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에 담은 우리 가족 이야기
우리 집은 냉장고가 많다.
물론 먹방 유튜버들처럼 엄청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 가정치 고는 꽤 많은 편이다.
각종 채소와 과일, 플레인 요구르트, 레몬, 버터, 두부, 떡국 떡 등을 보관하는 일반 냉장고가 있고,
이모가 보내준 고춧가루로 담근 김치 된장을 넣는 김치냉장고가 있다.
그리고 고기, 생선, 어묵 각종 해물들 (새우) 만두 아이스크림 냉동식품 것들을 얼려 보관하는 냉동고까지 따로 있다.
김치냉장고는 캐나다 이민 생활을 막 시작했을 무렵,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사주신 것이다.
그 냉장고를 20년 넘게 쓰다가 결국 한 번 바꾸기도 했다.
된장은 늘 이모가 보내주신다.
우리 가족은 시중에서 파는 된장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그만큼 맛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모가 보내준 된장을 먹은 지도 벌써 26년이 넘었다.
아마 이렇게 오랫동안 된장을 사 먹지 않은 가족은 우리 가족밖에 없을 것 같다.
삼겹살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이모가 보내주신 된장으로 쌈장을 만들고,
상추 깻잎 고수까지 위에 얹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밥을 깔고 거기에다가
삼겹살 한 점, 쌈장, 김치랑 구운 마늘이랑 구운 양파에 엄마가 만든 고추 양파 간장까지 착 얹어
야무지게 싸서 한입에 왕 먹으면—
그 어떤 밥상도 부럽지 않다.
어떤 날은 상추에 밥만 얹고
쌈장과 매운 고추만 올려 먹어도 충분히 맛있다.
나는 토끼처럼 상추를 좋아해서
가끔 한 번씩 그렇게 소박하게 먹는 것도 참 좋아한다.
요즘은 상추 값이 비싸서
로메인 상추를 대신 사 먹기도 한다.
김치 역시도 사서 먹지 않는다.
이민생활을 하면서 김치도 사서 먹지 않는 가족은 우리 가족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할 때가 많다.
이모가 보내준 고춧가루로 김장을 한다.
이모가 보내준 매운 고춧가루로 김장을 하면 때깔 좋고 먹음직스러운 김치가 된다.
엄마는 시중에서 파는 김치는 맛이 없다며
직접 담그는 걸 고집하신다.
김장을 하는 날이면 집안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다.
매운 고춧가루, 액젓, 새우젓, 배, 사과, 무, 찹쌀풀, 배추, 파 생강
그리고 배추를 절일 굵은 소금물과 커다란 대야들과 김치가 완성되면 김치를 넣을 수 있는 큰 통들까지 - 총집합!
온 집안이 김치 재료로 가득 찬다.
그 난리통 속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할은 따로 있다.
바로 ‘기미상궁’.
김치 맛을 보는 일이다.
엄마가 김치를 담글 때마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김치가 완성되면 엄마 옆에 앉아서
따끈한 흰쌀밥 위에 돼지고기 수육 한 점을 올리고,
그 위에 방금 만든 김치를 얹어 한입 크게 먹으면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 따로 없다.
입안 가득 퍼지는
수육의 부드러움과 쫄깃함,
그리고 매콤하면서도 쌉싸름하고 달콤한 김치의 맛은
임금님의 수라상도 부럽지 않다.
물론 김장이 끝나면
치울 것도 산더미다.
집안을 깨끗이 정리하고,
김치를 통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골인시키면
그제야 모든 일이 끝난다.
김치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k 푸드 국민 음식이지만,
만들기가 워낙 힘들어서
사 먹는 사람들도 많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사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지는 모르겠는데
특히 외국에서는 김치를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김치를 다 사서 먹는다.
하지만 우리 집은 다르다.
엄마가 요리를 워낙 잘하시기도 하고,
김치는 꼭 직접 담가야 맛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잘 구운 짭조름한 조기 한 마리,
또는 연어 한 점에
된장찌개에, 쪽파 숭덩숭덩 잘라서 양념한 비빔밥에, 김치까지 곁들이면 -
그야말로 임금님도 울고 갈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된다.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