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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11. 2022

삼 남매와 뷔페 부수기

 라스베이거스 여행에서 서로에게 다른 종류의 임팩트를 선사한 경험 중 하나는 고기 뷔페를 간 일이다. 제대로 된 한식을 먹을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자, 점점 그리워졌다.

 그때 우리의 눈에 들어온 ‘KOREAN STYLE BBQ ALL-YOU-CAN-IT! (한국식 고기 뷔페)’.

 우리의 뷔페 박살 내기가 시작되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삐래)

 이전부터 이뽈이 들려주었던 삼 남매의 뷔페에 대한 마음가짐과 실천력을 듣고 있노라면 늘 마음은 이미 10 접시를 해치웠지만 현실은 2 접시에 백기를 드는 내가 떠올랐다. 그래서 언젠가 이 씨 남매들과 뷔페를 가서 꼭 본전을 뽑고 말리라는 다짐을 했다. 그 버킷리스트를 라스베이거스에서 하게 되었다. 그들과 함께 뷔페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두근두근 설레었다.


 완벽한 공복 상태였고 비장한 각오로 식당에 입성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셀프서비스에 어떤 음식이 진열되어 있는지 말하는 녀석, 이뽈의 동생, 팔두이다. 문을 열고 테이블에 착석하는 그 잠깐 사이에 음식 스캔 완료. 매의 눈이다.


 이뽈의 비장한 한 마디 ‘제한 시간은 2시간이야, 시간 분배 잘해야 해, 알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셋은 익숙한 듯 각자의 포지션을 맡았다. 팔두는 고기 굽기, 루나 언니는 야채 가져오기, 이뽈은 그 외 음식들 챙기기. 이들의 재빠르고 정확한 역할 분배에 잠깐 넋을 놓았다. 5분도 되지 않아 테이블에는 거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본격적인 고기 먹방이 시작되었다. 고기의 퀄리티는 기대 이상이었고 종류는 삼겹살, 불고기, 주물럭, 차돌박이, 닭구이 총 다섯 가지였다. 이뽈의 첫 오더는 차돌박이. 가장 빨리 익혀지니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주요 공략 대상인 삼겹살로 넘어가자는 계획이었다. 주문한 차돌박이가 나오자마자 팔두는 빠른 손놀림으로 차돌박이를 굽기 시작했다. 선택은 옳았다. 배가 조금 차니 오히려 더 먹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 타깃은 삼겹살이었다. 한 판, 두 판 고기를 해 치우는 속도가 어마 무시했다. 이 정도면 푸드파이터 대회를 나가도 될 정도였다. 심지어 팔두는 한 줄의 삼겹살을 통째로 먹기도 했다.  


 양념 고기로 넘어가자는 이뽈의 코스 진행에 불고기와 주물럭, 닭구이가 차례대로 불판에 올랐다. 팔두는 장비를 다시 챙기며 그을음 하나 없이 고기를 완벽히 구워냈다. 루나 언니는 고기 굽는 속도에 맞춰 필요한 야채를 리필해왔다. 내 눈앞에 펼쳐진 그들의 완벽한 하모니에 감탄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나의 오버 페이스는. 그들의 무한한 기량에 조금씩 나는 지쳐갔고 배가 너무 불러 숨이 벅차 오기 시작했다. ‘양념 한판 더 먹고 생고기로 넘어가자, 질린다’ 내 귀를 의심했다. 셋을 쳐다봤다. 아무렇지 않게 생고기를 시키는 그들을 보며 난 이 경주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GG.


 그러나 ‘먹고자 하면 위는 늘어난다’는 김준현님의 명언은 틀리지 않았다. 이 씨 남매들과 같이 먹으니 신기하게도 삼겹살이 한 점 한 점 들어갔다. 그들과 끝까지 함께한 나에게 칭찬을, 지치지 않는 그들의 입 놀림에 박수를 보냈다. 디저트 과일까지 야무지게 먹고 자리에 일어나니 누군가 날 건드리기만 해도 위장에서 음식이 올라올 것 같았다. 살면서 이렇게 많이 먹어본 건 처음이었다. 더 놀라게 만든 건 건 3명의 상태는 딱 좋게 잘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존경합니다.


 먹전사들이여, 그대들과 함께한 전투는 내 평생 잊지 못할 걸세.




이뽈)

 우리 엄마는 먹짱 아가 셋을 낳았고 우린 먹짱 어른으로 자랐다. 특히 1.65kg으로 태어난 팔삭둥이 남동생은 뱃속에서 두 달간 먹지 못한 한을 풀기라도 한 듯 모든 음식에 진심이었고 무럭무럭 자라나 투엑스 라지를 입는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 삼 남매는 ‘누가 누가 더 먹나’ 경쟁을 하듯 매 식사에 전투적으로 임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신기록을 경신하듯 위장의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어 뷔페에서 제한된 시간을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뷔페 같이 가고 싶은 사람’으로 거듭났다.


 물가 비싼 미국에서 마음 편히 이것저것 주문한 적은 없었고 외식으로 배불렀던 적도 없었다. 돈 걱정 안 하고 배 터지게 먹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2시간 한정 무제한으로 고기가 제공되는 한식 뷔페. 입장부터 우린 비장했다. 주어진 시간 내내, 끊기지 않고 고기를 계속해서 먹을 수 있는 먹플랜을 설계하고 성실하게 실행에 옮겼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처럼 폭발한 식욕을 달래기 위해 손과 입이 분주했다. 과일로 식사를 마무리하니 정확히 2시간이 되기 3분 전. 하얗게 불태웠다. 가격은 1인 $21이었고 결제가 결코 아쉽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이 어깨를 살짝 치기만 해도 음식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목까지 고기가 가득 찼다는 삐래 말에 나와 언니는 그냥 배가 빵빵하게 부른 정도라며 어리둥절. 남동생은 아직 배가 부르지 않다며 더 먹을 수 있다며 이해 불가. 우리 삼 남매는 그렇게 미련하게 먹지 않는다고 삐래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삼 남매가 되게 잘 먹는 걸로. 삐래는 본인의 소화 능력치 이상의 식탐을 가진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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