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꿀랭 Sep 24. 2021

오천원의 쾌적함과
호사스러움에 대하여


나는 지금 아기띠를 메고,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아이를 낳기전엔 " 여보 우리동네는 이쁜 카페가 없어. 그리고 우리동네 스타벅스는 뷰가 안좋아 가고싶지 않아" 했던 그 스타벅스에 앉아있다.

아이를 낳기 전엔 집앞에 스타벅스가 있어도 뷰가 안좋다. 매장이 좁고 인테리어가 별루다며, 

굳이 버스를 몇정거장이라도 더 타고 다른 카페을 갔는데

아이를 낳고 나니, 세상에나 집앞에 스타벅스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사람이 이리 간사하단 말이다!

친정이 해외에 있으니, 고스란히 육아에 대한 부담감과 기쁨은 오롯이 나혼자 감당한다.

동생들도 바쁘고, 더군다나 시집을 멀리 와서 친구들도 우리 동네까지 놀러오기 어려우니,

정말 오롯이 6개월 아이와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24시간 붙어지낸다.

회사다닐때 가끔 회의때나 외부일정으로 3시나4시쯤에 카페나 스타벅스에 가면 유모차 끌고 혼자든 

무리지어서든 커피마시는 엄마들을 보면서

"와,저여자들 팔자좋다~ 출근 안해도 되고 집에 있다가 애랑 답답하다고 나와서 커피한잔 하고 부럽다"며 

정말 부러움반 빈정거림 반인 마음으로 말했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 

정말 하루종일 아기와 둘이서 집에 있으면 정말 그 시간 오후 3,4시 남편 퇴근 까지 2~3시간 남은 그시간이 그렇게 마의 시간인 것이다.

아이를 낳기전엔 몰랐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 보니 그건 정말 미치지 않기위한 엄마들의 최소한의 비명이였던 것이였다!

아기띠를 하고 입술에 닿는 따뜻한 커피잔에 달달한 커피를 홀짝이자니, 

사실 궁상맞게 살짝 눈물이 나려고하더라

이러한 호사스러움."아 신소영 팔자 호사스럽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애랑 같이 스타벅스와서 커피도 

홀짝이고"라고 스스로 빈정거려본다.

마음으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날 보고 또 팔자 좋다 생각하겠지..'

아! 단돈 오천원의 이 쾌적함! 

방금전까지 "나는 왜 친정이 먼가?"  "우리애는 왜 잠을 자지 않는가?" "남편은 왜 오늘 회식인가?" 

"왜??시댁은 당연하다는듯이 매주 아기를 보러오는가?" 라며 끊임없는 불만의 생각들과 지루함을 더이상 

참을 수 없는 아기의 징징거림이

찡찡거림에서 곧 대성통곡으로 바뀔 시점이였다.

쌓여있는 설거지 빨리 난장판 집 그리고 온갖 냄새와 나의 꼬라지를 뒤고 한채 간단히 화장하고 애를 

들쳐메고 나온 이곳엔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웃겠지만 정말 스타벅스라는 공간에 들어서자 오감이 열린다.

나와는 다른 스타일을 차린 대학생들과 직장인 무리들을 보며 시각이 열리고!

높은 천장 생활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 쾌적함을 느끼고, 커피향에 후각이 열리고 그리고 

분위기 돋우는 bgm에 청각이 열리고

달달한 커피에 미각이 열린다.

인생에 있어서 "화면의 전환"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방금전에는 육아의 현실이였다면 단돈 오천원으로 나는 현실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화면의 전환을 하러 스타벅스로 왔다.

애낳기 전엔 몰랐던 오천원의 소중함. 

추신 : 365일 육아의 길에서 언제든지 내가 원할때 오천원을 뽑아들고 화면전환을 하러갈 수 있는 

나의 지금 상황에 오늘은 감사하련다.


이전 06화 83년생 신소영은 여전히 문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