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히히.....이히히......”
자꾸만 웃음이 나오고 머리에 손이 올라간다. 웃긴 이야기를 들어서도 아니고 머리가 가려워서도 아니다. 그냥 웃음이 나고 손이 위로 올라간다. 나는 6학년 7반 용현이라고 불리면서 또 무궁화반 용현이라고도 불린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수업시간은 항상 즐겁다. 즐거우니까 의자에서 일어서기도 하고 책상을 손바닥으로 치기도 하고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수업 시간이 재미나고 즐겁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은 그렇지만은 안해보입니다. 인상을 찌뿌리며 그만하라고 하는 친구가 있기도 하고 내 손을 잡고 의자로 데리고 가는 친구도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내게 좋은 말로 이야기 해주지만 한 두명 꼭 그 아이들은 내게 화내면서 말을 한다.
“내게 좋은 말 해! 그렇게 화내면서 말하지마!”
이렇게 말을 해주고 싶지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머릿곡은 하애지고 그저 웃음만 나온다. 그럴때면 그 나쁘고 무서운 그 친구들은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어깨를 꽉 잡기도 한다. 물론, 이것들은 선생님들이 보지 않을 때를 말한다. 선생님이 보고 있으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꼭 이렇게 선생님이 다른 곳을 보거나 자리를 비울 때면 나를 그렇게 대한다. 화나고 억울해서 이 모든 사실을 선생님에게 말하고 싶지만 적절한 낱말들이 떠 오르지 않는다.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용현아, 가자!”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 일정한 시간이 되면 내 손을 잡고 함께 어디론가 가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이름이 뭐였더라......방금 전까지 알고 있었는데 얼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동......동찬? 동천? 동칠? 매일 무궁화 반으로 가는 길에 내가 어디 갈가봐 손을 꼭 잡고 가는 친군데 이름이 헷갈린다. 나를 도와주는 친구의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을 내 삶의 신조이다. 그래서 친구 이름도 기억 못하는 지금 이 순간이 더욱 부끄워진다.
매일 6학년 7반에서 무궁화반으로 가지만 그 길이 항상 새롭다. 분명히 오른쪽으로 꺾어서 내려간 것 같은데 동찬이가 동칠이가 하는 친구는 내 손을 잡고 왼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그길 아니야! 오른쪽으로 내려 가야지! 내가 이 길을 몇 번이나 와 봤는데! 어제도 와 봤고 작년에도 와 봤고 또 그 작년에도 와 봤고 또 그 그 작년에도 와본 길이야!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이니까 내 말을 들으라고!”
마음속으로는 크게 외치고 있지만 입에서는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웃으만 나오면 그나마 괜찮지, 가끔은 침도 흘러 내리기도 해서 민망하고 부끄럽다. 아침마다 엄마는 침을 흘릴 때 닦으라고 손수건을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 넣어주시지만 난 한 번도 손수건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침을 닦으려고 왼쪽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손수건을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분명 왼쪽 주머니에 손수건을 넣어놨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손수건이 없다. 분명 아침에 왼쪽 주머니에 넣은 손수건이 학교 오는 동안 빠졌거나 아니면 엄마가 깜빡하고 손수건을 바지 주머니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왼쪽 주머니에 있어야 할 손수건이 이렇게 찾았는데 안 나타날 수는 없다.
손수건 생각, 못된 친구들에게 따끔하게 이야기해 줄 말들을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무궁화반에 도착한다. 참고로 나는 무궁화반이라는 말이 싫다. 장미반, 튤립반 같이 예쁜 꽃들의 이름을 따서 지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한 번도 보지 못하고 들어보지 못한 무궁화를 반 이름으로 정해 놓다니. 무궁화가 무슨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는 필시 교장선생님이 좋아하는 꽃이 무궁화꽃이거나 아니면 이 네모난 학교를 만든 사람의 이름이 ‘김무궁화’이었을 것이다. 자신이 설계한 학교를 보면서 너무 기쁜 나머지 자신의 이름을 딴 교실을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을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사람의 이름이 ‘김장미’나 ‘김튤립’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용현아, 조금 있다 마치는 시간 되면 다시 데리러 올게!”
동......칠인가 동천인가 하는 친구가 이제야 내 손을 놓아주고 나를 보며 손을 흔든다. 뭐야! 싸우자는 건가! 왜 나를 보며 웃으면서 손을 흔들지? 아......오늘부터 무궁화 반으로 전학을 왔구나! 근데 아까 나랑 같이 온 애랑 어제도 여길 온 것 같은데......머릿속에 가득차 있는 복잡한 생각들은 도무지 네모난 무궁화반에서는 풀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넓은 운동장으로 가거나 아니면 메뚜기들이 뛰어다니는 학교 뒷산으로 가면 모두 해결된다. 조용히 무궁화반 문을 열자 떡 하니 누가 서 있다. 아까 분명히 뒤돌아서 교실로 간다던 그 동칠인가, 동천인가하는 그 아이다.
“용현아, 교실로 들어가야지!”
내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참으로 신기한다. 말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내게 화내지 않고 소리치지 않으며 손을 꼭 잡아주는 이 아이에게 왠지 모르게 정이 간다. 근데, 이 아이는 이 시간에 자기반에 가지 않고 왜 여기에 서 있지? 공부하기 싫어서 땡땡이 친건가? 알았다! 늦잠 자서 학교에 지각하고 선생님께 혼날까봐 교실로 못 들어간 것이다. 그러니까 밤 늦게까지 TV보지 말고 일찍 잤어야지!
근데 이 아이는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지각생 치고는 꽤 똑똑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