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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꿈 Oct 12. 2022

학교 가야지

현꿈의 글 '스무날'

       우리들의 글자국, 열세 번째




        나의 공간에 나의 글을 남깁니다.



학교 가야지


                   현꿈


눈 번쩍

아!

늦었다

학교 가야지


잠깐

아~

오늘 토요일이네


어휴

다행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학교 가는 길


                    현꿈


아침 해가 뜨면

졸린 눈 비비며

학교에 가요


몸은 무거워도

발걸음은

가볍게


가방 메고

쫄래쫄래

신나게

총총총



습관처럼 학교

 매일 아침 일어나면 습관처럼 학교에 갑니다. 우리는 왜 학교에 가야 할까요? 오늘의 시 주제는 '학교'입니다. 학교에 왜 가야 하는지, 학교에 가면 어떤지, 어떨 때 학교에 오고 싶은지, 오기 싫은지, 학교에 와서 무얼 하고 싶은지, 내가 만들고 싶은 학교는 어떤지 모두 좋습니다. '학교'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표현해봅시다.



왜 학교에 가야 할까?

 주변을 둘러보자. 보이는 사람 모두 이 셋 중에 하나다. 학교에 다니고 있거나 다닐 예정이거나 학교에 다닌 적이 있거나. 그렇다. 어렸을 적 우리는 학교에 갔었다.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 학교로 향했었다. 그런 우리는 학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을까? 추억 하나쯤 있겠지? 누구나 경험했던 학교다. 그래서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 그 '학교'에 관해 시로 써보고 싶었다. 눈 뜨면 얼른 학교에 가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토요일에도 눈 번쩍 떠 허겁지겁 서두르다 토요일임을 깨달은 경험을 표현한 시다. 아이들이 특히나 공감하며 읽었다. 그래서 여름방학 때도 매일 일찍 일어났단다. 학교를 안 가니 더 심심했단다. 습관처럼 일찍 시작한 하루를 보내려니 어딘가 허전했구나. 학교 가려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었나 보다. 또 다른 하나는 학교 가는 길이 신나는 길이었으면 하는 마음에 쓴 시다. 졸린 눈 비비며 학교에 오는 아이들이 '억지로' 대신 '반갑게' 왔으면 좋겠다.


 그럼 아이들의 시는 어떨까? 몹시 궁금하다. '왜 학교에 가야 해?' 글에 이어 우리 반 아이들과 '학교'에 대해 이야기해보았다. "왜 학교에 가야 해? 선생님은 왜 학교에 가야 하는지 설명하기 참 어려운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아이들은 학교에 왜 가야 한다고 생각할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당연히 가야죠", "의무예요"였다. "학교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습관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내 발이 학교로 향하고 있다. 잠이 덜 깨 눈 비비며 걸어도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학교에 가는 건 당연할 만하다. 역시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학교에 오면 친구들 만나요", "학교에서 사회성을 길러요." 친구를 사귄다는 대답도 많이 들렸다. 교우 관계, 사제 관계를 비롯한 사람과의 관계를 경험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곳, 학교다. "공부하려고요", "배워야 해요", "나중에 어른 되면 필요한 걸 지금 배워요", "꿈 때문에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식과 능력을 쌓는 곳, 학교다. "학교 오면 재밌어요", "선생님이랑 친구들 좋아서요" 등 함께 하는 사람이 좋아서 오는 아이도 있었다. 학교의 사람들에게서 학교에 올 이유를 찾았나 보다. 어떤 공간에 가고 싶어지는 이유는 보통 그 공간에서의 좋았던 기억이나 그곳 사람 때문 아닐까? 학교에 오고 싶으려면 학교에 있는 사람이 좋아야지. 그러려면 내가 좋아야겠다 싶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이면 좋겠구나. 아이들이 학교 오고 싶게.




하교하는 길


학교가 끝나서 마주하는 길

하교


하교할 때는 몸이

항상 가볍고 들뜬다


하교, 하교, 하교...

항상 입에 붙어 다니는 그 단어

하교.


하지만, 하교할 땐 언제는

좀 더 학교에 있고 싶을 때도 있다.



핵교 가는 길


핵교와 내 집은

100m 이하

근데...

왜? 늦을까?


핵교 하교 후

집에 가기 싫다

근데...

왜? 돌아가기 싫을까?



신나는 , 하굣길? 등굣길!
 하교하는 길이 제일 신난다. 하교할 때는 몸이 항상 가볍고 들뜬단다. 그런데 '하교'라는 말이 항상 입에 붙어 다니다가도 언제는   학교에 있고 싶을 때도 있단다. 집에 가는  신나지만 학교에  있고 싶을 때가 있을 만큼 학교에 좋은 구석이 있구나.


