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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Jan 06. 2022

가염버터를 먹자, 무염버터 먹기엔 인생이 너무 짧아!

(feat.가디언)

가디언지의 2022년 첫날 아티클이

<별로 노력하지 않고 삶을 조금 나아지게 만드는 100가지 방법> 었다.

별거 아닌 것 같으면서도 진짜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다.

조금씩 읽다 보니 내 일상과 비교하게 되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1. 월요일 저녁에 운동하자.(어차피 월요일 저녁은 노잼이다)

->오히려 나는 금요일 저녁엔 꼭 운동을 하려고 한다.

사람들이 다 놀러 가서 짐이 한가 롭다.

그 여유 로움 속에서 운동하는 사람들만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2. 쇼핑 진입장벽을 치자 (72시간을 기다려라)

->진짜 바로 사지 않고 3일 후에 생각해 보면 시시해지는 게 대부분이었다.

3일이 지난 후에도 그 설렘이 커져있다면 더 이상 의심 없이 산다.


3. 마트에서 가장 빠른 줄은 항상 가장 가득 찬 카트 뒤다.

(인사, 포장은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백인 여자 캐셔가 가장 천천히 일하는 것 같다.

사실, 백인 여자 캐셔를 만날 확률은  정말 드물다.

트레이더조에서 캐피어라는 무설탕 요구르트를 샀는데

이걸 자기도 먹는데 너무 좋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이야기가 길어졌다.

원어민 영어회화 클래스 급으로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마도 이민 와서 내게 가장 긴 대화를 나눠준 사람이

바로 그 마트 캐셔가 아니었을까 한다.


4. 과일을 일터와 침대에 가져가자!

->이건 그나마 내가 실행하고 있는 일이다.

과일을 자주 먹기 위해서 아스티에 빌라트 접시를 샀고

눈에 자주 보이는 곳에 둔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상해서 버리는 과일들이 속출한다는 거다.


5. 5일에서 4일로 일을 줄이자. 5일째 일하는 것에 더 큰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 어른이 되고 나서 세금이라는 존재가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그 존재는 더더 커졌다.

   세금공부를 하지 않고 일만 하면 진짜 병신이 된다.


6. 모든 사람은 싸울 때 감정적 맹점이 있다.

이걸 확신하고 기억하자.

-> 최근엔 타인과 싸울 일이 없다.

 담배를 못 끊는 남편과의 전쟁도 더 이상 발발하지 않는다.

 왜냐면 내가 두 손을 들고 항복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싸움은 이제 내 자신과의 싸움뿐인가?


7. 비록 화분에라도 봄꽃을 심자.

 ->대파 심고 기르기가 내겐 딱이다.


8. 문자 대신 음성 메모를 보내자. 그들에겐 개인 미니 팟 캐스트가 될 거다.

 ->좋아하는 드라마 캐릭터가 한 명대사를 녹음해 두고 종종 듣는다.

    가장 자주 듣는 건 <동백꽃 필 무렵>의 고두심

   "팔자가 아무리 자랄을 혀도 동백이를 이길까"

    요상하게도 이 말을 들으면 힘이 난다.


9. 부엌 창가에 새 모이통을 두자. 설거지할 때 시간이 훌쩍 간다.

 ->우리 집은 새뿐만 아니라 다람쥐 손님들도 자주 온다.

   이번엔 좀 더 새로운 메뉴를 놔둬봐야겠다.

   한국에서 보내온 김부각 같은 거


10. 하우스파티에 항상 얼음을 가져가자(언제나 부족)

 ->이런 센스는 우리 남편이 최고다. 별것 아닌 걸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한다.

   그래서 늘 생각한다. 이 인간은 아무래도 내게 센스를 가르쳐 주려고 나타난 것 같아!


11. 조명 바로잡기 : 머리 위의 조명을 끄고 많은 램프를 겨자

   (근데 방을 나갈 땐 끄자)

 ->우리 집 조명은 알렉사(음성기능)로 끄고 키는데

  그게 연결이 안 된 것도 있다.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남편을 부른다.

  침대에 누워서 불 꺼 달라고 하면 조용히 자신의 할 일을 수행하고 사라지는

  남편을 보고 그 순간만큼은 '결혼하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12. 칼을 날카롭게 하자

->일본 마트에서 산 세라믹 칼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

  아침마다 사과를 자를 때 기분이 좋다.

