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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뽈삐래 Aug 07. 2022

맥도널드 노숙기

토론토 여행기

 밤 10시가 넘어서 토론토에 도착했다. 토요일의 토론토 숙비는 매우 비쌌고 한 푼이 아쉬운 우린 다음날 예약을 한 숙소에 일찍 체크인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맥도널드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물론 이 선택은 그리 옳은 건 아니었다. 우선 6시간을 불편한 버스에 앉아서 이동을 했기도 했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돼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해서 방심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맥도널드는 24시간 밝은 내부 공간이고 직원들이 있고 손님들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하루쯤은 밤을 새워도 괜찮은 안전한 공간이라 생각했다.


 믿을 사람은 우리뿐이기에 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짐을 한쪽에 몰아 놓은 뒤 한 명씩만 자리를 뜨자고 했다. 버스 터미널에서 맥도널드까지 걸어오면서 본 노숙자들과 고성방가 하는 취객을 본 터라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다짐했다. 새벽이 도착해서 그런지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다는 듯 눈꺼풀이 아래로 아래로 향했다. 안간힘을 쓰며 버티다 돌아가면서 토끼잠을 자기로 했다.


 이윽고 새벽 두 시가 되었고 사건은 터졌다. 직원과 손님 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쾅’ 테이블 치는 소리와 이어지는 사자후에 정신이 번쩍 났다. 오고 가는 고성 속에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손님이 카운터를 넘어 조리하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몸싸움까지 났다. 이건 당장 가슴팍에서 총이 나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 이때 머리를 스치는 기사 하나. 주문한 햄버거에 베이컨을 안 넣어줬다는 이유로 벌어진 총격 사건. 진짜 살 떨리게 무서웠다. 우리는 오도 가도 못하고 구석에서 한껏 몸을 웅크리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녀의 앙칼진 말에서 비속어는 알아 들었으나 정확한 원인은 파악이 안 되었다. 하나는 알아 들었다. 매니저 나오라고. 누구 나오라고 하는 건 한국이나 캐나다나. 그녀의 동행들과 매장 시큐리티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그녀를 달래 매장 밖으로 안내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아침이 왔고, 서둘러 짐을 챙겨 숙소로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을 했는지, 무모하게 버텼는지. 셋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잠은 숙소에서’라는 교훈을 얻는다.

캐나다 토론토_디스틸러리 디스트릿
캐나다 토론토_세인트로렌스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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