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리차 Dec 24. 2021

자식 전화 따위 기다리는 어른이 되긴 싫어

시엄마들을 위한 센스 학원이 필요해

시엄마는 잘못이 없어. 다만 센스가 없을 뿐

참 아이러니하다.

결혼을 하면 흔히들 친구들과 멀어진다고 했는데 우린 아니다.

전쟁을 겪은 전우애보다 더 끈끈해졌다.

시월드에서 각자가 겪는 서로의 부조리함을 일러바치기 바쁘다.

비슷한 처지에서 오는 동지애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익스클로시브 위로를 느낀다.

정말 신기한 건 각자가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걸 겪고 있다는 거다.

기가 막힌 가부장제, 아들을 향한 맹목적 사랑,

코로나 역병 시국에도 아들을 보지 않으면 병나는 어미의 기괴함을 겪고 있다.

서로가 공유하는 에피소드는 꽤 방대한 양이되었고

이젠 아카이브 수준이다 보니 이런 빅 데이터가 나왔다.


얼마 전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결혼사진이 나와서 보는데 시어머니가 아들 손을 잡고 있더란다.

남편이 자기 손과 시어머니 손을 둘 다 잡고 있어서 놀랬다는 거다.

그래서 글쓴이는 이게 흔한 일이냐며 글을 올렸다.

댓글이 우다다다 달렸는데 시어머니가 오버했다,

내 아들 손 내가 잡지도 못하냐 등등 재밌는 반응이었다.

그 글에 대한 내 생각은 손잡는 건 좋다.

나도 내 아들 손 잡고 싶을 거 같다.

그런데 결혼식은 그 순간만큼은 며느리가 주인공이니

사진 찍는 순간에는 며느리가 주인공 되게 배려했을 것 같다.

그 시어머니의 잘못은 없다. 다만 센스가 없을 뿐이다.

그런 시어머니라면... 알지도 못하는 글쓴이의 결혼생활이 어렴풋이 짐작되었다.


사랑은 좋다,  방식이 문제지


카카오프렌즈 덕후인 남편을 위해

시엄마는 서울에 가실 때 라이언 물티슈를 사 오신다.

미국이 워낙 물티슈가 싸고 가성비가 좋은데도 말이다.

서울에서 사들고 오는 수고로움보다

아들이 좋아한다는 그 기쁨이 더 크신 모양이다.

굳이? 싶다가도 나는 그 모습이 좀 귀엽게 느껴지는데

문제는 정작 아들은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다.

아들은 제발 엄마가 아무것도 안 사 왔으면 하길 바란다.

시엄마는 손이 정말 큰데 그 큰 손으로 남편의 가게 물건도

자기 멋대로 사들여서 가게에서 팔라고 강요한다.

이걸로 수백 번의 전쟁이 있었고

마지막에 시엄마가 울고 이제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조금 잊을 만하면 또 그런다는 거였다.

결혼하고 나서 원치 않게 이 무한반복을 가까이서 목격하게 되었는데

보고 있으면 진짜 터프한 블랙코미디 같다.

이걸 다큐로 찍어 놓으면 나중에 진귀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편은 마치 아기 젖을 끊기 위해 찌찌에 겨자를 바르는 엄마처럼

다시는 못 그러게 더 심하게 상처를 줬다.

하지만 효과는 개뿔 마음만 상하고 다시 또 시작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엄마의 사랑은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그 표현방식은 잘못이다.

사랑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주는 게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거다.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아들에게 스트레스와 경제적 손실을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주고 있다는 점을 전혀 모른다.

이걸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배울 곳도 없다.

그럴만한 롤 모델이 없었다.

시엄마의 사랑이 조금도 훼손되지 않고 온전히 전달될 방식,

이거 누가 좀 알려주면 안 될까? 제발

아무래도 시엄마들을 위한 센스 학원 이거 시급하다.


자식 전화 전화 따위 기다리는
어른이 되긴 싫어


우리들의 영원한 미스터리는

‘부모들은 왜 전화받기를 좋아하는 걸까?’다.

얼마 전 신영준 박사가 유튜브에 글을 올렸는데

엄마가 “넌 왜 이렇게 전화를 안 하냐? 했다고 한다.

그 부분에서 빵 터졌다.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그는 인간관계 경제력 등등 모든 부분이 역대급인 자신의 엄마에게

자신이 전화를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단다.

왜 할 말도 없는데 전화를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엄마도 결국 원하는 건 자식의 전화였다고 한다.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아서 아직 모르는 걸까?

나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자기만의 방식을 미리 만들어 두는 게 좋다.

며칠 전 시엄마가 전화로 내게 말했다. 시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라고.

안선영은 이 문제를 두고 부모가 원하는 건 내 자식 목소리라고 했다.

나도 각자 집에 각자가 전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가끔 시엄마랑 통화하는게 재밌을 때도 있다.

어떤 소설가의 팁은 이렇다.

그냥 그 앞에서는 네네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안 하면 그만이라고 했다.

그래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유의지가 있다.

이것도 자신을 지키는 좋은 방법인 거 같다.


최근 친구는 이런 일까지 겪었다.

시엄마가 전화해서 시누이에게까지 전화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티라노사우르스가 불을 뿜듯이 대분노를 뿜었다.

그런 친구에게 우리 반드시 성공해서 그런 전화는 비서가 받게 만들자고 했다.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최선의 방법은 찾지 못했다.

역시... 비서뿐인가?

다만 나는 자식 전화를 기다리는 어른이 되긴 진짜 싫다.

내 관심사나 커리어에 빠져 자식 전화 따위 받을 시간 없었으면 좋겠다.

코코샤넬의 말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처럼

자식은 떠나가지만  자신은 영원하다.

자식이 떠나가더라도 내 인생은 계속 되어야 한다.

전화, 그냥 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걸면 안될까?

작가의 이전글 BTS 휴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