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합니다 - 내가 내게 주는 선물, 책꾸러미
어렸을 때부터 항상 생일선물, 크리스마스 선물, 어린이날 선물은 책을 원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께서 위인전 전집, 과학전집, 동화책 등 책들을 많이 사주셨었는데, 아무래도 커가면서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책이 두꺼워지면 두꺼워질수록 값도 올라가는 비례의 법칙때문에 책을 사주는 것에 조금은 부담을 느끼셨던 것 같다. 해리포터가 나왔을 때가 최고 정점이었는데, 매 시리즈가 2권짜리에 그 때 당시 나왔던 최신판 4탄은 4권으로 되어있어 책값만 계산하면 10만원이 훌쩍 넘어갔던 기억이 있다. 해리포터 책을 사달라던 내게 아빠는 1탄 상권만 사주셨고 나머지는 동네 책 대여점에서 빌려봤었는데, 그 때부터였을까. 책만 보면 사야될것같은 이 병 아닌 병이 생긴 것이. 다른 건 몰라도 책에 대한 소유욕은 날로 날로 강해지고 있다. 이번 생일은 특별할 것도 없지만 내가 내게 주는 선물로 책꾸러미를 선택해보았다. 책만큼 좋은 선물은 없으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걸작선. 5권의 에세이집이 통으로 묶여있는 세트도서다. 하루키는 에세이가 최고라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책들은 2-30년 전에 하루키가 썼던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라 1년 전부터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뺐다가를 반복했던 책들인데, 이번엔 과감히 넣었다. 금요일 밤에 침대에 누워서 낄낄낄 거리면서 빨리 읽고 싶네.
행복한 일과 사람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매거진. 매 호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인데 흥미가 간다. 요새 킨포크, 씨리얼, 또 미국에서 나오는 그런 종류의 잡지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 잡지도 재밌을 것 같아서 1호, 2호를 주문했다. 1호는 커피, 2호는 꽃에 관한 이야기라서 기대된다. 그리고 난 다른 사람들의 인생, 삶에 대해서 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내게는 안성맞춤.
서평가 금정연과 소설가 김중혁이 탐방한 8곳의 서점 이야기. 내가 또 책, 서점에 관한 책들을 너무 좋아해서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서점 주인과 책방 운영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서평가와 소설가라. 소개만 읽어도 읽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은 50년동안 서점을 지켜온 책방지기, 시바타 신의 이야기이다. 서점이 무엇이고 책이 무엇인지 3년간 그를 인터뷰해 나온 책이라니, 이것도 당연히 사야지.
요즘 브런치덕분에 하루에 한 편씩은 못하더라도 이틀에 하나씩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똑같은 작가가 쓴 2권의 글쓰기 책인데, 글쓰기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고, 글쓰기에 대한 태도를 알려주는 책이랄까. 좀 더 자극받고 싶어서 선택했다.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그들에게는 소녀를 죽이는 게 개를 죽이는 것보다 아깝지 않았다. 그들은 석순 언니를 땅에 묻지 않고 변소에 버렸다. 그들은 죽은 소녀에게는 땅도 아깝고, 흙도 아깝다 했다." (소설 '한 명'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모여져서 재구성된 소설, 한 명. 우리 모두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알고 있지는 않은 듯한 사건. 원래 이런 책들(세월호 관련된 책은 다 읽는데 거의 한달이 걸렸다)은 손도 못대고 읽지도 못하는 편인데, 이 책은 끝까지 읽고 싶고, 읽을 것이다. 쉽게 잊혀져서는 안되는 일이고, 어떠한 방법으로 도움이 될 수는 없겠지만, 읽음으로써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기에.
8월이 다 가기전에는 더이상 사지 말아야지. 그치만 이미 장바구니는 또 가득 차있다. 9월에는 맘이 또 달라지겠지만 8월은 이 책들로 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