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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 Aug 10. 2016

한여름의 북클럽

마음의 책장에 책을 꽂아 -

살면서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많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분명 어딘가에 있을텐데, 책읽는 기쁨을 공유할만한 나같은 독서쟁이가 왜 내 주위엔 별로 없었는지 아쉬웠는데.


최근 한 달에 한번씩 독서모임, 일명 북클럽을 시작했다. 같이 교회에 다니는 동갑 친구들 2명과 시작했는데 이게 또 참 쏠쏠한 재미가 있단 말이지. 내가 책을 좋아하고 또 많이 읽는다는 얘기를 들은 친구가 도전이 되었다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북클럽까지 만들게 되었다.


한 달에 한번씩, 2-3시간을 함께 보내며 책을 읽고, 나누고, 먹고 마시는 시간. 이번 달이 3번째 모임이었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후에 카페 뒷쪽에 마련된 테라스에 앉아 그릴드치즈 샌드위치와 아이스티를 마시며 각자의 인생에 대해 얘기하고, 또 다 먹고 난 후에 독서시간을 가지는, 아주 여유로운 모임. 사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그냥 가서 책 읽는 거, 장소만 다를 뿐이지 뭐 별거 있을까 하는 생각이 컸는데, 막상 만나보니 그게 아니었다. 텍스트라는 것이 어디서 읽는지, 언제 읽는지에 따라 내가 받아들이는 것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장소의 바뀜이, 누구와 함께 있는지가 내 독서 생활에 이렇게 큰 활력소가 될 줄은 몰랐다. 너무 뜨겁지 않은 햇살 아래 옆 테이블에서 들리는 잔잔한 대화소리, 발 밑에는 빵 부스러기를 먹어보려고 종종 다니는 참새들. 인생의 행복을 이렇게 작은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구나. 소소하고 평범하지만 눈부셨던 그 날 오후.


친구가 만들어준 우리 북클럽 모임 이름은 '책꽂이'다. 우리 마음의 서가에 책을 한 권, 한 권씩 꽂아가자는 뜻이랄까. 너무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한 권, 한 권 책이 꽂힐 때마다 우리의 우정도 깊어지겠지.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모임이다.



그 날 읽은 책은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 진짜 사는 게 뭔지 이렇게 사는 재미를 하나씩 배워나가는 것 같다. 유쾌하고 또 어떻게 보면 4차원인 이 할머니의 인생고군분투기를 읽고 나니, 나도 한 번뿐인 인생, 좀 즐기면서 재밌게 살고도 싶다 생각했다. 사는 게 뭐라고. 그래도 이 북클럽이 있어서 당분간은 한 달에 한번씩 난 행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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