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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꿀랭 Sep 24. 2021

83년생 신소영은 여전히 문제다.


어느날 저녁,

나: 여보는 좋겠네? 2년사이에 집도 있고 부인도 생기고 딸까지 득템 했네.

남편 : 너도 똑같잖아?

나: 어 ? 나 2년 사이에 필드밖으로 영원히 밀려난 실직자가 되었어.

    난 몇년후 사회로 복귀해도 내 필드로 재 진입은 어렵겠지

남편 : 어 그렇지 아무래도 아줌마들이 하는 일을 하게 되겠지?

나 : 아줌마들이 하는 일은 뭘까?..응? 

     여보 나도 대학나와서 그 비싼 미대 학비까지 학자금 대출까지 해가면서

     수능끝나고 실기며 뭐며 참 열심히 살았는데 .. 

     우리 둘이 같이 결혼 하고 같이 아이를 낳았는데.. 나만 실직자가 되버렸네?


2년전, 83년생 비혼주의자 신소영

지금으로부터 2년전 83년생 비혼주의자 신소영은 실 수령액 200만원 겨우 되는 월급을 받는 

언제든 짤릴 수 있는 대체 가능한 편집디자이너였다.

남편 없지, 자식 없지 , 집없지,모은 돈 없지 , 그 비싼 미대4년이나 나왔는데 그거 갚기도 벅찼다. 

그때 당시 책으로 <82년생 김지영> 책이 화두였지만, 그런 책을 읽을만한 여유는 내게 없었다.

지금 결혼한 김지영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너가 문제다. 신소영 발등에 불이 떨어졌단 말이다.

내가 아무리 비혼주의자라 외쳐도,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나는 그저 기가 쎄서 결혼 못하는 노처녀일뿐,

"기가 쎄서 결혼 못하는 노처녀"가 아니라 "결혼 안 하는 비혼주의자" 가되려면 

살쪄서도 노화가 눈에 띄어서도 안되고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상황에서도 나이스하게 유들유들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 으이그 성격이 저리니 결혼을 못하지." "나이도 있는데 외모도 별루인데 남자들이 

좋아나 하겠어?"소리를 또 들을 판이니까.

그렇다.미혼으로써 비혼주의자로써 나의 삶은 꽤나 고달팠다. 

그런 나에게 결혼하고 애 있고 남편있는 김지영씨가 문제가 아니였다. 

비혼주의자임에도 노후조차 대비가 안되어있는 내가 제일 문제였다.

매일 매일 사회로 부터 주변환경으로 부터 증명해 내야 했다. 결혼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같은 나이의 직원이라도 기혼자 직원은 눈가의 주름걱정에도 살 걱정에도 주변 동료들이

 " 애를 낳아서 괜찮다. 결혼했는데 뭐 살좀 찌면 어떠냐." 등등으로 위로했지만

비혼 여직원에게는 가차 없다. " 아직 결혼도 안하고 애도 안낳았는데 살쪄서 어떻게 하냐? 

벌써 애도 안낳았는데 흰머리는 어떻게 하냐?" 등등의 무례함으로 시도때도 없이 나를 공격했다.

그러한 공격으로 부터 기혼자 여직원 또한 가세해서 '신대리는 눈이 높다.' 등이나 말도 안되는 사람을 찍어 붙여대기 일쑤였다.

거래처 말도 안되는 나이차에 미혼 남자직원을 회식때마다 찍어 붙여 댈때도 나는 부르르 화를 내지 않고 

웃으며 센스있게 대처해야 했다.

왜? 나는 날씬하고 외모 괜찮고 성격 괜찮은 결혼 안! 하는 신대리라고 증명해야 하니까.!

그뿐만 아니다. 가까운 기혼자 친구들 조차 매주 주말 취미 생활이나 사회 공헌 관련된 일에 열을 올리는

 나를 보며,

외로워서 저런일에 열을 올리는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고 

내가 아무리 괜찮다 하고 괜찮은 삶을 살아내도

그들 눈에는 결혼 못한 외롭고 안 괜찮은 친구일 뿐이다.

내삶이 아무리 견고하게 내실을 단단히 쌓아가는 살아도 그들눈에 괜찮지 않으면

나는 안 괜찮은 사람인 것이다. 

비혼주의자로써 신소영의 삶은 굉장히 피로한 삶이였다고 회상한다. 

83년생 서아엄마 신소영

세상에 그렇게 당당하게 비혼을 부르짖던 신소영은 "아 이남자라면 이사람이라면 세상에 이런남자가 

존재한다면 결혼이란건 해볼만 하지 않을까?"

라며 갑자기, 써든리, 결혼을 번개불에 콩 궈먹듯 해버린다. 맞다. 이 남자라면 세상에 이런 남자가 

존재 했고, 결혼해서 괜찮았다. 서아가 태어나기 전 까지는,,,

결혼해서 딱하나 좋은것은 굳이 누구에게 설명하거나 증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였다.

 결혼한 신대리는 그렇게 당분간은 평화속에 사회생활을 하게 된다. 서아가 태어나기 전 까지는,,,

2020년 1월 현재 나는 7개월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모두의 축복속에 회사에서 겉으로는

 육아휴직으로 퇴장했지만 육아휴직을 가장한 퇴사를 하게 된다.

임신이라는 것은 한 개인의 육체를 온전히 뒤흔드는 일이고 고통이였으며, 

출산은 온 정신을 뒤흔드는 일이였다.

이 세상에서 존재 할것 같지 않았던 남자는, 

아이가 태어나도 아빠로 다시 태어나거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였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바로 아빠 엄마 그리고 모성애 부성애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였다.

아빠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의 육체적 피로도와 갈등 그리고 나.

아이를 기르고 다시 사회로 복귀 가능하긴 한건가? 남편이 말한 아줌마들이 하는 일이라는게 뭔가?

중학교때 부터 꿈꿔 온 삶을 위해 그 만은 시간 그림을 그리고 살아왔는데, 

서아엄마로 인생은 7개월 차이고, 나 신소영의 인생은 38살에서 멈춰버렸다.

83년생 비혼주의 신소영일때나 83년 서아엄마 신소영일때나, 여전히 피로하다.

추신 : 피곤에 절여져서 회식하는 아빠를 원망하며 충혈된 눈으로 내가 지금 자는 너를 보고 있어 .

엄마의 지금 마음은 최서아는 최서아 그대로 태어나서 최서아 그대로 잠들어도 좋을것 같아.

누구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너 자신으로 이세상을 살다가도 좋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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