  분명 그 칼을 사기 전과 나는 다른 인간이 되었다.


13. 일할 때 비효율적인가? 그럼 뽀모도로 기법을 사용하자.

->작년에 구글에서 쓰는 시계라며 뽀모도로 시계가 유행했다.

  25분 집중하고 5분 쉬는 방식인데,

  나도 따라 샀고 정말 유용하다.

  요상하게도 이걸 맞춰 넣고 쓰는 시간은 낭비하고 있는 느낌이 안 든다.

  아침에 일어나서 15분을 맞춰두고 오일풀링을 한다.

  이 하찮은 작은 물건 하나가 내 하루를 든든하게 서포트해준다.



14. 싼 블랜더를 사서 양파를 잘게 썰 때 사용하자

  (시간과 눈물을 절약한다)

-> 최근 내 삶의 질을 높여준 것도 바로 이 블랜더 같은 거다.

공기 압축이 되는 유리통인데 버튼을 누르면 공기가 차단된다.

이건 시간과 눈물뿐 아니라 늘 김이 눅눅해지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절약해 준다.


15. 아이들의 드로잉과 페인팅을 보관하자. 가장 좋은 걸 액자로 걸자.

->아이들의 그림은 그 어떤 작품보다 값진 것 같다.

조카를 보면 항상 나를 그려달라고 조른다.

그 그림 속 내가 너무 못생겨서 깜짝 놀라지만

또 신기하게 닮아서도 놀랍다.

그 시절에만 그려낼 수 있는 감각이 있는 것 같다.

그 소중한 작품들을 내 핸드폰 속에 저장시켜뒀다.

조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올 때 액자로 걸어서 갤러리를 만들어야겠다.


                   조카가 아이패드로 그려준 나


16. 하루에 10분은 남겨두자. 책을 읽거나 진짜 즐길 수 있는 게임에 쓰자.


17. 식기 세척기를 쌓는 방법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자.

->한국에선 유용하게 썼지만

 식기 세척기 천국인 미국에 와선 오히려 쓰지 않는다.

 바로 창문 때문이다.

 설거지하면서 작은 호수가 보이기 때문에

설거지라는 노동이 오히려 내겐 즐거움이 됐다.

 오리들이 날아가는 것도 보이고 비 오는 날은 손은 움직이며 그냥 멍 때리기도 좋다.

 싱크대에 창문이 있는 집엔 식기세척기가 영원히 필요 없을 것 같다.


18. 모든 비밀 봉지, 심지어 빵 봉지를 재사용하자.


19. 옷을 휴대품 보관소에 맡길 때 주는 꼬리표를 찍어 두자.


20. 잠이 안 와? 자기 전에 라벤더 목욕 오일로 편안하게 몸을 담그자


21. 차를 끓인 후 최소한 1분 후에 우유를 넣자


22. 자신의 농담에 뻔뻔하게 웃어라


23. 과음 하고 나서 물을 많이 마셔라.


24. 토요일 아침은 클래식 음악으로 시작하자, 평온한 주말을 만들어 준다.


25. 가까이 가서 봐라.


26. 앱 사용 시간 설정을 하자


27. 가능하면 계단을 이용하자.

-> 지금의 내 생활에선 엘리베이터 할 일이 없다.

  한국에선 엘리베이터 없인 하루도 못 살았는데...


28. 항상 다음 기차를 놓칠 준비를 하자.


29. 고기를 일주일에 한 번 흥청망청 먹자. 이상적으로는 더 적게

->미국에선 고기를 어설프게 먹으면 냄새가 난다.

그래서 방황 끝에 난 이것만 먹게 되었다.

코스트코 꽃등심, 다행히 비싸서 자주 먹지 않게 된다.


30. 무례하고 낯선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자 은근 스릴 있다.


31.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자.


32. 자연과 교감하자(추운 날도 맨발로 몇 분 동안 밖에 서있자)

->이곳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고

겨울에도 반팔로 돌아다닌다.

나도 우산은 쓰지 않고 맞고 다닐 정도로 포틀 랜더가 됐다.

그런데 반팔? 그건 죽어도 못할 거 같다.


33. 지역 도서관에 가입해 이용하자.

-> 나는 이걸 너무 이용해서 문제다.

근데 이용시간 좀 늘려주면 안 될까요?

