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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MK Apr 17. 2023

[DUGOUT 비하인드] 5화. 두산 베어스 윤준호

From <DUGOUT MAGAZINE> 139호 (2022년 11월호)

코너 : DUGOUT Universe

인터뷰이 : 두산 베어스 윤준호

일자 : 2022년 10월 5일

형식 : 대면 인터뷰

장소 : 더그아웃 매거진 스튜디오


작년 9월 15일에 열린 23 KBO 신인 드래프트.

110명의 청춘이 '프로선수'라는 꿈을 이뤘고

누군가는 KBO를 이끌 주역으로 성장할 테다.

작년 드래프트는 유독 많은 이목이 집중됐는데,

모처럼 아마야구가 큰 관심을 모은 한 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건 다름아닌 '최강야구'.

단순히 은퇴선수들의 회춘 뿐만이 아니라

출연하는 고교/대학 선수들의 모습이 화제가 되며

라이트팬에게까지 아마야구의 매력을 전파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이날의 인터뷰이 역시

최강야구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은 주인공이다.

이 선수를 만나러 가는 길이

흡사 연예인을 보러 가는 것처럼 느꼈을 정도.

<DUGOUT Behind>의 다섯 번째 주인공.

전 동의대학교 포수이자, 현 두산 베어스의 포수 윤준호다.


"하도 바쁘게 지내서 시간이 어떻게 간지도 모르겠어요. 이러저런 일로 정말 바빴습니다"


드래프트 지명 이후 한 달 정도가 지난 시점, 윤준호는 감격의 소회에 젖을 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명 직후에는 한창 열리고 있던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에 참가해야 했고, U-리그 이후에는 2년 연속으로 WBSC U-23 야구월드컵 국가대표로도 선발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각종 미디어에서 빗발치는 인터뷰 일정까지.


심지어 이날도 인터뷰 직전까지 끼니도 거른 채 대표팀 관련 일정을 소화했단다. 다행히 우리 회사에서 준비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고.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진지함과 유쾌함을 오가는 윤준호의 이미지


인터뷰 전 진행된 화보촬영. 워낙 살인미소(?)로 유명한 그이기에 어떤 사진이 나올까 굉장히 기대했는데, 그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진지하고 멋있는 표정을 짓다가도 웃어달라는 촬영 감독님의 요청에 곧바로 해맑은 웃음을 보여줬다. 어떻게 이런 갭차이를 보일 수 있는지 매번 신기할 지경.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그렇게 화보 촬영 후 자리를 옮겨 회의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짧은 근황 토크 후 나눈 주제는 역시나 드래프트 이야기. 두 번째라 긴장감이 덜하진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당시의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전해줬다.


"두 번째다 보니까, 어떤 절차로 진행되는지 잘 알잖아요. 그리고 처음보다는 조금 안정권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지 전날만 해도 긴장은 딱히 안 됐어요. 그런데 당일 아침이 되니까, 와.... 미치겠더라고요."

화보 촬영 당시 포즈를 취하는 윤준호

마치 수능장에 들어서는 재수생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에디터 역시 스무 살에 재수를 한 경험이 있기에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라. 하지만 윤준호는 유독 긴장한 정도가 심해서 밥까지 못 먹을 정도였다고.


"부모님과 서울에 도착해서 밥을 먹는데, 진짜 반도 못 먹었던 것 같아요. 밥이 넘어가질 않더라고요."


본인도 이 정도로 긴장했을 정도인데,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그의 부모님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당시 부모님은 어떠셨냐는 질문에 윤준호의 답은 뜻밖이었다.


"부모님도 되게 긴장 많이 하셨죠. 그런데 두 분은 밥은 잘 드셨어요." (웃음)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그렇게 긴장감을 안고 들어간 드래프트장. 이미 대학 최상위 레벨의 포수라는 건 정평이 난 데다가, 최강야구를 통해 쌓은 인지도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그가 프로에 가리라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윤준호는 4년 전 실패가 있었던 탓에 절대 안심하지는 못했다고.