 방언으로 "핵교"라고 표현한 이 아이는 "하교 후 집에 가기 싫다. 근데 왜 돌아가기 싫을까?"라고 했다. 올 때는 늦게 왔지만 갈 때는 막상 가기 싫단다. 그러게 왜 돌아가기 싫은 걸까? 나도 이유가 궁금하다. 학교가 좋아서 돌아가기 싫은 걸까? 슬쩍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

"일요일 때도 좋아요. 다음이 학교 가니까." 아이들의 시에 학교 가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서 기뻤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게 뭔가 아쉽다는 마음이 반가웠다. 학교에 오고 싶다는 말이 참 달가웠다.


 학교라는 곳에 더 머무르고 싶다는 아이니, 하굣길은 가끔 아쉽고 등굣길은 더 신나겠지? 항상 학교 오는 길, 신나는 등굣길 되었으면.




유난히 학교 가고 싶은 날


눈 번쩍

학교 가야지

아차차

나 코로나였지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는

내 인생


집에서

큐브를

너무 많이 해도

지루하다


태권도도

가고 싶고

영어학원은

가기 싫지만


지루하다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는

너무 싫다



학교 가고 싶어요

 제목에서부터 학교 가고 싶음이 뿜어져 나온다. 이 아이는 2주 전에 코로나에 걸렸고 완치 후 지난주부터 다시 학교에 나오기 시작했다. 반에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생기지 않은 지 오래된 터라 이대로 쭉 유지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확진이 된 것이다. 코로나 확진이 되자 이 아이가 걱정되었다. 학교에 안 오는 걸 굉장히 힘들어할 아이다. 자기 없을 때 재밌는 거 했다고 참 서운해할 텐데. 돌아와서 속상하다고 할 텐데. 에이 무슨 그럴 리가. 학교 안 오면 다 집에서 놀면서 좋아하지. 학교 생각이나 하겠어? '오히려 좋아' 외치며 잘 있을 텐데 선생님 혼자 김칫국 마신다 생각할 수도 있는 이런 일이 이 아이에게는 실화다.


 학교를 빠진 날이 거의 없는 이 아이는 1학기 때도 딱 한 번 학교에 빠진 적이 있었다. 가족들이랑 에버랜드에 갔다 왔는데 다음 날 오자마자 자기 없는 사이에 뭘 했냐며 계속 꼬치꼬치 묻고는 괜히 에버랜드를 갔다 왔다는 거다. "왜? 재미없었어?" 에버랜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부모님이 바쁘셔서 금방 돌아왔나? 같이 갔다는 친한 형이랑 싸웠나? 걱정시키더니 대뜸 "학교 오는 게 백배는 더 재밌어요!"라고 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학교 오는 게 에버랜드 가는 것보다 즐거운 아이다. 교외 체험학습 신청서를 낼 때도 에버랜드 안 가고 싶은데 간다길래 놀이기구 안 좋아하나 보다 했는데 전혀 아니었던 거다. 놀이기구도 좋아하고 가족들이랑 같이 가서 좋았지만, 학교 오는 게 더 좋다는 아이다. 에버랜드에서도 내내 학교 생각이 났단다. 요즘은 아침에 학교에 오자마자 줄곧 하는 말이 있다. 그렇게 꿈에 우리 반이 나온단다. 꿈에서도 우리 반이 즐거웠다는데 꿈에도 나올 만큼 우리 반 생각을 많이 하는 이 아이가 참 예쁘다. 이런 아이가 우리 반 아이라 참 복이다. 선물 같은 아이라, 안 예쁠 수가 없는 아이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주고 온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아이다. 이렇게 예쁜 말만 쏙쏙 골라서 하는 이 아이 덕분에 나도 학교 올 맛 난다. 학교에 오고 싶다. 오늘은 또 어떻게 나를 웃게 할지 또 어떻게 예쁠지 기대되는 아이다.



