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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김 Mar 26. 2024

강아지똥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위안이 되어 주는 사람.

나는 강아지똥이라는 동화책을 좋아합니다. 권정생 작가님의 책은 다 좋아하지요. 특히 강아지똥 책은 강아지똥의 순수한 마음이 아름다웠습니다. 종교적인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강아지똥은 자신이 아무 쓸모없는 강아지똥이라는 사실에 절망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민들레의 말을 듣고 기꺼이 자신을 녹여 아름다운 민들레 꽃을 피우지요. 완벽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았던 강아지똥이 자신의 쓸모를 알고 기꺼이 아름다운 희생을 하는 모습을 닮고 싶었습니다.  

나는 강아지똥이 조금은 나와 닮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딱히 아름다운 희생까진 아니어도 누군가에게 여우처럼 굴어서 이득을 취할 줄도 모르고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서도 불평불만도 많이 합니다. 여린 마음으로 상처도 많이 받습니다. 

 거기다 완벽하기는커녕 실수는 일상이며, 엄마로서도 서툴고 직장에서도 마흔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일이 서툴기만 합니다. 

남들처럼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지도 못했으며, 시간관념이 철저하지도 않아서 뭐든 두루뭉술하고 허겁지겁하기만 합니다. 

각 잡힌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집안은 어질러져 있을 때가 많고, 설거지하고 나서도 바로 치우는 법이 없지요. 아이들은 일찍 재우지도 않아요. 

그렇게 각잡지 않고 키우다가도 불안감은 또 좀 많나요. 갑자기 티브이 보고 웃고 떠들다가도, 핸드폰으로 신나게 게임하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공부해~!!' 하고 소리 지르기도 하지요.  흔히 말하는 '일관성'없는 엄마입니다. 

나는 이런 쓸모없어 보이는 나를, 어설픈 나를 친한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다 보여줍니다. 공유하지요. 어쩌면 사람들은 나를 보고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들의 숨겨놨던,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나를 통해 볼 수 있잖아요. 

요즘 인스타나 블로그를 보면 완벽한 사람이 좀 많은 가요? 다들 나보다 잘 사는 거 같고 재미있게 사는 거 같고, 양육자로서나 직업인으로서, 개인으로서도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 나를 보면 어떻겠어요. 편안함을 느끼겠지요?  ㅎㅎ

저는 그런 게 좋습니다. 나를 보고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바라는 바입니다. 나를 보고 부러워하지 않고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라고 느끼고 같이 공감하며 사는 거요. 그러면서 친밀감을 갖고 같이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왜냐고요? 내가 그러니깐요. 내 주변엔 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 같거든요. 그런데도 그 사람들의 불안함이 보여요. 나도 불안하지만 그 불안함을 같이 이야기하다 보면 조금 나아지고 위안이 되거든요.  

그런데 가끔은 진짜로 저를 무시하는 사람도 있긴 하더라고요. 민들레처럼 꽃을 피워내는 사람이 아니라 영양가 없다며 쪼아만 보고는 날아가 버린 참새처럼 상처만 주는 사람들은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제가 진짜로 쓸모없게 느껴지거든요.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강아지똥 같은 저에게 상처만 주지 않아요. 기꺼이 민들레가 되어 주죠.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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