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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Mar 05. 2023

[DUGOUT 비하인드] 2화. kt 위즈 박병호

From <DUGOUT MAGAZINE> 134호 (2022년 6월호)

코너 : DUGOUT Story

인터뷰이 : kt 위즈 박병호

인터뷰어 : 김세연 아나운서

일자 : 2022년 5월 18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수원kt위즈파크


내 두 번째 출장이자,

처음으로 야구장에서 진행한 인터뷰.

하지만 하마터면 이날 참석 자체를 못할 뻔했다.


인터뷰 예정 시각으로부터 정확히 30분 전에 수업이 끝나는데,

집에서 수원구장까지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최대는 1시간 반...)


다행히도 이때 당시는 비대면 수업이 있었을 때.

이날 수업 역시 비대면 수업이었던 데다가

화면을 켜지 않아도 됐던 덕에 수원 가는 버스 안에서 핸드폰(...)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B+을 받았던 수업. 교수님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어쨌든 이렇게 좋은 우연들이 겹처,

나는 KBO 홈런왕을 만나러 갈 수 있었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오늘 <DUGOUT Behind>의 주인공은

지난 시즌 35홈런을 때려내며 완벽한 부활에 성공한, 국가대표 1루수 박병호다.



"앞선 2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찾아뵙지 못했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인터뷰 전날까지 5월 14경기에서 무려 8홈런을 몰아치며 '돌아온 홈런왕'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던 박병호. 그의 답변에는 자신감과 힘이 가득했지만, 반대로 차분함과 조심스러움도 엿볼 수 있었다.


"요즘 5월달 들어서 잘 맞았던 거는 사실이에요. 많은 장타도 나왔고. 제가 자신감을 갖는 데에는 충분한 성적인 거는 맞지만, 오늘 경기가 끝났으면 바로 내일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는 걸 항상 되새기고 있어요. 앞선 시즌들이 너무나 안 좋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성과에 만족하기보다는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박병호 선수(좌)와 이날 인터뷰어였던 김세연 아나운서(우)

지난 2년 간의 부진이 그에게 크게 다가왔던 탓일까. 다시금 되찾은 '홈런왕'으로서의 모습에도 그는 크게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홈런왕 타이틀에 대한 의식은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의 목표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숫자가 포함된 것이 아니었다.


"kt로 오면서 마지막 시즌이 끝났을 때 웃으면서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겠지만, 정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kt 팬분들한테 kt에 온 걸 환영받는 게 제 목표입니다."

22시즌 박병호 월별 성적

크게 동요하지 않고 본인의 페이스를 유지한 덕이었을까. 박병호는 35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당당히 홈런왕에 올랐다. 2위 피렐라와는 7개 차이가 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그의 홈런은 단순히 많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35개의 홈런 중 1점차 이내에서 나온 게 무려 20개였고, 경기 후반부(7~9회)에 때려낸 홈런도 13개에 달했다.


승패를 결정짓는 클러치 상황에서 그의 홈런은 더욱 빛났고, 팬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안겼다. 과연 kt 팬들 중 그의 활약에 웃음 짓지 않은 이가 있었을까.



출처 - kt 위즈

그렇게 '마법사 전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박병호. 공교롭게도 그가 이적할 무렵, 과거  동료이자 kt의 최고참인 유한준이 은퇴를 선언했는데, 이때의 감정을 묻는 질문에 박병호는 이렇게 답했다.


"사실 한준이 형이랑 다시 한번 야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좋았는데, 은퇴한다고 하니까 너무 슬펐어요. 또 고참 선수들은 이게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 생각에 더 슬픈 것도 있었어요."


이제는 유한준을 대신해 베테랑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던 그. 박병호 역시 자신이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참이라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본기에 충실하고, 열심히 뛰어다니고, 또 더그아웃에서 파이팅을 내주면서요. 제가 야구를 잘하든 못하든, 말보다는 직접 보여줘야 동료들에게 더 믿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는 자신이 특별히 야구에 관한 조언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후배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그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을 테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실천으로서 귀감을 주는 존재. 박병호는 어느새 참된 '베테랑'이 되어 있었다.


이제 7회쯤 됐을 것 같아요.
구체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이제 거의 끝나가는 중입니다.


"본인의 야구 인생을 경기에 비유한다면?"에 대한 그의 답변이다.

어느덧 걸어온 날보다 걸어갈 날이 적게 남았다고 느껴질 시점. 박병호는 자신의 야구인생의 최종장에 들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kt와의 3년의 계약기간 중 벌써 1년이 지났고, 앞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앞으로의 활약에 따라 개인 통산 400홈런도, 개인 첫 한국시리즈 우승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현재 박병호의 통산 홈런 개수는 362개로, 2년 간 평균 19개를 기록한다면 달성 가능.)


유독 경기 후반에 강해지는 그이기에, 그의 마지막 이닝도 기대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우직하게 본인만의 야구를 해온 그가 남은 세 이닝을 어떻게 장식할지 궁금하다.


인터뷰 후 기념 사인을 하는 박병호

개인적으로 LG 시절부터 응원하고 좋아했던 선수이기에, 그를 마주한다는 것은 정말로 꿈 같은 일이었다. 만약 수업이 문제가 된다면 교수님에 양해를 구하고 빠지고 싶었을 정도로.


워낙 그의 야구 인생을 응원하고 동경했기 때문이었을까. 여러 선수를 인터뷰한 지금까지도 이날의 설렜던 감정은 잊기 힘들다. 그야말로 '꿈'을 이룬 날이었으니.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인스타 계정 업로드 당일 내 인스타 스토리

 나 역시 그의 야구에 많은 감동과 희열을 느꼈기에, 그의 부활이 실로 반가웠다. 작년 시즌 막판까지 이어진 그의 극적인 홈런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그래, 우린 아직 박병호의 시대에 살고 있지!"

언젠가 꼭 받고 싶었던 사인볼.

                    



"본인에게 야구란?"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이자, 워낙 추상적인 질문이라 많은 선수가 어려워하는 질문이다.

그 이유로 최근에 나는 이 질문을 잘 안 쓰는 편이다.

독창적이거나 재밌는 답을 이끌어내기가 워낙 어렵기도 하고.


박병호 선수 역시 워낙 이 질문을 많이 어려워했는데, 고민 끝에 나온 그의 답은 이러했다.


제게 야구란 행복인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야구를 안 한 시간보다 한 시간이 훨씬 길었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많은 행복을 느꼈거든요.


박병호의 야구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정말 기분 좋을 수밖에 없는 답이 아닐까. 그의 야구를 보면서 우리가 행복했던 것처럼, 그 가운데에서 그 역시 행복했다는 의미이니 말이다.


오늘의 비하인드를 마무리하면서 기도해본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선수생활에서도 그의 야구에는 행복이 가득하기를!

출처 - 프로스펙스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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