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들은 상처의 말들

소피 이야기 5

by Zootopia

소피를 처음 병원에 데려갔던 날을 나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나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병원 문을 열었지만, 돌아 나오는 길엔 가슴이 먹먹했다.


“이 아이는 새끼 강아지여서 훈련도 안 되어 있고 성격도 까다로우니, 훈련이 잘된 다른 강아지를 키우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요.”


수의사의 그 한 마디는 마치 소피를 “키우기 힘든 애물단지”처럼 만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가 어린 새끼 강아지를 키우는 보호자로서 아직 부족하다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그 말 때문에 너무 슬펐다.


이 말이 가진 의미는 아이를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수의사가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를 지금 생각하면 조금은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그렇게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내가 동물병원에서 받았던 수모와 마음의 상처들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소피를 데려온 첫날부터 나는 그 아이를 책임질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었다.


한 번도 “포기”를 생각한 적은 없었다. 포기라는 단어는 내겐 사치였다.


그런데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너무 많이 울었다.

그 이유는 병원에서 들은 상처의 말들 때문이었다.


정말 내가 이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잘못 선택한 건 아닐까? 그 불안감이 한동안 나를 짓눌렀다.


게다가 나는 소피의 품종도 알지 못했다.

내가 소피를 데리러 갔을 때 소피의 주인은 “몰티즈, 포메라니안, 치와와가 섞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병원에서는 그게 거짓말이라고 말했고,

나는 바로 주인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은 병원에서도 소피가 무슨 종류인지 몰랐다. 그래서 소피가 무슨 종인지 알아오라고 했다.


하지만 병원비 때문에 도저히 DNA 검사를 할 수가 없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지금도 소피의 DNA 검사를 해서 소피의 강아지 종류가 뭔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다.


이것도 수의사가 내려준 나의 숙제였는데 나는 하지 못해서 속상하다.


사실 병원비랑 맡기는 데에는 돈이 어마무시하게 들어가는 외국에선 내가 모든 걸 강아지를 위해 일일이 다 해주고 다 알아봐 줄 수가 없다는 걸 인정해야 되는데..... 솔직히 말해 동물을 지극 정성을 넘어 사랑으로 키우고 동물의 모든 걸 신경 써줘야만 하는 나한테는 이 엄청난 걸 인정하기도 쉽지는 않다. 당연히 나는 동물한테 나의 모든 걸 다 줘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다는 말이다.


이걸 인정하는 순간 나는 소피를 아예 책임질 수 없는 부족한 보호자라고 그 당시에는 나 스스로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소피는 테리어 믹스인 것 같았다.

나는 전에 소피를 데리고 있었던 주인한테서 내가 뭔가에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소피를 새끼 때부터 키웠었던 이전 주인을 믿고 내가 데려온 소피였는데, 소피의 과거 히스토리 (Past History) 조차 모른 채 키워야 한다는 게 참 막막했고 속상했다.


사실 반려견의 품종을 아는 것은 사랑이 먼저인 나에겐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

이걸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사랑이다.


하지만 보호자로서, 병원에서 들은 상처의 말들 때문이라도 다른 개 주인들처럼 이 아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소피의 품종을 알아보기 위한 DNA 검사를 해보고 싶다.


병원에서 들었던 그 상처의 말들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내가 들었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소피에 대한 내 사랑을 흔들고, 오랜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을 속상하게 만들고 시험하게 만들고 또 의심하게 만들었다.


결국 몸에 있는 상처는 약을 바르면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아물지만, 마음에 있는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았다라고

강하게 느꼈다.


“나는 좋은 반려동물 보호자인가?”

“정말 이 아이에게 필요한 사람일까?”

"내가 정말 이 아이를 키워도 되는 사람일까?"

"내 말을 잘 들을까?" 등등....

주변에서도 말들이 많았다.


나는 사실 이 아이를 키우면서 내 말을 너무 듣지 않아 내가 그냥 아이를 포기할 뻔했던 적이 몇 번씩이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동물병원에서 들은 상처의 말들을 이해하기에 나는 다시 내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걸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게 쉬운 거라면 나는 당장 이해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상처의 말들을 내가 듣지도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정말 많이 힘들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한 뼘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피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나는 소피를 향한 책임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은, 병원이 나에게 사과를 했기 때문에 내가 내 첫 번째 반려견이랑 함께 다녔던 똑같은 병원에 소피와도 함께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어서 기쁘다.

돈 부담도 되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소피도 많이 자랐고, 우리 둘의 사이도 예전에 비해 정말 많이 단단해졌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예전처럼 그 누구도 우리를 쉽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 말은 곧 그 누구도 우리의 관계를 쉽게 갈라놓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그렇게 해선 안된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의 대해 누군가가 함부로 말하는 건 단순히 그 강아지를 깎아내리는 게 아니다.


그 아이를 품은 보호자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기는 일이다.

그래서 나도 조심하려고

노력해야 되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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