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방에 블라인드 하나를 못 달았지만 얼추 짐 정리가 끝나가고 내 삶도 루틴을 찾아가고 있다.
기존 살던 아파트와는 구조가 정말 달라 영국에서 들어와 19년도에 새로 산 가전 가구들 많은 것을 바꿔야 했고 정리정돈을 깔끔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많은 인테리어 아이템 등 쇼핑을 해 나의 또 다른 재능도 발견하게 되었다.
타운하우스 한 달 사용기 후기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덧) +는 장점 - 단점 +-는 보는 시각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 있는 경우
1.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보다 강력한, 놀기 좋아하는 내가 자꾸 집에 가고 싶네? (+)
: 집에 1층 주방 뒤뜰, 3층 테라스, 다락방 테라스가 있다 보니 하늘을 보고 잔디를 밟는 재미가 있다. (아직까지는) 굳이 리조트 갈 필요를 못 느끼고 집으로 여행 온 느낌이랄까. 지난주 주말에는 제철 새우를 구워주니 애들이 펜션 놀러 온 느낌이라나.
2. 오르락내리락 딴딴해져 가는 다리 (-)
: 1층부터 4층 다락방까지 계단 대략 50개 하루에도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다리에 알이 배겼다. 어제 애들이 배드민턴 치자고 해서 같이 치는데 이틀 전 친 골프도 한몫했지만 최근 계단으로 뭉친 근육에 한자리에 서서 팔로만 배드민턴 치고 있는 나 자신 발견.
3. 자연스레 멀티태스팅을 위한 뇌 훈련(+-)
계단 오르내리는 횟수를 줄이기 위해 한번 계단을 이동할 때 가능한 많은 마션을 한 번에 수행하려고 머리를 쓴다. 예를 들어 1층에 두고 온 가방을 가지러 갔다가 주방에서 간식이랑 물컵을 쟁반에 같이 싣고 가거나 3층 세탁이 끝난 빨래 널러갈 때 2층에 빨랫감을 들고 층을 이동한다. 나 이 층에서 뭐 가져갈 거 없나?가 늘 층 이동 전 속으로 외치는 질문
4. 새로이 발견하는 나의 재능 (+)
공구를 이용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릴을 설치했고 방충망을 설치했으며 소소하게 도어 스토퍼, 블라인드 끼워넣기 등 내 손으로 하게 됐고 좀 더 부지런해지며 살도 자연스레 (밥을 더 잘 챙겨 먹었는데도) 1kg 감량했다. 그나마 타운하우스인데 이 정도면 더 큰 단독주택에서 살면 아마 자기 전 누울 시간은 별로 없을 듯하다. 아, 덩달아 플랜테리어, 식집사 취미도 추가하게 됨.
5. 너무나 예쁜 풍경 (+)
요즘 같은 계절, 날씨라면 아침에 일어나면 설렌다. 창밖 하늘이 또 얼마나 멋질지, 어떤 모양의 구름을 보여줄지.. 어제 아침에도 3층 테라스에서 매트를 깔고 모닝요가를 하는데 하늘이 기가 막혔다. 저녁에는 또 서울에선 못 보던 별이 어찌나 보이는지 감탄의 연속이다.
6. 곤충, 벌레와 함께 하는 삶(-)
어느 날 방에 애들이 바퀴벌레 나왔다고 그래서 으잉? 했는데 가서 보니 여치였다. 메뚜기, 귀뚜라미, 송충이가 너무 흔하고 곤충 좋아하는 아들에게 지상낙원이지만 벌레 싫어하는 내겐 도전적인 타운하우스 라이프. 급기야 나무 갉아서 구멍 만드는 벌레까지 등장함.
결혼적으로 영국에서 살면서 직간접 경험했던 주택, 가드닝을 한국에서 실현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출퇴근 거리, 대리비 압박만 잘 합리화시키면 전반적인 삶의 질 50% 상승했고 무엇보다 집을 가꾸는 (적당한) 재미를 내게 주는 타운하우스 살이가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