋한 스무살 청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뉴에라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문동주

인터뷰를 진행한 날짜는 2월 15일. 한창 스프링 캠프 일정을 소화하며, 이제는 정말 프로라는 새로운 무대로 나갈 날이 머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1차 지명자'라는 타이틀 덕분에 주변에서 많은 기대까지 받고 있었을 터. 프로 첫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을 법도 했지만, 문동주의 속내는 조금은 달랐다.


"아무래도 프로라는 무대는 저도 처음 겪어보잖아요. 그래서 긴장이 된다기보다는 설레는 감정이 더 많아요. 이 설레는 감정을 잘 주체해서 멋진 모습 많이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문동주는 1차 지명자였음에도, 스프링 캠프는 1군 선수단이 아닌 퓨처스리그 선수단에 합류했다. 아직 1군 레벨만큼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은 탓이었다. 시작부터 1군 코칭스태프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그 기회가 잠시 미뤄진 것이었다. 조금은 풀이 죽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문동주는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지한 다음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아직 제 몸 상태가 1군에 올라갈 정도가 안 됐어요. 일단 2군에서 충분히 준비 잘 한 다음, 나중에 1군에서 더 완벽한 모습 보여드리려고 해요. 지금은 2군에서 준비 잘 하고 있습니다."


눈앞에 놓인 훈련에 최선을 다한 결과는 머지않아 나타났다. 그를 지켜본 최원호 2군 감독과 박정진 코치가 문동주의 기량과 훈련 상태를 보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던 것. 그리고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온 페이스에, 문동주는 인터뷰가 끝난 후 2주 정도가 후였던 3월 1일, 대전으로 콜업되어 모든 코칭스태프가 지켜보는 앞에서 불펜피칭을 하기에 이른다.

(출처 - 유튜브 'Eagles TV)

이날 문동주는 우상 류현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최고 155km/h(평균 151km/h)의 직구를 뿌렸고, 비시즌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22시즌 홈경기에서 투구하는 문동주 (출처 - 한화 이글스)

그리고 인터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야구에 대한 그의 '자신감'이었다.


보통 신인에게서 보이는 자신감이라는 것은 '첫해부터 10~15승을 거두겠습니다' 라거나, '선발진의 한 축이 되겠습니다' 같은 담대한 포부를 말하는 선수의 것으로 설명되곤 한다. 하지만 문동주에게서 발견한 자신감은, 조금은 결이 달랐다. "첫 시즌을 앞두고 목표하고 있는 게 있을까요?" 흔히 데뷔를 앞둔 신인에게 주어지는 통과의례 같은 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벌써부터 특정 목표치를 생각하기에는 제 몸 상태가 많이 올라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우선 제 피칭 상태를 100%로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그 뒤에 생각해보려고요."


물론 1차 지명 레벨의 선수라면, 바로 주전으로 자리잡겠다는 목표치가 결코 방자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1차 지명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빠른 시간 안에 즉시전력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불행하게도 모든 신인이 성공적으로 프로에 안착하는 것은 아니다. 되려 성급하게 성과를 보여주려다가 독이 됐던 사례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이 프로에서 안 통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말이다. 어쩌면 그런 조급함을 가져온 건 다름 아닌 '자신감의 부족'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문동주는 자신의 능력을 알고, 그것을 100% 발휘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당장 1군 캠프 명단에 들지 못 했을 지라도, 그것이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말이다. 거기에 시간이 조금 걸릴 지라도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기회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까지도.


일단 최대한 다치지 않고 좋은 모습 보여드리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그러다 보면 다른 결과들은 뒤따라 올 거라고 생각해요.

문동주의 시선은 당장 눈앞의 첫 번째 시즌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앞으로의 모든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낼 미래의 커다란 목표가 위치하고 있었다. 입단 첫 해부터 달게 된 에이스의 상징 '1번', 그리고 그 번호를 영구결번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각오가 그것을 말해준다. 10년 후, 언젠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할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요청에 문동주는 이렇게 답했다.


"10년 뒤의 동주야, 아마 지금처럼만 하면 계속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도 지금 이 마음 잊지 말고 잘하자. 또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자! 



22시즌 문동주 퓨처스리그 및 1군 성적
22시즌 문동주 날짜별 평균 구속 (출처 - 스탯티즈)

문동주가 첫해 1군에서 남긴 성적은 13경기 1승 3패 2홀드에 평균자책점 5.65. 시즌 전 기대치에 비하면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차례의 부상에서 회복하는 과정이 있었으며, 이제 막 프로 레벨의 몸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실패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게다가 이닝 수보다 많은 탈삼진 개수, 2할 초반의 낮은 피안타율은 그에게서 기대하는 '파워피처'로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던 부분이었다.


22시즌 문동주 마지막 선발 세 경기 등판일지

<마지막 세 경기 성적>

15.0이닝 / ERA 3.00 / 20K / 8사사구 

피안타율 0.241 / WHIP 1.47


결정적으로 시즌 막판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그는 시즌 초반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마지막 세 경기는 모두 5이닝을 책임진 것은 물론, 최종전에서는 1위 SSG를 상대로 첫 선발승을 따내기도 했다. 분명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던 1년차 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문동주가 22시즌 소화한 이닝은 28.2이닝. 30이닝을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23시즌에도 그는 신인왕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유지된다. 시즌 막판의 활약과 더불어 작년보다 몇 단계는 성장했기 때문에, 올 시즌을 앞두고 그는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기대를 모은다. 나 역시 감히 올해는 그가 데뷔 전 기대했던 모습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인터뷰 후 모자에 기념 사인을 하고 있는 문동주

약 16분의 인터뷰가 끝나고, 문동주는 화보 촬영 및 기념 사인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은 뉴에라와 협업 인터뷰도 진행한 데에 이어 뉴에라 특집 인터뷰도 진행했던 터라 평소보다 인터뷰 시간이 확연히 짧았다. 그럼에도 그 짧은 시간동안, 내가 문동주에게서 받은 인상은 실로 강렬했다.


이토록 어른스러운 생각을 갖고 야구에 임한다는 것. 이 자체만으로도 그를 다시 보게 됐다. 자연스럽게 응원할 마음이 생기는 선수라고 해야 할까. 이런 선수를 입사한 지 반년도 안 되서 만났다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념으로 받은 문동주 사인볼

거기에 사인이 갈수록 멋있어진다는 말에 "저 그동안 연습했어요!" 라고 깨알같이 자랑하는 모습은 원고에 담지 못했던 킬링 포인트. 이런 그를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나.. '문동주 보유팀'을 응원하는 한화 팬들의 마음이 공감되는 순간이었다.



처음으로 수도권 구장이 아닌 곳으로 출장을 가서 진행했던 인터뷰.

낯선 곳에서의 인터뷰였지만, 그만큼 더 기억에 많이 남고 인상적이었다.

DUGOUT Behind의 첫 에피소드로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첫 해인데 신인답지 않게,
좋은 모습 많이 보여줬다는 말을 많이 듣고 싶습니다.

첫 시즌이 어떻게 기억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대한 문동주의 답변이다. 딱 1년 정도가 지난 이 시점에서, 그는 첫 시즌을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또, 스스로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뤘다고 느끼고 있을까.


언젠가 꼭 다시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올 시즌 더 나아질 그의 야구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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