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DUGOUT MAGAZINE> 140호 (2022년 12월호)
코너 : DUGOUT Futures
인터뷰이 : KIA 타이거즈 김도영
일자 : 2022년 11월 14일
형식 : 전화 인터뷰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유형의 선수를 만나지만,
젊은 선수와의 인터뷰가 잡히면 유독 신이 난다.
특유의 서툴지만, 어린 기운 덕분인지는 몰라도
긴장감보다는 설렘과 신남의 감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날의 젊은 인터뷰이는
오랜만에 신남보다는 긴장감을 가져다줬다.
입단 전부터 일찌감치 화제의 주인공이었고,
많은 팬의 사랑을 받는 '예비 슈퍼스타'였기 때문.
게다가 전화 인터뷰도 워낙 오랜만이었던 탓에
나는 적잖은 긴장감 속에서
이 아기 호랑이와의 인터뷰에 임했다.
<DUGOUT Behind> 네 번째 주인공,
성장통을 딛고 더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다.
"실력적인 부분에서는 시즌 전이랑은 확실히 달라진 느낌이 있어요. 배운 것도 많고 해서 올 한 해는 그래도 만족을 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4할을 훌쩍 넘는 타율과 탈고교급으로 평가받은 빠른 발과, 거기에 강력한 펀치력까지. 여러모로 팀의 레전드인 이종범을 연상시키는 활약을 펼친 김도영은, 입단과 동시에 팀의 초대형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제 2의 이종범'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점쳐졌다.
그리고 그가 첫 시범경기에서 기록한 성적은 12경기 타율 0.432(전체 1위)에 OPS 1.068. 동성고 시절의 압도적인 성적을 프로에서까지 이어가자, 팬들의 기대는 커져만 갔다. 그렇게 김도영은 데뷔 시즌 개막전 리드오프로 낙점됐고, 그의 야구인생은 탄탄대로를 걷는 듯 했다.
※ 김도영 2022시즌 시범경기 & 정규시즌 성적
시범경기
- 12G 타율 0.432(전체 1위) 2홈런 5타점 3도루
출루율 0.432 장타율 0.636 OPS 1.068
정규시즌
- 103G 타율 0.237 3홈런 19타점 13도루
출루율 0.312 장타율 0.362 OPS 0.674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그는 다소 부침을 겪기 시작했다. 첫 한 달 타율이 0.179(84타수 15안타)에 그쳤으며, 장기인 도루도 단 1개에 그친 것이다.
"스스로 그린 제 모습이랑은 조금 거리가 있었어요. 생각했던 프로의 모습과도 달랐고요. 처음 머릿속에 있던 그림은 좋았는데, 그것과 차이가 생기니까 아쉬운 마음도 들었어요."
프로에서의 첫 슬럼프. 당황스러울 법도 했지만, 김도영은 그러지 않았다. 주변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차분하게 자신의 상태를 진단했다.
"저는 안 된 게 있으면 그날 반드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그게 독이 된 거죠. 타격폼도 저도 모르게 바뀌고 있었고. 돌이켜보면 단순히 타격 사이클이 내려가는 단계였던 건데, 괜히 폼도 바꾸면서 이유를 찾으려다 보니까 오히려 슬럼프가 길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차분하게 슬럼프의 원인을 진단한 그. 그리고 김도영이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한 열쇠는 바로 '마음가짐'이었다.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어요. 반드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타석에서 제가 해야 할 거에 충실하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죠. 그런데 그러니까 오히려 결과가 더 좋게 나오더라고요. 이 부분을 유지한다면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조급함을 버리자, 결과는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2할대 초반의 월간 타율은 올라갔고, 출루율도 높아지자 자연스레 주력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 또한 늘어났다. 특히 반등이 시작된 7월에는 월간 3홈런을 기록하며 조금씩 펀치력도 돌아왔다.
비록 첫 한 달의 부진이 컸던 탓에 최종 스탯을 드라마틱하게 뒤집지는 못했지만, 후반기에 보여준 그의 모습은 충분히 올해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김도영은 얼마 전 끝난 시범경기에서도 활약을 이어나갔다. 첫 시즌만큼은 아니더라도, 전체 타율 4위에 올랐을 만큼 준수한 성적. 그의 말대로 작년 후반기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분명 그에게 기대하는 좋은 모습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김도영 2023시즌 시범경기 성적
- 12G 타율 0.295 2홈런 8타점 3도루
출루율 0.354 장타율 0.477 OPS 0.831
"여기 행사 와서는 노래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인기가 없을 거라고 들어서 처음부터 춤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점수가 그렇게 낮게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많은 것을 배웠던 데뷔 시즌을 마치고, 처음으로 팬들 앞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자리를 가진 김도영. 그는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된 '호랑이 가족 한마당(호마당)'의 복면가왕 무대에서 뉴진스의 <Hype Boy>를 선곡했다. 가창력 뿐만 아니라 춤까지 보여줘야 하는 노래인 만큼 매우 파격적이었던 선곡.
"원래 춤은 진짜 소질이 없어서 노래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연습해봤는데 춤에도 소질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이날 엄청난 투혼(?)에도 불구하고, 김도영은 4위에 그쳤다. 실력과는 별개로 <Hype Boy>가 워낙 대세인 노래였던 데다가, 야구선수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곡 선정이었기에 Top 3에 들지 못한 것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인터뷰 중 그 때의 소감을 물어보니, 본인 역시 1위를 확신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저는 무조건 1등 할 줄 알았죠. 근데 좀 많이 낮게 나왔어요. 형들이 점수를 너무 안 주더라고요. 저인 거 알고. (시무룩)"
파격적인 무대로 호마당을 제패하고 싶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아기 호랑이. 23시즌 성적만큼이나 두 번째 호마당을 기약하는 각오 역시 남달랐다. 과연 그는 성적 상승과 더불어 올해 말에 있을 무대에서 복수혈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울분) 아니, 솔직히. (강)병우가 노래만 불러서 2등 했잖아요. 근데 그 노래는 진짜 누구도 못 부를 수가 없는 노래거든요. 진짜 춤 없이 그렇게 쉽게 무대 했는데. (억울) 그래서 다음번에는 그냥 노래만 불러서 1등 하려고요."
30분이 조금 넘는 통화가 끝나고,
나는 올시즌의 선전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가진 잠재력이 주는 기대감이 커서일까.
괜시리 그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고 기대된다.
어느새 겨울이 지나고,
새로운 시즌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겨우내 발톱을 갈고닦은 아기 호랑이 역시
작년의 아쉬움을 털어낼 준비를 마쳤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을 때가 제일 기뻤어요.
저 혼자 잘했던 거는 마음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지는 않은데,
팀이 가을야구를 확정했을 때는
제가 경기를 안 뛰었음에도 그저 행복했어요.
데뷔 첫 안타, 홈런이 아니라
팀의 좋은 성적이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답한 그.
KIA가 작년보다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둬서
23시즌이 그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을 수 있기를.
그리고 인터뷰 말미에서 밝힌 것처럼
골든글러버가 되서 인터뷰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