학교 가기는 어딘가 힘들어

 "매일 아침, 부지런하게 내 다리는 익숙한 그곳으로 갑니다. 학생이라는 죄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히는 그곳."이라 쓴 아이도 있었다. 내가 학생일 때도 있었던 말인데 이 아이도 어디서 봤는지 이 말을 알고 있었다. 나도 다시금 궁금해 찾아봤다. "학생이라는 죄로 학교라는 교도소에서 교실이라는 감옥에 갇혀 출석부라는 죄수명단에 올라 교복이란 죄수복을 입고 공부란 벌을 받고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린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페이지가 유행했을 때 유행한 글이란다. 회사원 버전도 있는 이 글은 어딘가 갑갑한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학생 때는 이 글귀가 웃기기도 하고 어딘가 맞는 것도 같았지만 돌아보니 학창 시절이 좋았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입시의 부담이 너무 컸고 중학생 때는 점차 고민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학창 시절 그때가 참 좋았다. 알고 보니 학교가 극락, 천국, 천당이었다. 초등학생이라는 신분과 학교라는 울타리 그 소속감이 주는 안정감이 컸다는 걸 그때는 이만큼 알지 못했다. 지나서야 보이고 깨닫나 보다. 나도 아직 선생님이라 불리기보단 선생님을 부르고 싶다. 선생님께 배우고 싶고 힘들 때, 잘하지 못할 때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받고 위로받고 싶으니 말이다. 시의 마지막은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미소와 아이들의 웃음소리 듣기 위해 가는 곳. 학교."라고 끝을 맺은 걸 보니 학교에 오는 좋은 이유가 있어 다행이다.


 핸드폰도 못 쓰고 하루의 반을 보내기 때문에 학교는 망할 것이라며 어린이는 놀아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한 시를 쓴 아이도 있었다. 핸드폰도 쉬는 시간에 잘만 보고 있고 장난도 제일 많이 치는 아이지만 아직 부족하단다. 한참 부족하단다. 더 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아이였다. 체육 시간에 싸워 체육 선생님께서 축구 대신 달리기를 하게 한 날엔 하고 싶은 축구를 못했다며 교실에 돌아와 서럽게 울던 아이다. 체육 하러 학교에 온다는 이 아이에게 학교는 체육이 전부다. 공 뻥뻥 차며 신나게 뛰어놀아야 하는데 다른 과목 시간에는 의자에 붙어 앉아있어야 하니 고역일 거다. 그래도 한 번 해볼까? 이것도 재밌을 것 같은데? 축구만큼 잘할 것 같은데? 집중해볼까? 계속 살살 꾀면 넘어오고의 반복이다. 집에서는 학교 가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고 하던데. 지금도 학교에서 잘 놀고 있는 거 같은데. 학교 망하면 제일 슬퍼할 거 같은데. 그걸 아는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씨익 웃는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며 주말이 좋고 빨간 날이 좋다는 솔직 담백한 시도 있었다. 아무렴 주말, 빨간 날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겠지. 암, 그렇지 그렇고말고. 선생님도 주말은 언제나 설렌단다. 소중한 주말을 맞이하기 위해 지금 평일에는 열심히 학교에 오자. 그럼 소중한 주말이 더 소중하게 느껴질 거야.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납니다


그리고 또

친구를 기다립니다


학교 가는 길은

재미있습니다



학교는 어때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친구를 만나고 또 친구를 기다리며 학교에 간다. 친구가 있어 학교 가는 길이 즐겁구나. 학교 가면 좋은 이유를 친구들이 가득 채웠다.

"학교는 항상 나를 지키는 울타리 같다."

"학교 갈 때 엄마는 빨리 일어나라고 하신다. 그러면 힘들지만 일어난다. 그리고 학교에 도착하면 친구들과 논다. 그러면 학교가 좋다."

"친구들과 학교 가니 재밌다."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아."

"1학기 때는 어색하지만 2학기 때 완전히 친해져."

"우리는 집에서 잠시 나와요. 월화수목금요일에 책들을 만나요. 학교로 가요. 책과 여행을 떠나요."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히히 빨리 가서 애들이랑 놀아야지."


 학교가 울타리처럼 느껴지는구나. 자신의 하루의 1/3이 학교라는 아이에게 학교가 밖으로의 걸음을 막는 벽이나 장애물이 아니고 자신을 지키는 울타리라 평안했다. 어떤 비바람도 막아주는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겠다. 나를 지켜줄 든든한 울타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니. 학교 가는 길이 힘들긴 해도 막상 학교에 오면 좋구나. 학교에서 우리는 책들과 여행을 떠나는구나. 책과의 여행길이라니 뭔가 낭만적이다. 학교에서 듣는 수업을 새로운 걸 배우러 떠나는 여행이라 생각하면 즐겁겠다. 끔뻑끔뻑 눈을 뜨고 일어나 시계를 보곤 아침밥 먹고, 옷을 골라 입고, 머리를 묶고, 준비물을 챙겨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소리와 함께 집을 나섰다. 빨리 가서 친구들과 놀 생각에 히히 웃음이 나온단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학교로 웃으며 그렇게 와.

선생님도 너희들이 오길 기다리고 있을게.




아직은 글쓰기가 낯설고 어렵지만,


이런 글 자국 하나하나가 모여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현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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