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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Aug 02. 2021

괜찮아

우리 모두에게 지금 필요한 말

         

“괜찮아!!!!!!”     

마지막에 실패 하자 큰소리로 웃으며 외쳤다.

화면을 뚫고 나오는 그 명랑함에 매료됐다.

이 선수의 이름은 모르겠다.  

나는 그냥 괜찮아 선수로 기억하고 싶다.

이런 귀한 장면을 볼 수 있는 거 자체가 내겐 영광이다.     


괜찮아는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나는 요즘 그 말이 너무 필요했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 그 말이 너무 절실했다.

그런데 왜 못했는지 몰랐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그 말은

후회 없이 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다들 가슴 졸이며 긴장하는 올림픽에 와있는데

혼자만 놀이기구를 타듯 신이 나 있었다.

‘높이뛰기가 저렇게 재미난 거였어?’

그는 메달을 따면 바로 제대이지만

못 따면 다시 군대로 돌아가야 하는 군인이었다.

그런데 이런 네티즌들의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는 후회 없이 펼쳤기에 행복하다고 했다.     

어떤 외신 기자도 그가 진짜 챔피언이라고 찬사를 날렸다.    

메달보다 더 열광한 “괜찮아”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소위 말하는 메달 획득은 못했다.

이젠 기록이니 메달이니

그런 걸로 어떤 선수를 기억하는 시대는 끝났다.

우리는 그런 기록이 아니라

그 선수의 태도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울림이 깊은 건 끝까지 남는다.

안산 선수의 금메달 3개도 경이롭지만

상대방 선수가 마지막 활을 쏘고 띄운 미소가

내겐 더 오래 기억될 거 같다.

그 미소에 요상하게 꽂혀버렸다.

어쩌면 그 선수가 속으론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열심히 준비했고

당연한 결과였어요.

저희는 무조건 믿고 있었고 의심하지 않았어요”     


경기 직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그는

자신의 경기에 분명 만족하고 있었다.

불확실함 속에서

연습으로 다져진 자신의 확실함을 믿고 몸을 던졌다.


얼만큼 즐겼느냐 만이 중요하다,

올림픽 위원회는 금은동메달이 아니라

가장 후회 없이 경기를 즐긴 선수에게 다이아몬드 메달을 주는 룰을

시급히 만들어 주길 바란다.

이젠 피지컬이 만들어내는 스포츠의 결과를 뛰어넘어

멘털의 멋짐에 열광하는 시대다.

선수 하나하나가 래퍼이며 자기만의 스피릿을 가지고 있다.


누구보다 도쿄 올림픽을 기다려 온 한 사람이다.

당연히 도쿄에 가서 올림픽을 즐길 줄 알았다.

3년 후 그때도 코로나가 득실거릴지

더 큰 위기가 우리 지구인을 괴롭힐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오늘 이 장면을 보면서

무조건 2024 파리 올림픽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후회 없이 즐기는 멋짐을

그 어떠한 지체 없이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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