미국 도서관은 너무 일찍 닫는다.

6시라니 그게 말이 돼?


34. 휴대폰 없이 산책하자.

->개가 똥을 끊지!라는 말이 있다. 난 못해.


35. 소금에 절인 버터를 먹자(무염으로 먹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 이거 너무 좋다. 내겐 100가지 중에 가장 좋은 제안이다.

안 그래도 버터가 마침 똑 떨어졌는데 지금부터 무조건 가염버터다!


36. 아침에는 스트레칭, 그리고 아마도 저녁에도

-> 꾸준히 플랭크를 하고 있는데

뱃살이 출렁이던 내 배에도 복근이라는 게 생겼다.

진짜 반복의 힘이란 대단하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 는 걸 체감한다.


37. 어지간하면 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자

(엔진이 예열되지 않아 장거리 여행보다 더 많은 오염을 야기시킨다)

-> 그냥 테슬라를 사자


38. 휴대폰을 딴 방에 두고 자고 알람시계를 사자.

->남편이 이렇게 하는데도 못 일어난다.

  진짜 알람과 동시에 침대가 90도로 올라오는 거 사야 하나?


39. 휴일엔 엽서를 보내자. 휴일이 아니어도 보내자.


40. 새 신발을 사지 말고 낡은 신발을 신고 새 끈을 사자.


41. 식물을 사자. 죽일 거 같아? 그럼 조화를 사자.


42. 핸드폰에서 트위터를 지우자

-> 이건 안 된다. 그러기엔 인생이 짧지 않아?


43. 마음에 들고 영원히 입을 확신이 있으면 세벌 사자.

-> 내겐 구멍이 난 버버리 캐시미어 카디건이 있다.

아웃렛에서 반값으로 산거라 가성비 대박 아이템이다.

아주 평범한 건데 입는 순간 따뜻하고 가벼워서 진짜 아끼는 거다.

얼마 전에 쇼핑하다가 어떤 아기 엄마가

내 구멍 난 카디건을 보더니 너무 마음에 든다며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다.

그때 한 벌 산 걸 후회했다. 이걸 알아본 그 아기 엄마한테 하나 주고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 이런 인생템과 마주친다면 주저 없이 3개를 살 거다.


44. 뜨거운 물로 샤워하기 전 (30초-2분)에 찬물로 샤워하자.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좋다.


45. 감사의 말을 전하는 문자를 보내자.


46. 매일 시를 읽자

(침대 옆에 하루 한 줄 시 같은 책을 옆에 두자)


47. 걸을 때 에어 팟을 빼고 세상의 소리를 듣자.


48. 중고로 사자.


49. 직접 사자.


50. 올바른 치실 사용법을 배우자.


51. 세상에 어떤 것이 나를 화나게 만들면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정중하게 편지를 쓰자

그들은 그걸 읽을 것이다.


52. 이웃에게 인사하자.


53. 옷 수선의 기본을 배우자.


54. 그들이 괜찮다고 해도 저녁 초대나 생일 파티에는 와인과 꽃을 챙기자.


55.10그루 나무의 이름을 배우자.


56. 갑자기 오랜 친구에게 전화를 걸자.

-> 갑자기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어제 나도 갑자기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고 놀았다.

할머니가 되어도 이러고 놀자.

인스타 영상통화엔 이런 기능이 있다


57. 종종 이메일에서 구독취소라는 단어를 검색하고

최대한 많이 실행하자.

-> 너무 많이 구독해서 뭘 구독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다.


58. 신문을 사자(이상적으로는 가디언)


59. 항상 디저트를 먹자.

-> 디저트를 항상 먹는 건 대 찬성이다.

 나는 디저트를 먼저 먹는 인생을 살고 싶다.

실제로 우리 친정 집에선 밥 먹기 전에 과일을 먹는다.


60. 어깨를 내려놓자.


61. 처음부터 무언가를 만들자.

드레스나 가방과 같이 일반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라면 가장 효율적이다.

->재봉틀 수업에서 노트북 케이스를 만들었다.

노트북을 꺼낼 때마다 그 작은 재봉틀 학원의 분위기가 떠오른다.

소박하고 다정하고 포근했던 장소, 잘 있으려나?


62. 핸드폰은 빼고 일찍 잠자리에 들자.


63. 자원봉사를 하자.

