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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bulddae Sep 24. 2018

그 때 그 사람, 그 회사.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그 회사.

참 좋은 회사였어. 


라고 회상할 만한 회사를 다닌 사람은 행운이다. 다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부러운 사람이고, 그만한 회사를 과거에 한 번이라도 다녔던 사람 역시, 참으로 부러운 사람이다. 


내가 좋았다고 기억하는 그 회사를 생각한다. 그 회사는 그 때, 좋은 상사와 좋은 동료, 후배들이 있었다. 모두가 합리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시스템 안에서 최선의 성과를 냈다. 모든 시스템이 갖춰 있다 해서 누구에게나 좋은 회사는 아닐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나는 참 좋은 회사를 다녔다.


다시 생각하면 그 때 그 회사가 좋은 일터일 수 있었던 건 특정한 시기, 죽이 잘 맞는 사람들이 반짝이는 의욕을 갖고 서로를 서포트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과 내가 다행스럽게도 같은 시기에 같은 직장을 다녔다. 시간적으로 공간적으로 잘 맞아 떨어져 함께 일 할 수 있었던 건 기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인연이었다. 


그 회사도 변했다. 누군가 퇴사하고, 누군가는 빈자리를 채우러 새로 들어왔다. 조직은 변했다. 조직원이 바뀌자 분위기도,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 나쁜 상사가 들어왔고 편이 갈렸다. 하루이틀 사이 변화가 아니라 조금씩 눈치채지 못하게, 그러나 분명히 변화했다. 조직은 변하지 않는 화석 같은 존재가 아니라 유동적으로 성장하고 소멸하며 변화하는 덩쿨식물 같다. 


얘를 좋아해버렸구나(2011)

그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좋은 사람일까라는 질문에, 마치 좋은 회사처럼 이제는 '좋은 사람이 분명하다'고 확답할 수 없다. 


그 공간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며 그는 나와 잘 맞았던 때가 있었다. 대화가 통하고 눈이 반짝 빛나고,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면서 마주보고 끊임 없이 이야기 나누던 때가 있었다. 시간과 공간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해 샘솟는 배려심, 아낌 없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스파크처럼 반짝 일어나 금세 소멸하는 감정이었을 지 몰라도 이 모든 게 맞아 떨어져 만들어진 기적같은 때가 있었다. 그는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만약 미련이 남는다며 두 사람이 지금와 다시 만난다면 그는 여전히 나에게 좋은 사람일까. 이미 시간과 공간이 변했고 그가, 내가 변했다. 그 때 그 공기를 지금 와 다시 만들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그저, 그 때 나에게 그 사람이 좋았을 뿐이다. 


괜히 떠나간 그에게 미련 가질 필요도, 지금 와서 다시 그 때를 되돌리려 갖은 애를 쓸 필요도 없다. 그 때 그 사람은 이미 지나가고 지금은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만들 수 없는 시간일 뿐이다. 


그래서 그 시간이 그리워 아쉬움이 사무쳐 가슴을 치고 말텐가. 나에겐 '그 시간, 그 공간'이 있지 않았나. 이미 그때 그 일은 과거가 됐다. 되돌릴 수 없어 슬프지만 그 과거가 변하지 않을 거라 다행이다. 내 인생에 그런 회사를 다녔고 그를 만났다는 사실은 이제 바꿀 수 없으니까. 이 실제했던 사실은 화석처럼 굳어져 변하지 않을 거다. 그래서 또 다행이다. 되돌릴 수 없어 다행이다. 바꿀 수 없는 과거로 남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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