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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아빠에게 필요했던 태교여행

#01.부모로 성장하는 하와이 태교여행

by 해삐닝

임신 6주차, 태교여행을 어디로 떠날지 고민했다!

"오빠! 하와이로 태교여행 갈래!"


임신테스트기에서 두 줄을 확인하자마자 태교여행을 언제! 어디로! 갈지부터 고민했다.

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직장인인 나에게 여름휴가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쉼이었다.


중요한 여름휴가를 못가나 걱정했는데...

태교여행을 가는 20주차 부근이 내 '여름휴가' 기간이다!!!

20주차는 상대적으로 몸도 가볍고, 컨디션도 잠깐 회복되는 시기여서 태교여행의 기회라고 한다.


우리 아이는 벌써부터 엄마에게 효도하는 듯하다!

고마워 해삐, 너 덕분에 엄마 태교여행 해외로 갈게!!!





임신 21주차, 8시간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로 태교여행을 왔다.

하와이에 오기 전까진 장거리 비행이 걱정되는지 은근히 여행지를 바꾸길 원해 보였다.

"8시간 비행기 탈 수 있겠어? 봐 사람들 발 엄청 부었어..."


하지만 임산부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겠지라며, 내가 원하는 형태의 여행준비에 일절 토 달지 않는 남편이었다.


임신테스트기 두 줄을 확인하자마자, 마켓컬리 멤버십에 가입해 매일 열심히 장을 본 남자.

좋아하던 운동과 취미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저녁밥 차리기에 매진하는 오빠.

다리가 부을까봐 잠들기 전이면 항상 종아리를 주물러주던 남편.


그렇게 자기 아내에게 지극정성이던 남편이, 태교여행에 와서 나를 두고 와이키키 해변으로 수영하러 간다!!!


35층 숙소에소 100배 줌으로 혼자 수영하는 남편 찾기


임산부를 위한 태교여행이 아닌, 예비 아빠를 위한 태교여행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해맑게 웃으며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며, 하와이로 태교여행을 잘 왔단 생각이 든다.


가족과 회사, 그리고 나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내 남편.

그런 책임감 이면에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그럼에도 항상 나와 태아를 위해 노력한 남편이기에 하와이에서 해맑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아침 6시, 내가 잠에서 깨기 전 조용히 옷을 입고 와이키키 바다에 들어가려는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 내가 아닌 오빠를 위한 태교여행 같아 ㅋㅋㅋ 뭐가 그렇게 좋아?"


"태평양 한가운데 혼자 둥둥 떠있는다는 느낌이 좋아!"


우리 오빠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가족 걱정, 회사 스트레스를 잊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쉼이 필요한 시점 같다.


그렇게 나가서 40분 정도 놀고, 내가 일어나기 전에 숙소로 돌아와 다시 나를 챙긴다.

근데 오빠의 표정이 점점 밝아짐을 느낀다. 이번 태교여행은 임산부가 아닌 예비 아빠를 위한 게 맞는 것 같다.






남편에게도 필요했던 쉼.


하와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하와이는 남편에게 '쉴 권리'를 허락하는 공간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들리는 파도 소리,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스치는 바람,

그리고 아무도 조급해하지 않는 사람들의 표정이 남편을 서서히 바꿔놓은 것 같다.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던 그는, 비로소 발걸음을 늦추었다.

모래가 묻고, 피부가 타고, 하루가 계획 없이 흘러가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난 느꼈다.


임신한 아내의 몸만 태교가 필요한 게 아닌,

남편의 마음도 태교가 필요했다.


서로가 온전해야 아이를 맞이할 수 있고, 아이는 그 사랑과 안정 속에서 자랄 수 있다.

남편을 위한 태교는 우리 가족을 위한 태교였다.


하와이에서, 알로하 스피릿 속에서 이 진실을 깊이 배우게 됐다.






"근데 태아는 아무것도 못 느낀다는데, 태교여행은 왜 가는 거야?"

정말 단순한 궁금증으로 남편이 물으며, GPT에 검색해 봤다.


의외로 답은 단순했다.

'태교의 목적은 엄마의 행복'

엄마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평소라면 비싸서 선택하기 어려운 하와이 여행을 선택했다.


하와이에서 태교여행을 보내고 오니,

태교가 필요한 이유가 떠올랐다.


첫 임신, 모든게 처음이고 서툰 한쌍의 부부가

엄마와 아빠가 되는 마음준비 과정이 필요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며 아이를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육아지식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삶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

서로의 정신이 온전해지며, 아이에게 안정과 사랑을 줄 수 있는 정신적 성숙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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