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뽈삐래 Aug 16. 2022

샌프란시스코 여행인지, 사는 건지

 미국 최대 물가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가난한 여행자를 위한 숙소 따위는 샌프란시스코에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샌프란시스코 근교 리치먼드를 알아냈고 그곳에서 8박을 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했고 총 4인, 방 2개를 $1,002에 결제했다. 1박당 1인 약 3만 5천 원인 셈.

미국 리치먼드

 숙소가 너무 좋았다. 호스트가 일주일 간 출장을 가서 그 큰 전원주택을 우리만 사용했다. 큰 방 두 개에 주방과 거실 모두 공간도 넓고 인테리어도 멋져서 밖에 나가지 않아도 아쉽지 않았다. 알라모 스퀘어 파크, 롬보르가, 피어 39 등 샌프란시스코 대표 관광 명소를 구경해도 시큰둥해졌다. 왕복 만 원이 넘는 교통비가 아깝다고 느껴지자 숙소에서 뒹굴뒹굴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더 좋아졌다.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며 빈둥빈둥하다 느지막이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어기적어기적 밖으로 나와 동네를 산책하거나 가까운 공원이나 바다를 구경하다 장을 보고 들어가서 요리를 하는 여. 유. 로. 운. 생활을 하였다. 흡사 ‘한 달 살기’를 하는 것 같은 우리의 일과는 마음 한편에 여유를 가져다주어 또 다른 행복을 느꼈다.

미국 리치먼드_밀러 녹스 라군

 그래도 여행자의 본분은 잊지 않겠다며 리치먼드의 몇 안 되는 관광명소를 찾았는데 ‘밀러 녹스 라군 Miller Knox Lagoon’이 그중 최고였다. 테이블도 곳곳에 있어 피크닉 오기 딱 좋았다. 그런데 새들이 너무 많아서 도시락 꺼내면 새들의 마구잡이 공격을 받을 것 같기도 했다. 거위, 오리, 백조 등 다양한 조류 친구들이 있었다. 한국산 새와 생김새가 다른 미국산 새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라군 옆에는 기찻길도 있다. 기찻길 레인 하나에도 깔깔거리며 행복해하는 우리의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밀러 녹스 라군은 바로 앞에 바다가 있다. 따뜻한 햇살, 살짝 쌀쌀하지만 상쾌한 바람, 하얀 뭉게구름이 떠 있는 새파란 하늘, 삼박자가 고루 갖춘 바닷가 산책을 할 수 있었다. 끝이 안 보이는 수평선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곤 했다. 평화로웠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항상 무언가를 보기 위해, 추억을 남기기 위해 애쓰며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이렇게 한 템포 쉬어 가며 막간의 여유를 느끼는 여행도 나쁘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보고 맛있는 저녁과 맥주 한 잔. 최고의 마무리.


 매일 저녁 만찬을 즐기다 보니 술과 음료가 빠질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맥주병과 음료수병이 꽤 많이 모였다. 그리고 문뜩 ‘공병을 팔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행동파 팔두가 고물상을 찾아냈다. 우린 그날로 모든 병을 가지고와 팔았다. 웃음이 터졌다. 여행하면서 동네 고물상에서 공병을 파는 여행자가 몇이나 있을까? 진짜 동네 사람 다 됐다.

이전 20화 캠핑카 여행, 그랜드 캐니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