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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는 달러, 자매간의 다툼?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게 전통 페루비안의 방식?

by 다정한 똘언니

우여곡절끝에 식당으로 운영을 할 수 있다고 하는 빈 상가를 하나 발견했다. 부동산 신문을 통해 알게 됐고 약속을 잡기 어려운 나라인 페루는 방문 예약을 하고 3일 후에 가게를 볼 수 있었다. 가게주인은 나이가 좀 있으신 65세 정도 되어보이는 여성분이셨다. 페루비안이라고 한다. 근데 보이는 외관의 모습은 페루사람이 아니라 꼭 혼혈같아 보이긴 했다. 스페인어는 언어의 특징이 단어와 단어가 길고 성조가 아닌 리듬이 있는 언어라서 말이 길고 상당히 빠르다.


하지만, 가게주인은 배려라고 하기엔 다소 느린 스페인어로 말을 했고 그래서인지 더욱더 페루사람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가게가 위치한 건물의 2층에서 거주를 하고 있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물이라고 했다. 딱히 돈이 되어보이진 않았지만 아무튼 상점은 내가 보고 있던 그 상점 하나만 달랑 있었고 1층 절반과 2층이 집이어서 숙박업을 하는지 아무튼 혼자서 살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데 월세를 달러로 달라고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한달에 800달러. 그 나라에 있는 사람이라면 페루의 화폐인 누에보 솔 을 주는게 맞는데 달러로 달라고 해서 조금은 황당하긴 했지만 전기세, 수도세, 인터넷까지 개인이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건물 자체에 나오는 세금이나 관리비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직접 납부를 하겠다 해서 그 부분은 수락을 했다.

바로 옆은 클리닉(사보험 병원)이 있었고 그 옆에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우리 가게가 있었다.

생각보다 가게 내부는 엉망 그 자체였다. 벽은 다 깨져있어서 그 부분을 수리 해달라고 요청했다. 알겠다고 당연히 해줘야 하는거라고 이야기 했지만 2주 이상 사방 50센치 미만의 벽 파손부위는 수리되지 않았다. 열쇠만 달랑 쥐어주고 월세만 받아갔을 뿐, 우리가 직접 받아야 하는 부분에 대한건 수리를 받지 못해서 몇번이고 항의도 했던 것 같다. 그때마다 "알겠어" 라는 말만 반복한다.


그리고 페루사람들의 특징 중 한 가지는, 본인이 되게 미안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미안함은 전혀 없고 "응?뭐?왜?" 라고만 생각을 한다. 또한, 볼끼리 마주치며 하는 인사는 기가막히게 한다. 전날 전화로 싸워서 사이가 좀 안좋은 상황에 만나도 그런 볼인사는 반드시 한다. 그리고 또 싸우거나 안 좋은 소리를 하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참 요상하다.


매일매일 가게가 아까우니 출근은 하고 있지만 벽 파손 부위라던지 듀플렉스라서 2층으로 올라가는 나무계단이 수리가 되어 있지도 않고 진짜 이 가격을 내고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가 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그랬던 것 같다. 지금도 큰 돈이지만 그때 당시 달러로 800달러면 못해도 100만원은 됐던 돈인데, 페루에서 한 달에 그냥 앉은 자리에서 100만원을 번다? 진짜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머리에 두건은 왜 쓰고 있었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바닥을 하나하나 손으로 직접 다 닦고 물청소를 하고 수도관이 엉망이라 철물점에서 보수 재료를 사다가 직접 인터넷 찾아가며 수도관도 공사를 했다. 벽에 페인트로 너무 까져서 직접 페인트를 구매해서 바르기도 했다. 화장실에는 환기구가 없어서 현지 지인의 아버지가 직접 화장실 환기구를 사다가 조립을 해서 설치까지 해주시기도 했고 사람을 불러 했지만 덕트도 설치를 했다.


이러나 저러나 어쨌든 여기서 처음 시작하는 단계이다보니 정말 정성껏 하나부터 열까지 내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었던 것 같다. 시장에 직접가서 의자, 테이블을 하나하나 골랐다. 이쯤되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을 돈에 대한 행방일텐데, 우리는 애초에 남미 페루에 3000만원 들고 뛰어들었고 지방에서 이미 한달여시간을 낭비를 했으며 중간에 한국에 가서 밥솥을 사는 등 재료준비에도 일정 비용을 사용 했기 때문에 돈은 점점 줄어들었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어느정도 돈을 메꿔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선택했던건 집 안에서 김밥재료를 구매해 만들어 주말에 공원에 가져가 팔았던게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멍청하게 가만히 줄어드는 돈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기에 뭐라도 했어야만 했다. 그렇게 가게를 구했고 악착같이 가게를 열기 위해 애를 썼던 것 같다. 정말 오기로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버텼던 기억이 강하게 난다.

