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커줘서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큰딸이자 큰언니

by 상현달

‘수상한 친구들’을 읽고 이모들이 문자와 카톡을 보냈습니다. 둘째 이모는 전화를 주셨지요.

이모들은 모두 책을 읽고 우셨다고 해요. 책에 등장하는 동철이 엄마가 이모들의 언니이기 때문이지요.

동철이 엄마, 즉 제 엄마는 이모들에게 큰 언니입니다. 위로는 오빠가 둘이 있고 밑으로는 여동생이 세 명이 있었지요. 엄마의 아빠, 제게는 외할아버지가 되신 분을 한 번도 뵙지 못했어요. 엄마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지요. 그런 환경에서 맏이인 엄마는 외할머니를 도와 오빠들 뒷바라지하고 동생들을 챙겼다고 해요. 그래서 엄마는 중학교 밖에 나오지 못했지만 동생들은 대학이라는 곳에 갈 수 있었지요.


이모들에게 큰언니는 엄마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요. 외할머니는 그런 큰딸에게 마음이 더 쓰였겠지요. 큰딸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했지요. 자신과 같이 이른 나이에 남편을 먼저 보내게 된 딸을 보는 외할머니의 마음은 많이 아팠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외할머니와 이모들은 항상 제게 잘해주셨어요. 이모들은 볼 때마다 용돈도 주셨지요. 그러다 큰딸이자 큰언니인, 엄마가 갑자기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저는 학교에서 갑작스레 외삼촌댁으로 택시를 타고 갔어요.


택시 안에서 생각했어요. 외할머니 아니면, 엄마다......

외삼촌댁에 도착해서 집 안으로 들어가니 방바닥을 치면서 울고 계신 외할머니 모습이 보였어요. 엄마구나......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인생의 바닥이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었어요. 사람이 왜 무기력해지고 삶에 희망이 없이 살아가는지 알 수 있었지요. 그렇게 보낸 2년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어요. 책에 나온 바퀴벌레와 텔레비전이 제게는 친구였지요.


외할머니는 저만 보면 밥은 먹고 다니냐며 밥그릇이 차고 넘치도록 흰쌀밥을 꾹꾹 눌러 담아주셨어요. 조금이라도 남기면 어디 아프냐고 걱정하시기에 배가 불러도 깨끗하고 밥그릇을 비웠지요. 외할머니는 저를 항상 짠한 눈으로 쳐다보셨어요.


큰딸을 먼저 보낸고 6년 후에 외할머니는 항상 눈에 밟혔던 큰딸을 만나러 하늘로 가셨지요. 이모들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큰언니, 그리고 엄마가 많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렸대요.


그리고 항상 제게 똑같은 마지막 말을 하셨어요.


“잘 커줘서 고맙다. 그리고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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