"대학 4년 동안 열심히 했고, 노력한 저 자신을 믿었어요. 약간의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절대 안도하진 못했어요. 끝까지 긴장의 끈은 놓지 못한 것 같아요."

그리고 그는 5라운드 전체 49번으로 두산에 지명되면서 두 번째 드래프트에서 감격스러운 프로행을 결정지었다. 한 번의 실패, 하지만 4년 간의 간절함이 비로소 빛을 본 순간이었다.


혹자는 그가 최강야구 출연의 덕을 본 것은 아닌가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윤준호는 최강야구에 나온 덕에 지명받은 게 아니라, 원래 자격을 갖춘 그를 최강야구에서 미리 만나본 것 뿐이라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좋은 기회가 왔는데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잖아요. 어차피 하기로 한 거, 진짜 마음 강하게 먹고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그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최강야구. 그는 방송을 통해 단순히 유명세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야구선수로서의 자신의 기량을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초창기에 7할에 육박하는 타율과 '탈 아마추어급' 수비 능력은 어째서 그가 대학 최고의 포수 중 하나인지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윤준호에게 최강야구는 단순한 '경력' 그 이상의 의미였다. 수많은 기라성같은 선배와 함께 하면서, 그는 야구선수로서 더욱 단단한 내면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함께 프로에 진출한 kt 위즈 류현인과 팬레터를 읽을 때 많은 걸 느꼈다고 답했다.


"저랑 현인이가 드래프트를 준비하는 걸 보면서 응원도 하고, 저희 덕에 힘을 얻으셨다는 분이 있었어요. 제게 드래프트가 중요했던 것처럼, 그분에게는 시험이 중요했을 거잖아요. 그때 '누군가가 나를 보고 힘을 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기분이 묘했어요."


뿐만 아니라, 한 10살 팬의 편지를 받고 그는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감과 부담감 또한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가 베이징 올림픽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듯이, 만약 누군가가 최강야구를 보고 야구를 시작한다면 그 기억 속에 저도 있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니 소름도 좀 돋네요. 마냥 가볍게 야구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정말 자랑스럽고 떳떳한 선배이자 본보기가 돼야겠다고 다짐했어요."


한층 성숙해진 내면을 바탕으로 프로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그. 이러한 마음가짐은 그에게 분명히 좋은 자산이자 자양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35분 간의 대화를 마치고,

간단하게 기념 사인과 팻말 사진을 받으며 즐거웠던 인터뷰가 마무리됐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윤준호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인터뷰에 임했다. '부산 남자' 특유의 경상도 말투, 답변 중간에 툭툭 던지는 유머 코드, 그리고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는 호탕한 웃음소리까지. 덕분에 나도 아무런 긴장 없이 인터뷰에 임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상당히 진지한 질문을 많이 준비해갔는데, 그걸 모두 상쇄할 만큼 분위기가 정말 밝았던 것 같다.

인터뷰 후 기념 사인을 하고 있는 윤준호

하지만 까먹고 함께 기념사진을 안 찍었다(...)

다시 안 올 동의대 포수 윤준호와의 투샷은 영영 날아간 셈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아쉬운 부분.



"~년 후/~했을 때를 상상해볼게요. 지금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를 것 같아요?"


내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질문이다.

꽤 식상하지만, 선수들의 답변이 상당히 천차만별인 탓에 어떤 답변이 나올까 기대되는 유형이다.


이날도 "다시 <더그아웃 매거진>에 출연했을 때, 어떤 선수로 성장해 있으면 좋겠나?"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윤준호의 답변은 이러했다.


다시 인터뷰한다는 건 잘하고 있다는 의미겠죠?
무엇보다 한 팀에서
"그 자리는 윤준호 거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돼 있으면 좋겠어요.

물론 다음 만남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다.

허나 확실한 건,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거다.


여러 시련 끝에 얻어낸 '프로'라는 타이틀 속에서

지금처럼 간절하고 절실하게 꿈을 펼칠 테다.

그리고 그렇기에,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날 날이 꼭 오리라고 믿는다.


파이팅! 윤준호.

그가 하루빨리 잠실에 첫 선을 보이고

'두산 베어스 윤준호'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본다.

(출처 - 더그아웃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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