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책에서 100만 원이 나온다면?

도서관 여행자의 로망

by 보리차

100억? 미국 로또의 당첨금은 어마 무시하다.

남편이 똥꿈을 꾸면 나는 그 꿈을 사서 내 것으로 만든다.

어느 순간 그 은밀한 거래를 좋아하게 되었다.

로또를 산 그 순간부터 바로 설렌다.

한국과 다른 천조국 미국 스케일, 그 짜릿함을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선

‘로또에 당첨되면 하고 싶은 일’은 미리 준비해 두는 게 좋다.


도시별로 1달 살기를 한다.

숙소의 조건은 ‘걸어서 도서관을 갈 수 있는 곳’이면 된다.

거기에 에어비엔비를 잡고 현지인들의 밥집에서 밥을 먹는다.

로또에 걸린 사람이 고작 도서관이나 다니냐고?


고작이 아니라 나는 그 로망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도서관여행자가 되기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 갈 때마다 기를 쓰고 도서관에 기웃거린다.

시애틀 도서관을 보자마자 이 도시에 살아보고 싶었다.

밴쿠버에 갔을 때도 뉴욕에 갔을 때도

늘 ‘살아보고 싶다’ 기분이 들게 한건 요상하게도 도서관이었다.

뉴욕 공립 도서관에 있는 두 마리 사자 동상은 내 정신적 지주다.

한 마리는 용기, 한 마리는 인내.

이거면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내가 도서관이란 장소에 집착하는 이유는

도서관에게 신세를 진 일이 많았는데

그걸 어떤 방식으로든 갚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요즘은 복수보다 은혜를 갚는 게 트렌드)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당연히 우리는 졸업식에 가지 않았다.

여기서 우리란 야간 자율학습을 함께 거부하던 나의 베프다.

우리는 그날 노래방을 갈 수도 있었고 영화관에 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도서관에 갔다.

아무도 졸업식 날 도서관에 가자고 말하지 않았지만

약속한 듯 둘 다 거기 앉아 있었다.


그 순간이었던 것 같다.

평생을 두고 특별한 용건 없이도

언제든 연락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긴게

아무리 멀리 있어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도

우리는 이야기가 통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증거가

그날 생겨버렸으니까


우리는 졸업식에 가는 것보다 그 시간을 도서관에서 쓰길 바랬다.

우리가 갈 대학은 없었지만 우리가 갈 수 있는 도서관은 있었다.

내 안의 자신과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했다.

그 이후에도 이상하게도 국적과 성별을 뛰어넘어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친구가 되었다.

그런데 굳이 이건 복권에 걸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 복권에 걸렸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르자.

방송작가 시절이 내게 준 깨달음 한 줄은

‘어떻게든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다.

이왕이면 겉멋과 낭만을 부리면서 치르고 싶다.

역시나 겉멋을 부릴 때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요리조리 생각을 해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다.

도서관에 있는 책 안에 현금 100만 원을 넣어 두면 어떨까?

우와~생각만 해도 신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으로!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 책이 될 확률이 높겠지.

책 보려고 열었다가 현금 100만 원을 받게 된 사람은 얼마나 놀랄까?

그 기쁜 표정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분명 이걸 도서관에 되돌려주려는 친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걸 대비해서 편지 같은 걸 넣어두는 게 좋겠다.

편지는 한 줄로 간단하게

“이걸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세요”

아무리 무수한 멋진 이야기를 읽어 나가더라도

결국 중요한 건 자신 인생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 아닐까?

미국의 로또 당첨금은 이걸 실컷 해도 돈이 남을 것이다.

더 큰 스케일의 로망이 필요하다!

도서관 덕후의 클라이맥스 덕질!

도서관을 짓는데 쓰자!

<보리차 도서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보리차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

그런데 이 도서관은 어디에 지으면 좋을까?

이걸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로또 값은 충분히 치른거 같다.

그리고 나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린다.

로또에 당첨되면 뭐가 하고 싶냐고 묻기 시작한다.

당연히 대부분은 머뭇거리고

당첨이 되어도 계속 일 할 거라는 미친 친구도 있다.

순간 그 친구의 말이 너무 근사하게 빛나고 있어서

나는 쭈구리가 되어 내 계획을 조용히 넣어 두었다.

그 말은 마치

“유명한 작가, 잘 팔리는 작가도 좋지만

나는 나의 작업을 끊임없이 해나가는 작가로 살 거야”

이 말처럼 들렸다.


당신은 로또에 당첨되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행 가서 겉멋 부리는 인간을 어트케 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