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이야기 25
눈 내리는 아침이다.
오늘 아침은 눈이 갑자기 많이 내리고 있었다.
3월에 눈이라니.
나는 잠시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캐나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기가 막힌 날씨였다.
지금이 3월이라는 것을
하늘은 알고나 있을까?싶었다.
캐나다에서는 가을이나 겨울, 봄이 와도 눈보다는 비가 더 자주 내린다.
그래서인지 3월에 내리는 눈은 항상 조금 낯설다.
소피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나도 대충 밥을 먹은 뒤 약을 챙겨 먹었다.
두꺼운 옷을 하나 걸치고 소피에게도 예쁘게 옷을 입힌 뒤 줄을 매면 아침 오후 저녁 어떨 때는 밤까지 산책 준비는 끝이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그야말로 winter wonderland가 따로 없다.
소피와 밖으로 나가니 눈이 조금 쌓여 있었다.
우리는 하얀 눈길을 걸었다.
하지만 눈이 오는 날에는 산책은 오래 하지 않는다.
차가운 눈 때문에 소피의 발이 빨갛게 변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눈을 싫어하지 않는 건 다행이지만, 발바닥이 너무 차가워지면 동상에 걸릴 수도 있다.
그래서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면 소피와 산책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게 된다.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는
소피가 대소변을 보고 나면 더 산책하고 싶어 해도
나는 소피를 살짝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신발이 있어서 발이 시리지 않지만
강아지들은 그렇지 않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마다
반려동물의 발이 얼마나 차가울까 얼마나 찝찝하게 느껴질까 생각하면
산책을 빨리 마치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즘은
소피가 볼일을 보고 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 더 많아졌다.
솔직히 말하면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나도 밖에 나가기가 정말 싫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소피가 대소변을 봐야 하기 때문에
비가 오든 말든 눈이 오든 말든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야 마음이 편하다.
이건 예전에 토리를 키울 때부터
소피를 키우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가 깨달은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의 숙명이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천둥이 치건
우박이 내리건 상관없이
매일매일 강아지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고
산책을 시키는 것. 정성껏 돌보는 것이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사명이다.
나는 반려견을 산책하는 시간이 길든 짧든 상관하지 않고 산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비가 많이 와서 나도
소피와 산책하는 시간이 줄어든 날들도 많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는 소피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소홀히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비가 엄청나게 내리는 날이면
소피가 먼저 산책 나가는 걸 거부하기도 할 때도 있다.
어릴 때의 소피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상관없이
무조건 나가서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소피의 성격과 행동에도 조금씩 변화가 보인다.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이 변화가 참 반갑고 또 참 다행이라고 느낀다.
왜냐하면 어릴 때의 소피는
정말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천방지축이었고 짖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하룻강아지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눈이 겨울에 엄청나게 많이 와서 소피가 산책하는 길에 눈무더기에 그냥 쌓여서 소피가 귀여운 아이스께끼가 되어 버렸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창 날씨가 해가 나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따뜻해야 될 시기에 하늘이 새까맣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아니나 다를까 3월에 예상했던 눈이라니 참 이상한 나라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새하얀 눈길 위에서
소피와 나의 발자국 소리가 조용히 이어진다.
소피는
눈길을 산책하는 것을 아직도 무척 좋아하는 나이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산책을 너무 오랜 시간을 할 수는 없다.
도로에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우리 집 주변은 어느새 작은 썰매장이 된 것처럼
썰매를 타는 아이들로 북적이고 있다.
소피와 나는
이 복잡한 길을 지나
잠깐의 짧은 산책을 하든 긴 산책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산책을 마친 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일기예보에서는 오늘 눈이 온다고는 했지만
캐나다는 워낙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눈이 정말 내릴 거라고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나는 비가 많은 날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이면 괜히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하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에게는 밖에 나가는 일이 더 귀찮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비보다는 눈이 더 좋은 것 같다.
소피의 발바닥은 차가울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비보다는 눈이 더 낫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일 때가 많다.
여기 날씨가 너무 변덕스러운 게 많이 있어서 그렇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날씨가 언제 좋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좋아졌다가 갑자기 나빠질 수도 있고 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릴 때도 있고 폭풍이 올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것과는 상관없이 강아지가 있는 집은 항상 나가야만 한다.
나도 소피랑 함께 항상 그렇게 한다. 그래서 비나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은 반려동물인 강아지용 비옷과 내 우산과 내 우비옷은 필수가 되어 버린지가 오래다.
하지만 우리 집 우산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잘은 모르겠다. 지금도 우리 집 앞에 우산을 놔두기만 하면 귀신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자꾸 사라진다.
그 많던 우리 집 앞에 놓인 우산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른 것들은 사라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오로지 우리 집 앞에다 우산들만 놔두면 계속해서 사라진다. 참으로 귀신이 통곡할 노릇이다.
하지만 아침에 내리던 눈은 오래가지 않았다.
소피의 아침 산책이 끝나고 창밖을 보니
눈발이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곧 비가 올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오늘도 결국
비가 올 것이라는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에는 오늘 오후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보기보다는 뻔했다.
아침에 그렇게 많이 오던 눈이 몇 시간도 되지 않아 한순간에 다 녹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래도
3월에 눈이 내리는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소피와 조금 더 즐겼어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나도 빨리 지나간 것 같아
조금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그렇지.
눈이 많이 쌓일 리가 없지.”
그래도
3월에 내린 이 눈을
소피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나도 하루빨리 봄이 오길 소피와 함께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