노사관계 아니다(?) 그냥 내가 바닥 청소를 하고 있는거고 김오빠는 힘내라고 하는 중.ㅋㅋ

그렇게 한 달여 정도가 됐을때, 가게를 어느정도 오픈할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김치를 담그기 위해 차이나타운에 가서 한국 야채들을 샀다. 아씨마켓에 들러 한식 재료들을 사업자로 구매를 했다. 배달도 받았고 서울떡집 사장님께 (그때 당시 유일하게 남아있던 리마의 한국인 운영 떡집) 떡볶이 떡 배달도 받았다. 바닥청소도 끝났고 간판은 따로 달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한국식당이다 라는걸 알리기 위해 인스타도 만들었고 페이스북에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페루에서의 내 가게 갖기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가게를 열어놨어도 오가는 페루 사람들만 멀뚱하게 바라볼 뿐, 사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홍보피드들을 봤는지 한 팀, 두 팀 이렇게 오다가 아래층 윗층 다 만석이 될 정도로 늘 자리가 꽉 차기도 했다. 근처에 삼성이 있었는데 단체 주문을 하기도 했고 회사에 다니는 중국인이 매일 저녁 도시락 메뉴를 주문해서 포장을 해가기도 했다. 그야말로 우리가 상상하고 생각했던 것처럼 확실히 K-pop을 필두로 시간을 두고 버티기만 하면 된다! 하는 마음과 생각이 딱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치 못한곳에서부터 시작이 되곤 한다. 어느날 가게주인이 점심시간에 다짜고짜 찾아왔다. 그런데 우리가 알던 그 가게주인이 아니었다. 60대 중반의 나이가 있는 여성분이 아니라 그 분보다 조금 더 젊고 키가 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나타나서는 자기가 이 가게 주인인데 자기랑 계약을 안 하지 않았느냐, 왜 여기서 장사를 하느냐며 따져 묻기 시작한 것이다.

배추김치, 열무김치,깍두기를 담그기 위해 차이나타운 시장을 다녀온 날.

손님들은 들어와 있고 주문은 들어오는데 조리는 나만 하니까 해야하고.. 이 여자는 다짜고짜 자기가 주인이라고 당신들 뭐냐면서 누구랑 계약을 했냐고 따져물으니 이 무슨 환장할 노릇인가? 할 수 있는건 일단 같이 일하고 있던 야넬리에게 이야기하여 우리가 직접 계약한 가게주인에게 연락을 해보라고 했다. 그녀는 늘 집에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내려올 수 있는 상황. 그래서 바로 연락을 해서 내려오라고 이야기를 하자고 해라, 급한 일이라고 전달해달라고 했다.


모르는 키 큰 여성분께는 잠시만 앉아 기다려달라고 했다. 보시다시피 손님들이 있어서 음식 조리를 해야하니까 잠시만 기다려달라, 우리랑 계약한 가게주인이 곧 올거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15분 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은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른채 나는 가스불 앞에서 조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키 큰 여성은 날 진짜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페루에서는 대형마트를 가도 Nabo(나보) 무를 판매했다. 시장보기 너무 편리함.

서빙을 하려고 음식을 열심히 내고 있던 찰나, 가게주인이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말 어떻게 시작이 됐는지 도저히 모르겠는 상황에서 그 두 여성분들은 온 지구가 떠나갈듯이 악을 질러가며 싸우기 시작했다. 영문을 모르겠다. 스페인어는 워낙 빠르고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라서 무슨 말인지 도저히 알 길이 없었다. 식사를 하던 손님들도 귀를 쫑긋 세우고 듣기 시작했다.


야넬리도 나도 신랑도 모두 다 멍한 상태로 그녀들의 싸움을 본의아니게 구경 할 수 밖에 없었다. 황당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현지에서 친해진 동생들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 누군가 시간이 되면 지금 가게로 와줄 수 있느냐고.. 이선생이라고 내가 애칭으로 부르던 여동생이 왔다. 언니 무슨일이냐며.. 무슨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불렀냐고...


지금 상황을 설명해줬고 네가 눈으로 직접 봐라,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거냐, 저 키 큰 여자는 이 가게가 자기것이라고 하고 계약한 주인은 자기것이라 하고 서로 말도 다르고 지금 가게에 나타나서 이렇게 영업방해를 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라고 설명을 했다. 이선생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중간에 그 여성들의 이야기를 끊어냈다.


지금 이곳은 운영을 하고 있다, 위에 손님이 10명도 넘게 있고 일 하는 사람들이 있고 남의 가게에서 이렇게 하는건 실례다, 두분이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는데 나가서 이야기를 해라.


이렇게 이야기 했고 그 둘의 관계는 자매로 밝혀졌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그 건물 자체가 자녀들에게 상속됐는데 그들 말로는 큰언니가 독단적으로 가게를 세내준거고 가격도 800달러가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여기서 식당을 하면 되네 안되네 난리를 피우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정말 첩첩산중이었다. 외국인 신분으로는 우리가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다.


아차차..!! 우리의 사업자 등록증상의 내 고용주는 세무사, 그리고 그 옆에 공동 사업자는 변호사였지? 그래, 우리 사장님에게(?) 연락을 하자!!! 페루사람들끼리 싸우게 해야지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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