-> 이번에 아빠 건강검진 결과를 들으러 씨스타가 대신 갔는데

의사가 한 말 중에도 이 말이 있었다.

가족들과 대화 많이 하고, 운동하고,

그리고 봉사를 하라는 말.


64. 수저를 천으로 닦자 (광택 유지)

->작은 디테일이 일상을 반짝이게 해 준다.


65. 모닝커피를 사는 대신에 그 돈을 예금계좌로 이체하고 잊어버리자.

나중에 스스로를 위한 선물로 쓰자.


66. 최고를 위해 아끼지 마라! 그걸 입고 그걸 즐기자.


67. 노래하자

->주로 운전할 때 노래하는 게 가장 신난다.

노래방 화면처럼 풍경이 계속 바뀌고 사운드도 빵빵,

차 안이 내겐 최고의 노래방이다.


68. 자세에 대해 생각하자. 구부정하거나 다리를 꼬지 말자.


69. 옷을 걸어두자.

 -> 남편은 내게 “ 현진아 여기 무덤이 생겼어.”라고 놀린다.

    나는 옷을 걸지 않고 그냥 자유분방하게 쌓아둔다.

    그리고 치우지 않는다.

    왜냐? 그때뿐이고 그건 또 반복될 것이기 때문에...

    내 남편은 앞으로도 쭉 내 옷 무덤을 보고 놀라며 살아갈 것이다.

    옷은 꼭 걸어 두지 않아도 괜찮은 거 같다.

    그걸 상대방이 잘 참아 주기만 한다면...


70. 친구들과 발가벗고 수영을 하자.


71. 휴일에는 핸드폰을 끄자


72. 항상 갓 간 후추를 사용하자.

-> 음식 마지막에 보통 깨를 뿌렸지만

미국에 와서는 작은 그라인더에 들어있는 시즈닝을 사용한다.

후추도 마찬가지다.

내가 조립해 더 뿌듯함이 깃드는 이케아 가구처럼

추후도 방금 내 악력으로 갈아 내려서 더 뿌듯함이 음식을 더 맛있게 한다.


73. 인생을 바꿔준 선생님께 감사하자.


74. 후배들을 존경하자.


75. 열쇠를 같은 장소에 보관하자.


76. 플라스틱 우유를 사지말고

      유리병 우유를 배달해주는 배달원을 찾자.


77. 다가오는 결혼식을 위해 드레스를 사지 말고 빌리자


78. 휴가 다음날 추가 연차를 신청하자.


79. 알고리즘을 개무시하자(취향과 다른 음악을 듣자)


80. 그룹채팅을 나가자.


81. 틱톡 춤을 배우자(틱톡에 올리지는 말고)


82. 한 번도 해보지 않는 요리를 해보자.


83. 지역 쓰레기 수거 그룹에 가입하자.


84.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것을 손으로 씻자.


85. 애완동물을 키우자.


86. 낮잠을 자자.


87. 깊게 숨 쉬는 법을 배우자.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고 내쉬는걸 더 길게!


88. 자전거를 사자. 고치는 방법도 배우자.


89. 초대에 가기 싫으면 정중히 거절하자.


90. 만약 갈 거면 출구 전략을 세우자.


91. 확실하지 않으면 치즈를 추가 하자.


92. 저녁 먹을 때 핸드폰을 보지 말자.


93. 미루고 있었던 한 가지 일을 하자.


94. 널리 그리고 자유롭게 칭찬하자.


95. 그린피스 같은 자선단체에 저렴한 입회 주문을 하자.


96. 강박적인 스크롤링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가방에 책을 가지고 다니자.


97. 십 대 때 좋아했던 앨범을 듣자.

->역시나 공일오비 인가?


98. 다른 세대의 친구를 만들자.


99. 친구 집에서 잔다면 아침에 침대보를 벗기자.

-> 친구 집에서 자고 나서 내손으로 브런치를 차리는 게 좋았다.

   그거 차려 주려고 친구 집에서 자고 싶어진 사람이 바로 나다.


100. 즉각적인 응원을 위해 노란색을 입자.

->노란색? 난 곧 죽어도 블랙이다. 블랙으로 치얼 업!


쭉 적고 나니 내 머리에 남는 건 역시나

가염버터다! 당장 버터 사러 트레이더 조로 가자!

정말 노력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


내게 가장 와 닿은 항목은 이건데

당신의 페이보릿 항목은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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