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개념의 두 명이 만나니..최강 무개념의 등장...
페루사람들도 목소리가 제법 크다. 게다가 스페인어는 언어의 특징상 단어가 길고 리듬이 있는 언어이다보니 화가난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화나보인다. 일단 상대방 말을 잘 안듣는다. 내가 말하는게 먼저다. 그래서 둘이 서로 안 듣고 서로 말만 한다. 그렇게 그 자매들은 싸움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것도 영업중이고 손님이 있는 남의 가게 안에서...
아무리 세를 내준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누가 누구 재산이네 어쩌네, 그건 본인들 문제일뿐 난 정당한 계약서를 쓰고 월세를 내고 운영을 하는 중인데 대체 왜이러는 것인가!!! 하는수 없이 사업자 대표인 내 고용주(?)에게 연락을 했다. 변호사+세무사로 합작되어있는 우리팀은 사실 강하디 강한 팀이었다. 변호사가 직업인 언니가 바로 쫓아왔다. 상황을 둘러보고는 곧바로 가방에서 주섬주섬 서류뭉탱이를 꺼내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페루인들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같았다.
한참을 입씨름 하던 끝에 (사실 난 싸우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있었다. 음식 빼느라 바쁜데 대체 뭘 알겠는가) 건너편 커피숍에서 셋이 앉아 열띤 토론을 끝으로 자매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내 고용주(?)중 한 명인 변호사언니가 가게로 돌아왔다. 언니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최대한 설명을 해줬다.
몇년전에 어머님이 돌아가시면서 우리가 있는 건물과 그 윗층의 가정집까지 있는 그 건물자체가 남은 자녀들의 공동유산으로 상속이 됐다고 한다. 건물주는 자매들이 두명이 있었고 한국식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 해당 건물은 3명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지는게 맞는것. 물론 페루도 상속에 대한것들은 유언장에 의해 갈라지지 않는 이상은 공평하게 나뉜다고 했다.
그래서 해당 건물의 건물주 이름은 총 세자매 이름이 모두 올라간 상태이고 자기들끼리의 재산관련 각자 이행서류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총 3명의 주인이 있는 상태고 계약서를 쓸 때 결국 3명의 이름과 서명이 모두 들어가야 올바른 계약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법적으로 그게 맞긴하다. 해당 건물의 등기부를 떼어보면 소유주가 3명으로 나오는데 난 계약을 한명이랑만 했으니... 남은 두 명이 문제를 제기 할 경우엔 나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상태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쩌라는 말인가..이미 계약은 끝났고 3개월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가게를 찾아주시는 손님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만약 다른 두 자매들이 이 계약에 동의를 하지 못한다고 하는 경우, 나는 영락없이 가게를 빼야만 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말인가..그래도 다행인건 내 주변에 변호사, 세무사가 있다는게 정말 든든한 한 몫을 한 것 같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자면 다행스럽게 나는 계속해서 가게를 운영할 수 있었다. 월세가 오르거나 그러는 불이익도 없었다. 내가 운영을 하기 시작한 뒤로 건물이 깔끔하고 깨끗해진 이유도 있고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하다보니 여러가지로 본인들도 이득이 있어서 계약서는 그냥 유지를 하되, 본인들이 알아서 처리를 하겠다고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이렇게 다행이구나 싶을때도 있었다.
나 같은 일이 일어나면 사실 페루에서는 가게를 원래 빼는게 거의 대부분이긴 하다. 한국을 좋아하고 외국인들에게 관대한 페루인들이지만 재산이 좀 있는 사람의 경우엔 말이 달라진다. 관대하거나 마음을 편하게 쓰는 것과는 다르다. 보는 눈도 다르고 하는 생각도 아예 다르다. 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이 없다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모든걸 정리해버린다.
그건 어느나라던 재산이 있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이다. 다만, 세자매들은 나에게 가게에서 영업에 대한 부분만을 허락한거였지, 자기들의 싸움은 정리가 안 된 상태였던 것이다. 또 다시 문제가 일어난건 월세를 내는 날이 돌아오니 그야말로 개싸움이 시작됐다. 우리가 애초에 계약을 한 월세 금액은 매달 800달러였고 현금으로 매달 지급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 돈을 삼등분해서 자매들에게 각각 계좌로 입금을 해달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다.
본인들의 재산다툼에 도대체 왜 내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건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그 사람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그냥 자기들 말이 먼저니까 서로 말을 들으라고 계속 떠들기만 한다. 문제는 이제 현금이 아니라 3명의 계좌에 각각 달러로 돈을 보내라고 하는 것이다. 난 그렇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달러로 환전을 하는것도 문제고 바꿔서 현금으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환전을 해서 그걸 달러계좌를 만들어 입금을 시킨 다음 3명에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제 한국계좌에서 달러로 3명에게 나눠줘야 한다는건데 그러면 내 수수료는 대체 누가 책임을 진단 말인가? 소액이던 고액이던 해외송금, 달러환전은 수수료가 분명 들어가고 그건 자기 사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돈만 받으면 된다는 입장.
곧장 변호사, 세무사에게 연락을 했고 도저히 이렇게는 월세를 낼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초강수로 이런다면 계약위반으로 그냥 계약을 중도에 끊어버리고 우리가 나가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당황을 하긴 했는지 자매들과 이야기를 하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상속을 어떻게 받던 그거야 본인들 문제고 타인에게 임대를 내주기로 한거라면 돈 문제에 있어서는 일단 받고 난 다음 자기들끼리 분배를 하던지 했어야 하는건데 도대체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는게 너무 황당하고 화가났다.
그렇게 나는 또 한 걸음 남미 페루에서 꿈보다는 거리를 두게 되었다. 한국을 가야할때가 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